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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리포트 인터뷰] 유동원 “코스피 조정, 우려말라…분명 더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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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상반기 코스피지수는 말그대로 훨훨 날았다. 지난 1월 올해의 첫 주식시장 개장일에 코스피지수는 2022.23으로 출발했다. 장중 사상 최고가(2402.80)를 경신한 6월 29일 기준으로 보면 반년 만에 18.82%(380.57포인트) 상승한 셈이다.

그런데 하반기 들어서는 코스피지수가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수가 크게 후퇴하지도, 강하게 치고 나가지도 못한채 제자리걸음을 반복 중이다. 7월 11일 코스피지수는 2396.00에 장을 마감했다. 시장 일각에선 “코스피 상승랠리 잔치가 끝났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유동원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전략팀장의 생각은 일부 우려와 전혀 다르다. 유 팀장은 지난달 26일 발표한 ‘2017년 하반기 한국 및 글로벌 투자전략’ 보고서에서 “한국 증시의 고점을 논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른 시점”이라며 추가 랠리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팀장은 “글로벌 증시의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투자기회를 살려야 한다”며 “신흥국 가운데 한국 시장의 매력도가 가장 높다”고 밝혔다. 그는 “20% 이상의 상승여력이 더 남아있어 이론적으로는 2800 돌파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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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원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전략팀장 / 키움증권 제공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에서 유 팀장을 만났다. 그는 “신흥국 중 한국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도 주목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정보기술(IT)과 게임, 재벌·금융 지주사 등의 업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투자자 입장에서 읽어보면 상당히 희망적인 보고서다.

“우리는 투자자들의 수익률 극대화에 도움을 주기 위해 리포트를 쓴다. 최근 많은 이들이 상반기에 증시가 너무 많이 올라갔다는 식으로 얘기한다. 그러면서 3분기 중 고점을 찍고 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하반기에도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상반기 만큼 상승할 수 있다고 본다. 현 시점에서 비관론을 펴다가는 연말에 억울해질 것이다. 당분간은 주식에 적극적으로 투자해도 된다.”

- 글로벌 증시가 하반기에도 뜨거울 것으로 예상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우선 기업의 이익창출능력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보자. 2015~2016년 글로벌 ROE는 8% 후반에서 9% 초반대가 바닥이었다. 이게 올해는 13.4% 정도 된다. 주가가 40~50% 더 올라갈 여력이 생겼다는 의미다.

그러나 최근 1~2년새 증시 상승률을 보면 16% 정도다. 현재 기업 이익이 늘어나는 수준을 주식시장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ROE가 늘어난 만큼을 기준으로 보면 글로벌 증시는 앞으로 20% 가량 더 상승해야 한다. 올해 상반기에 약 10% 올라갔으니 하반기에도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이다.”

- 코스피지수 적정가가 2862라는 내용도 담겨있다.

“잔존가치 모델(Residual Income Model·RIM)을 통해 본 코스피지수의 상승 매력도가 그렇다는 뜻이다. RIM은 미래의 예상 실적을 추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초과이익을 산출해 증시 가치를 평가하는 모형이다. RIM을 돌려 상승 여력이 높은 국가들을 뽑아봤더니 선진국 중에서는 유럽(독일·이탈리아·프랑스 등), 미국, 일본 등이 나왔고 신흥국 중에서는 한국,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이 나왔다.

이중 한국의 추가 상승 여력은 20.7%다. 이를 토대로 적정가를 계산해보면 2862가 나온다. 같은 방식으로 코스닥지수도 살펴보니 7.5%의 상승 여력이 남아있었다. 물론 회사(키움증권)의 코스피지수 공식 전망치는 256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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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존가치 모델로 본 국가별 지수 상승여력 / 키움증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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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감 모델(6-Senses Model)을 통해서도 비슷한 결론을 얻었다.

“육감 모델은 밸류에이션, 경기선행지표 주식, 이익모멘텀, 선호도, 유동성, 정책 환경 등 6개 지표를 통해 해당 국가 주식시장의 매력도를 판단하는 것이다. 총점은 최하 -6점에서 6점까지 나올 수 있다. -6~-3점이면 매도, -3~3점이면 중립, 3~6점이면 매수 전략에 활용 가능하다.

이번에 육감 모델을 사용해 투자 매력도가 높은 국가, 즉 3점 이상 획득한 나라를 꼽아보니 선진국에서는 독일, 신흥국에서는 한국과 러시아로 나타났다. 잔존가치 모델 결과와 비슷하다.

흥미로운 점은 거의 모든 국가가 플러스 점수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전세계 주식시장 가격에 거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글로벌 증시 투자에 큰 우려를 갖고 접근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 한국은 왜 투자 매력도가 높을까.

“일단 수출 증가율이 눈에 띈다. 과거 한국 증시에 대해 비관론이 존재했던 이유 중 하나는 계속 줄어드는 수출 금액이었다. 그러나 한국 수출 증가율은 2016년 바닥을 찍고 현재는 회복 구간에 진입한 상태다.

또 지난 수년간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 머문 배경에는 2011~2014년 지속된 영업이익 감소현상이 있었다. 하지만 코스피 영업이익은 2015년부터 증가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올해 역시 전년대비 20% 이상의 영업이익 성장이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배당성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해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기업이 최근 많아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재평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세 번째 이유가 가장 중요하게 들린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중심에 지배구조와 배당성향 문제가 존재해왔다. 한국의 배당성향은 2015년 기준으로 18.5%다. 20%에도 미치지 않는다. 참고로 미국 S&P 500은 43.9%, 독일 닥스는 52.3%, 일본 닛케이는 34.4%다. 중국 상하이종합(32.1%)이나 대만 가권(55.4%)보다도 현저히 낮다.

북한 도발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요인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실제 전쟁이 나지 않는 한 이 문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이런 요소들로 인해 한국의 리스크 프리미엄(투자자가 위험 부담을 감수하는 데 따르는 비용)은 8%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리스크 프리미엄(약 5%)보다 월등히 높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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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의 현금흐름 수익률과 배당 수익률 / 키움증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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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한국 시장에서는 뭘 사는 게 좋을까.

“방금 말한대로 지배구조와 배당성향 개선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가 형성됐으니 지주사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재벌 지주사, 금융 지주사 등에 주목하고 있다. 또 상반기를 주도한 IT 업종이 하반기에도 한국 증시 상승을 이끌 것으로 본다.

재벌 지주사는 생략하고 금융 지주사를 살펴보면, 은행과 증권을 모두 가진 지주사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RIM 상에서 금융 지주사들의 상승 여력은 대부분 28~67%로, 코스피지수 상승 여력(20.7%)을 상회한다.

그리고 한국의 IT 업종은 성장주이기도 하지만 가치주로도 분류된다. 삼성전자를 보면 가치주에 더 가깝지 않은가. IT 업종의 시가총액 비중이 30%를 넘기 때문에 투자 포트폴리오에서도 IT 비중을 30% 이상 가져가는 게 맞다고 본다.

참고로 게임 업종도 매력적이다. 게임 산업은 규제가 심한 편이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은 회사들은 대부분 세계화에 성공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엔씨소프트(036570)만 보더라도 해외 매출 비중이 높다. 세계화로도 충분히 투자 가치가 있지만, 향후 국내 규제까지 풀린다면 게임 업종의 가치는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 다른 나라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리포트에서 유럽이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테러 사건이 종종 발생하고 정치적으로도 불안정한 부분이 많지 않은가.

“유럽은 2011년 이후 지난 6년간 계속 언더퍼폼(underperform·수익률 저조)했는데 문제를 아주 천천히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 과정에서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가 터졌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하지만 중요한 건 지정학적 리스크가 시장의 변동성을 가져올 수는 있어도 펀더멘털을 흔들 요인은 아니라는 점이다. 유럽 시장의 펀더멘털은 현재 회복 단계에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시장을 잠깐 누르는 건 오히려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

리포트에서는 유럽 국가 중에서도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를 추천했다. 세 나라 모두 지수의 상승 여력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다만 영국은 너무 비싸졌고, 브렉시트와 같은 부담요인이 있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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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밸류에이션 비교 / 키움증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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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은 어떤가.

“지금은 미국 증시의 고점을 논하기보다는 향후 기업들의 이익이 얼마나 증가하고 그에 따라 증시가 얼마나 상승할 것인지를 파악하는 게 더 올바른 투자전략이라고 생각된다.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 매력도는 충분한 상황이다. RIM을 통해 S&P 500 지수의 상승 여력을 보면, 향후 6개월간 9.7% 더 오를 수 있다.”

- 신흥국 중에서는 한국 외에 인도네시아와 남아공을 추천했다.

“인도네시아는 밸류에이션이 싸다. 최근 각광 받은 인도는 비싸졌는데 인도네시아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인구가 많고 원자재도 풍부해 경제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 흥미로운 점은 원유 수출 비중이 큰데 요즘 같은 저유가 시대에도 악영향을 덜 받는다는 사실이다. 제조업 기반이 좋아서다. 인도네시아는 제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많은 국가에서 인도네시아로 생산기지를 옮겨가고 있다.”

- 남아공은?

“남아공은 좀 다른 관점에서 접근을 추천하는 국가다. 이 나라는 현재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 지난 1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금리와 환율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남아공 경기가 바닥을 찍은 것으로 판단한다. 투자 가치가 있다.

그리고 중장기적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30년 동안 인구가 가장 많이 늘어난 대륙은 아시아였다. 앞으로는 아프리카의 인구가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다. 남아공은 아프리카 내에서 나름 경제 대국에 속하는 나라다. 인구가 늘고 경기 회복이 기대되는 국가라면 투자해볼 만하다.”

- 비슷한 시기에 나온 다른 증권사 리포트에서는 키움증권과 반대로 하반기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라고 조언했다.

“각자 판단이 다를 수 있다. 아무튼 우리 생각은 다르다. 훨씬 긍정적으로 본다.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 숫자가 올라가다가 다시 내려가는 상황을 보고 성장 둔화의 징조라고 해석한다. 동감할 수 없다. 미국의 경우를 보자. 소비가 늘어나는데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다. 나는 셰일가스 혁명의 영향이라고 분석한다. 경기가 살아나는데 국제유가는 50달러를 밑도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종의 패러다임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또 애플, 아마존, 구글, 넷플릭스와 같은 첨단 IT 기업들이 프라이싱(pricing)을 낮춰준다. 인플레이션을 낮춰주는 것이다. 이런 변화들로 인해 인플레이션 강도가 세지 않은데 경기는 살아나는, 기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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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증권 제공



- 끝으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역전 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말해달라.

“2000년대 초반에도 두 나라의 금리가 역전된 적 있다. 그런데 다시 쫓아가더라. 만약 오는 9월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이후 3~6개월 안에 한국도 금리를 올릴 것이다. 미국이 금리를 12월에 올린다면 한국도 그만큼 늦출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장단기 금리차는 50~60bp(1bp=0.01%포인트) 수준에 불과하다. 장기 금리가 오르지 않는데 단기 금리를 막 올렸다가는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 한국의 금리 인상 속도는 미국보다 더딜 수밖에 없다.

이와 별개로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정말로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할지에 대해 고민해보자. 글로벌 증시와 비교하면 한국 주식시장은 싼 편이다. 외국인이 굳이 팔고 나갈 이유가 없다. 수출도 꺾일 타이밍이 아니다. 물론 채권은 팔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금리가 안 오르는데 팔겠나.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

조선비즈는 증권사 리포트 중에서 베스트 리포트를 선정해 애널리스트를 심층 인터뷰 하는 [리포트 인터뷰] 코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증권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이 매주 추천한 리포트들 중에서 조선비즈 금융증권부가 베스트 리포트를 선정합니다. [편집자 주]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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