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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즉각 1만원" vs "줄도산한다"…文정부 첫 최저임금 논의 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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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 코앞인데 노사 팽팽…열쇠 쥔 공익위원 '고민'

현장 최저임금 결정 주목…"유연한 대책 마련해야"

뉴스1

어수봉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5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장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 중 생각에 잠겨 있다. 2017.7.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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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박정환 기자 = 노동계와 경영계가 최저임금위원회 회의를 거듭하고 있지만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수준에 대한 간극을 한 발짝도 줄이지 못한 채 협상 마지노선인 오는 16일까지 공전을 이어갈 태세다.

실질적으로 최저임금을 주고 받아야 하는 현장에서는 최저임금 결정에 온갖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어느 때보다 높은 인상이 예상되는 문재인정부 첫 최저임금 결정이 눈 앞으로 다가온 만큼 부작용을 완화하는 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노사 최저임금 공방 장기화…키는 공익위원이 쥘듯

11일 최저임금위에 따르면 전날(10일) 열린 '제9차 전원회의'에서도 노사는 내년도 최저임금 합의에 실패했다. 향후 전원회의는 오는 12일과 15일 두차례 남았다.

이미 법정시한(6월29일)을 넘긴 최저임금 결정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최종 확정고시일(8월5일) 20일 전인 7월16일까지는 합의안을 도출해야 법적 효력을 얻는다. 따라서 15일 예정된 제11차 전원회의가 마지노선이다.

노동계가 제시한 최저임금 최초안은 시급 1만원(54.6% 인상), 경영계는 시급 6625원(2.4% 인상)이다. 지난달 30일 열렸던 '제6차 전원회의'에서 이 안이 제시된 이후로 협상은 공전을 거듭했다.

노동계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핵심이유는 '가구 생계비'다. 최저임금 노동자 중 절대다수가 핵심 소득원이며 이들 가구의 평균 가구원 수(2~3명)를 고려한 가구 생계비가 평균 월 251만여원에서 363만여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노동계 측은 "최저임금 1만원이 됐을 때 월급으로 환산하면 209만원으로 여전히 가구 생계비의 턱 끝에도 못미친다"며 "그럼에도 최소 생계비는 보장해달라는 아주 최소한의 요구"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밖에 노동계 측은 Δ날로 악화되고 있는 임금·소득불평등 해소 Δ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저임금노동 해소 Δ노동소득분배구조 개선 등을 최저임금 인상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최저임금은 저임금 단신근로자의 최저생계 보장을 목적으로 한 만큼 인상요인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저임금 대상 계층과 유사한 소득수준인 하위 25% 계층의 한달 생계비가 109만2530원인 것을 감안할 때 현재 최저임금(시급 6470원, 월급 135만2230원)도 이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경영계 측은 "2001년 이후 국민경제생산성은 연평균 4.7% 인상됐지만 최저임금은 8.6% 인상돼 노동생산성 측면에도 인상요인은 없다"며 오히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영세기업의 부담이 가중됐다"고 반박한다.

다만 경영계는 노동시장 이중구조화 완화 등을 위해 소득분배 개선이 필요하다고 인식, 최근 3년간 소득분배 개선분의 평균값인 2.4%를 인상폭에 반영했다. 결국 노동계와 경영계의 최소한의 교집합은 '소득분배 개선'뿐인 셈이다.

노사의 공방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결국 협상 막판의 키는 공익위원이 쥘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위가 시작된 1988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익위원의 안을 통해 최종적으로 표결을 한 경우는 총 30번 중 16번으로 절반이 넘는다. 특히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전부 공익위원의 안을 기초로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특히 이번 협상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을 통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라는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터라 공익위원도 인상안 제시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모습이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위해선 올해부터 3년간 매년 15.7%씩 최저임금이 인상돼야 한다. 최근 인상률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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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노총 회원들이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최저임금 1만원실현' 양대노총 대표자 기자회견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7.7.1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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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인상해야" vs 소상공인 "줄도산"…부작용 대책 마련해야

실질적으로 최저임금을 주고 받는 현장에서는 공방이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달 전국 알바생 10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최저임금 1만원을 2020년까지 인상하는 것에 대해 과반인 55.1%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즉각 인상해야 한다'는 응답도 22.7%나 됐다.

하지만 사용자측인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지난 10일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통계청 자료를 근거로 2020년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는 과정에서 외식업체 종업원이 28만명 가량 실직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연구를 맡은 서용희 연구원은 "다양한 변수가 있지만 외식업이 인건비 부담으로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예측된다"며 "사업주는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종업원 수를 줄이거나 폐업을 결정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중소기업 332개 업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될 경우 56%에 달하는 중소기업이 '신규채용 축소'를 예고하기도 했다.

최저임금위에 참여하는 경영계는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소상공인이 많은 8개 업종(ΔPC방 Δ편의점 Δ슈퍼마켓 Δ주유소 Δ이·미용업 Δ일반음식점업 Δ택시업 Δ경비업)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인상률의 2분의1 수준으로 적용하는 업종별 차등 적용을 제안했으나 지난 5일 8차 전원회의에서 표결 끝에 부결되면서 소상공인측 위원들이 9차 전원회의를 보이콧하는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기본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지역별, 업종별 차등 적용이 적지 않다는 점도 제시되고 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지금도 최저임금을 일부러 안지키는 게 아니라 지키지 못하는 영세사업주가 상당히 많다"며 "미국의 경우처럼 최저임금을 정하되 이를 일괄적으로 적용하지 말고 지역별, 업종별로 차등을 두는 유연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독일이나 일본, 미국, 캐나다 등도 최저임금을 업종·직종별로 차등 책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안이다.

이윤재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은 저소득 근로자에게는 소득보전 효과가 있지만 소상공인에게는 그만큼 비용이 들기에 양면성이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1만원 달성 자체에 매진하기보다는 상황에 맞게 완급조절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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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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