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3 (수)

김상조 “전속고발권 점진적 폐지..공약 후퇴아닌 합리적 실천”(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한상의 CEO 초청 간담회 강연

“문재인 임기 내 폐지 가능할 것..급격한 변화는 아냐”

“민사·행정·형사 규율 조화시키는 게 중요..점진적 폐지”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7일 “공정위 소관 6개 법률에 들어있는 전속고발권을 한꺼번에 폐지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현재 전속고발권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지만 급격하게 폐지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 6개 법안을 선별적으로 골라 점진적으로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공약 후퇴가 아닌 공약의 합리적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위치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 초청 CEO조찬간담회에서 “전속고발권 폐지만으로 접근해서는 국민들이 요구하는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 바를 모두 해결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상조 “공정위가 제대로 역할 못한 탓 크다”

전속고발권이란 공정거래가 관련된 사건은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재판에 넘길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공정위가 소관하고 있는 공정거래법, 가맹법, 하도급법, 대규모유통업법 등 6개 법안에는 불법행위가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경쟁자 또는 소비자 이익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국민경제질서를 교란시키는 중대한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을 요청하도록 규정돼 있다. 최근 검찰이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을 기소할 때도 공정위에 사전에 의무고발을 요청했던 점도 `전속고발권`을 공정위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전속고발권 폐지가 계속 불거지는 것은 공정위가 기업들의 불공정거래에 대해 검찰 고발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으면서다. 공정위가 독점하고 있는 권한을 내려놓고 누구나 검찰에 형사처벌 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공정위의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징계만으로는 한국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불공정행위가 해결되지 않고, 형사처벌이라는 강력한 제재를 통해 시장을 개선해야 한다는 `형사처벌 만능주의`도 한몫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도 공정위가 그간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던 점을 인정했다. 그는 “공정위가 해야하는 일이 있는데도 그간 못했기 때문에 국민들이 전속고발권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후보시절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약으로 포함시켰다.

문제는 현 시점에서 전속고발권 폐지가 `만능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될 경우 공정거래법, 가맹법 등 위반 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 고발이 남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법률시스템이 갖춘 대기업은 대응이 가능하겠지만, 오히려 중소기업의 임원과 오너들이 수시로 검찰에 불려나갈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형사처벌로 불공정행위가 전부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공정위가 검찰 고발을 요구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징역형을 받은 사건도 거의 없거니와 대개 기업은 수천만원, 임원은 수백만원 정도 벌금을 받는 정도로 마무리됐다. 시장 개선 효과에 비해 지나치게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드는 게 현실이다.

이데일리



◇“급격한 폐지하닌 합리적 보완대책 마련해 점진적 폐지”

김 위원장은 전속고발권 폐지 하나에 집중하기 보다는 민사, 행정, 형사적 규율을 조화시키는 게 현 시점에서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과징금을 높이면서 행정제재를 강화하되,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소송제, 사인의 금지청구권 도입 등으로 민사적 제도를 강화하면서 전속고발권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동시에 형사처벌은 시장에 심각한 피혜를 줄 수 있는 분야에 한정해서만 제한적으로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역시 시장경쟁을 지나치게 훼손하는 담합 건에 한해서만 형벌조항을 두고 있다.

김 위원장은 “물론 전속고발권은 언젠가는 폐지가 될 것이고 아마 이번 정부 임기내에 가능할 수도 있다”면서도 “변화를 너무 급격하게 하기보다는 합리적 보완대책을 마련하면서 민사·형사·행정 수단의 합리성을 감안해 점진적으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정위의 행정규율과 시장의 민사규율이 잘 작동한다면 모든 일을 검찰이 다 해결해 줄 것이라는 요구는 줄어들 것으로 본다”면서 “이는 공약 후퇴가 아닌 공약의 합리적 실천으로 많은 분들의 의견을 수렴해 사회적 비용이 적은 방향으로 개선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공정위는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전속고발권 폐지를 비롯한 공정거래법 체계를 개선하는 작업을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중장기적으로 할 계획이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