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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국민의 기업] 공공디자인이 국가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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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최봉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원장

중앙일보

최봉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원장


산업경쟁력의 주요 요소로 산업디자인이 있듯이, 공공디자인은 국가경쟁력의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 때로는 우리 일상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국민의 행복을 실현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하며, 문화관광의 아이콘이 되기도 한다. 선진국일수록 사용자 측면에서는 눈에 띄지 않을지라도 다양한 디자인 방법론이 사회와 시민의 삶에 녹아들어 있다. 브루스 마우(Bruce Mau)는 “디자인은 그것이 실패하기 전까지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 일상에 녹아든 디자인 요소를 평소에는 이용자가 의식하지 않다가 무엇인가 불편하면 비로소 디자인에 오류가 있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각종 공공디자인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효과는 국내외에서 많이 알려져 있다. 다양한 사회문제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까지 디자인 방법론을 적용하는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영국 런던의 루이샴 지역의 뉴크로스(New Cross)에 재활용 분리수거를 위한 무크로스(Moo Cross) 환경 캠페인, 영국의 대표적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이 디자인한 루트마스터(2층 버스)나 조형미가 돋보이는 거리의 가판대 등은 공공디자인의 귀감이 되고 있다. 통영시의 동피랑 벽화마을이나 ‘부산 광복로 시범거리 조성사업’ 등은 새로운 문화관광 사이트로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처럼 공공디자인은 디자인 중에서도 대중적 지향성을 가진 영역이다. 지난해 시행된 ‘공공디자인 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에서 정의하는 공공디자인은 정부·지자체 등 공공부문이 제공하는 디자인 활동과 그 결과물로 정의된다.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더 포괄적으로 정의할 수 있다. 공공재로서 공공디자인은 공공부문이 제공하는 디자인으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 특성에 있어서의 공공성을 의미한다. 즉, 디자인 또는 그 결과물의 공급자가 누구든 다른 사람의 소비를 배제하지 않는 비배제성과 소비에 있어서 다른 이와 경합하지 않는 비경합성을 가진다. 가장 전형적 사례는 등대·공원·도로 등이다. 즉 시장실패가 일어나는 곳에 공공디자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비에 있어서 공공성은 민간이 제공하는 각종 디자인과 서비스도 포함한다. 전국 대부분의 버스터미널이나 고속도로휴게소 등은 민간이 소유·운영한다는 점에서 법적으로는 공공디자인의 영역에서 제외되지만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포함될 수 있다. 이들은 공공부문이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공디자인의 사각지대로 남을 수도 있다. 물론 정부가 정책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할 수 있지만, 서비스 주체인 민간은 대부분 영세하거나 공공디자인에 대한 투자의 유인이 부족하다.

결국 공공디자인 정책이 보다 실효성을 거두려면 민간의 자발적 참여가 가능하도록 유인이 제공돼야 한다. 그리고 이용자 관점에서 서비스디자인이 선행돼야 한다. 물론 지자체의 공공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업의 디자인과 시행의 모든 과정에서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필요하다.

이제 공공디자인법 시행 1년을 맞이하고 있다. 그간 공공디자인에 관한 다양한 담론과 함께 시범사업도 추진돼왔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디자인 관련 사업비는 연간 약 50억원에 불과하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아직은 다소 외형적 부분에 집중된 느낌도 없지 않을 것이다. 투자 여력의 한계와 경험 축적이 미흡한 원인도 있을 것이며, 콘텐트와 운영프로그램의 부족 문제도 있을 것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극복하려면 관련 재정의 확대와 중앙 정부의 공공디자인에 대한 거버넌스 체계 확립도 필요하다. 지자체별로 이뤄지는 산발적 공공디자인 개발도 행정력의 중복과 시행착오를 줄여나가야 한다. 중앙에 의한 획일적 디자인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통의 요소를 표준화하고, 디테일한 요소는 사업 자체의 특성과 지역의 특색 그리고 주된 소비자의 의견을 두루 수렴해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공디자인이 국가경쟁력의 원천으로 자리매김하도록 관련 예산의 확대와 시행주체인 공공부문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적극 참여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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