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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최저임금 ‘노리쇠’가 공이 친 임금인상의 ‘뇌관’…임금 인상 요구 ‘격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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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이 임금 인상 요구 부추겨

국가경쟁력 하락 귀결 우려 나와

“최저임금 급격한 상승은 실질임금 하락”

대한상의 “최저임금 집계 방식도 문제”

#. 맞벌이 직장인 권모(45)씨는 일당을 올려달라는 가사노동자(파출부)의 요구에 고민하고 있다. 하루 4시간 근무하고 주 20만원을 받던 파출부는 권씨에게 "최저임금 근로자도 조만간 1만원을 받는데, 그것보다는 나은 대우를 받고 싶다"며 주급을 25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권씨는 “내 월급은 그대로인데 파출부가 주급 상승을 요구해서 곤혹스럽다”고 하소연했다.

#. 수도권 공업지역 산업단지 소재 중소기업 A사는 최저월급(약 270만원)이 법정 최저임금(230만원·토요일 격주근무 수당 포함)을 웃돈다. 하지만 다수의 근로자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같은 산단에 있는 B사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근거로 ‘A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임금을 올릴 것’이란 얘기가 나오면서다. A사 노무 관계자는 “일부 직원들이 B사보다 기술이 필요한 라인에서 일하는데 B사와 동일한 임금을 받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최저임금위원회가 15일 내년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확정하자 곳곳에서 임금 인상 요구가 쏟아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하며 당선된 이후 시작된 임금 인상 요구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재계 단체 관계자는 “최저임금 확정안이라는 ‘방아쇠’가 임금인상의 ‘공이’를 쳤다”고 비유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신호탄으로 임금 인상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금 인상 요구로 골머리를 앓는 곳은 형편이 가장 안 좋은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이다. 이번 결정으로 역대 최고 수준인 462만 명의 근로자 임금이 인상하는데, 이 근로자의 84.5%가 중소·영세 기업에서 근무한다는 게 재계의 추산이다. 중소·영세기업 인건비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11조원의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소상공인이 폐업 위기에 몰렸다”고 주장했다.

김동욱 경총 기획홍보본부장도 “중소기업 42%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데다, 소상공인 네 명 중 한 명(27%)의 한 달 영업이익이 100만원에도 못 미친다”며 “최저임금이 급격히 상향 조정되면서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아가 이번 최저임금 상승이 국가 경쟁력에도 타격을 준다는 전망도 나온다. 주로 중소기업인 하청업체 인건비가 상승하면 납품처에 납품가 인상을 요구할 수밖에 없고, 이는 완제품 가격 인상으로 귀결된다는 논리다. 세계 시장에서 단돈 10원을 두고 경쟁하는 수출제품의 제품 가격이 상승하면 수출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병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학 교수는 “국내총생산 대비 최저임금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이 미국(7.25달러·8210원) 수준에 근접하게 최저임금을 올린 것은 수출제품 경쟁력을 크게 깎아먹는 ‘혁명’ 수준”이라며 “급격하게 최저임금을 인상한 이번 결정은 ‘경제적 자살’이나 다름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절대임금이 상승하더라도 근로자들이 체감하는 실질임금은 감소한다는 주장도 있다. 임금상승→가격인상→인플레이션→물가상승→실질임금 감소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이병태 교수는 “가격 급격히 올라가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는 건 기초적인 경제원리”라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물가인상을 통해 실질임금 감소로 이어져 온 국민의 비용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최저임금제도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선진국과 달리 한국 최저임금은 기본급+수당만을 기준으로 책정한다. 상여금·숙식비 등 항목은 최저임금 집계에서 빠져있어, 실제 임금은 최저임금보다 많다는 것이다.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이번 최저임금 상승이 중소·중견기업에 예기치 않은 효과로 이어지는지 살펴보고, 복리후생비 등을 포함해서 산정하도록 최저임금 집계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고 주장했다.

문희철·최현주 기자 reporter@joongang.co.kr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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