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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文, 공무원 증원 80억 부탁했지만…野3당 반대로 추경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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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4당대표 회동

매일경제

햇볕이 따가워…테이블 직접 옮기는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4당 여야 대표를 초청해 오찬 회동을 갖기 전 임종석 비서실장 등과 함께 테이블을 그늘로 옮기고 있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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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의 19일 청와대 오찬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지만 꽉 막혀 있는 정국을 풀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국회에 묶여 있는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야당의 협조를 구하면서 협상카드를 제시했다. 공무원 증원을 위한 준비예산 격인 80억원 추경에 대해 삭감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하지만 영수회담 이후에도 야 3당은 "무분별한 공무원 신규 채용에 반대한다"며 추경안 통과를 무산시켜 당분간 치열한 샅바싸움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공무원 증원 예산 80억원 배정을 놓고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반대하는 것에 대해 "80억원 전액을 다 해줬으면 좋겠다"면서도 "국회가 그래도 해주는 만큼이라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정권교체 시 지금까지 (야당이) 다 협조를 했다. 역대 정권교체 이후에 추경이 상정 논의조차 안 된 적은 없다"며 "국회에서 다 수용을 못 한다고 하더라도 정부는 최선을 다해서 국정운영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일부 청와대 배석자는 "추경을 해주면 자주 뵙겠다"며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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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회동에 참석한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대통령이 요구를 다 받아줄 수는 없겠지만 국회 요청을 수용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며 "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에게 추경이 긍정적으로 타협될 수 있도록 요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야3당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김도읍(자유한국당) 황주홍(국민의당) 홍철호(바른정당)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구체적 증원 수요계획이 없는 공무원 배가(倍加) 움직임을 지지할 수 없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무원 증원을 위한 80억원을 편성하자면서 이 방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본예산 예비비 500억원을 활용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반면 야3당은 "80억원 추경 편성은 물론 공무원 증원을 위한 예비비 사용도 불가하다"며 "예비비를 사용할 경우 부대의견에 공무원 증원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상임위에 보고하고, 예결위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영수회담에 나선 문 대통령이 '80억원 추경 삭감'이라는 협상카드를 던졌음에도 야3당이 공무원 증원 정책에 대해 공고한 반대 입장을 견지하면서 추경안 막판 타결은 물건너가게 됐다.

이처럼 추경안을 둘러싼 여야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민주당은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추경안 처리는 8월 초까지 연기하되, '물관리 일원화' 부분을 제외한 정부조직개편안은 우선 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대해 야당도 대체로 수용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정부조직개편안은 이르면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별개로 처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공무원 증원을 대폭 줄이는 것까지도 제안을 했음에도 자유한국당은 이를 수용하기 어려운 입장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추경 문제에 대해서는 야3당의 공조로 공무원 신규채용 증원이 막힌 것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당력을 결집해 정면 대응하겠다. 회기를 마치는 8월 2일 안에 본회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서 박주선 위원장은 반부패협의회에 검찰·국가정보원·감사원 등이 포함되는 것에 대해 정치보복 등의 우려감을 나타냈고, 문 대통령은 "제도 개선에 중점을 두겠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운영 성과를 보면 국가청렴도지수를 높이는 데 유용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초당적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재협상이 아니고 개정 또는 수정으로 이해해 달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내 정치용으로 재협상 용어를 쓴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회동 이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는 대통령께 대북정책 기조에 대한 인식이 걱정된다고 말씀드렸다. 대화에 너무 무게를 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며 "대북 확성기(중단)도 북한이 우호적 행동을 하는 것이 명확히 됐을 때에만 상응하는 조치로 활용됐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남북 핫라인이 지금은 전혀 없다. 예전엔 여러 라인이 있었는데, 무슨 댐인가요? 수문 연다고 할 때 서로 이야기 통보를 하는데 지금은 핸드마이크 들고 판문점에서 전달하는 상황"이라면서 "군사적(으로) 최소한의 라인을 복구할 필요가 있다. 대북 심리방송도 이런 것을 포함해 감안해서 풀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이혜훈 대표가 "공기업 등 공공기관 인사가 줄줄이 남아 있다. 이명박·박근혜정부 낙하산 인사를 누구보다 비판한 만큼 남은 인사는 낙하산 인사, 캠프 보은 인사를 안 하겠다고 약속해 달라"고 요청하자, "그런 일은 없게 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범주 기자 / 정석환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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