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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김세형 칼럼] 한미정상회담후 중국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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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김세형 칼럼] 전문가의 눈에 한미 정상회담 선언문 중 가장 눈에 걸리는 대목을 지적해달라고 하자 천영우 전 청와대 수석은 1) 한·미·일 방위협력이 중요하다 2) 규범에 기초한 아시아태평양 질서 두 부분을 꼽았다.

아주 평범한 두 구절을 아마 언론이 짚어내지 못하고 넘어갈 것으로 그는 보았다. 나머지 북한 핵문제나 방위비 분담, 그리고 한미 FTA 등에 관한 언급은 충분이 예측가능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파악했다.

도대체 추상적인 어투에 불과해 보이는 1), 2)가 무엇이 그리 의미심장하단 말인가. 첫째, 한·미·일 방위협력은 중국 포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동아시아 판도를 변화시킬 만한 중대한 변화라는 것이다. 이는 남중국해를 겨냥한 의미도 크다고 그는 분석했다. 산호초를 인공섬으로 북돋워 올려 전투기, 수송기, 항공모함 군사기지로 변형시킨 스프래틀리군도, 파라셀군도, 그리고 필리핀에 가까운 스카버러 쇼울 같은 핵심지역을 말한다. 이것에 대해 언젠가는 미국이 한국, 일본과 더불어 견제하겠다는 의미를 이번 정상회담에서 굴레를 씌었다는 이야기다.

둘째, 규범에 기초한 아태 질서-여기엔 또 무슨 깊은 뜻이 숨어 있는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국이 무력사용에 의해 지배하려 들 경우 한·미·일이 협력하여 공동대응한다는 의미다.

이 정도 요구사항이라면 보수정권도 수용하기 어려운 이야기며 진보정권인 문재인정부가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으로 천 전 수석은 분석했다. 그는 이 두 가지는 사드보다 훨씬 큰 문제이며, 결국 사드 모호전략으로 중국을 달래려 한 계책이 혹을 떼려다 잔뜩 혹을 붙인 결과를 낳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이 두 가지 조항은 한미 정상회담 합의문 초안에는 없었던 것인데 막판에 정상회담 발표문을 내놓기에 앞서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합의는 없다고 압박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공동성명이 나오기까지 7시간이 소요된 배경과 관련 있는 걸까.

한미 정상회담 직전 미국은 중국 단둥은행이 북핵을 돕는다 하여 거래제재은행으로 발표했다. 과거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거래제재 시 북한이 비명을 지른 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중국은행이 당한 것이다. 미국은 근래 대만에 무기수출 허용, 중국을 인권보호 3등급국으로 분류 등의 조치를 취했다. 미국이 3종세트로 중국을 핍박함으로써 미·중 간 100일간의 허니문은 끝났다는 가시돋친 설전을 두 나라 매스컴이 연일 주고받고 있다.

정상회담에서 사드를 논의했다는 발표문은 없었으나 그 이전에 미 상·하원 간담회에서 문대통령은 "혹시라도 저나 새 정부가 사드 배치를 번복할 의사를 가지고 절차를 밟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버려도 좋다"고 말했다. "사드는 한국민과 주한미군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환경영향평가 때문에 절차가 너무 늦어지는 것 아닌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는 기정사실이며 환경평가를 빌미로 늦추지도 않겠다고 확약한 것이다. 이것 정도면 사드 전략은 모호의 베일을 벗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 맥 손베리 군사위원장 등이 사드 관련 확인에 감사드린다고 못 박았다. 기왕 이렇게 할 바에야 사드는 박근혜정부가 해치운 일이라고 처음부터 꼬리자르기로 가는 게 문의 선택으로 낫지 않았을까.

문 대통령은 미국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 강연에서 "사드 배치는 한국의 주권 사안"이라며 "한국의 주권적 결정에 대해 중국이 부당하게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G20 회담이 열리는 독일에서 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7월 중 맞닥뜨리게 된다. 중국은 미국에서의 발언 장면들을 똑똑히 보았을 것이다.

다시 한번 한미 정상의 발표문 핵심을 추려보자.

▶먼저 문 대통령이다.

북한 핵 관련 단계적, 포괄적 접근을 바탕으로 북은 대화 테이블에 복귀하라. 동맹의 미래를 위한 양국 경제협력과 일자리 창출을 함께 노력하자. 웜비어 씨 사망 관련 북한 인권 증진에 노력한다. 트럼프는 금년 중 방한을 수락했다.

▶트럼프의 연설문 핵심이다.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 북한제재를 강화하자. 미국이라는 자국, 동맹국을 늘 방어할 것이다.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이 중요한데 특히 이 행정부에서 그렇다. 한미 무역협정 체결 후 미국은 110억달러 적자가 증가했다. 좋은 딜이 아니다. 자동차 철강 무역이 심각하다고 지적하니 문 대통령이 공정경쟁의 장을 만들겠다 약속했다. 중국 철강을 덤핑수출하지 말아달라. 이외 별개로 공동성명에는 전작권 조기환수 내용이 들어 있다.

양 정상의 발표문은 안보(북한 핵)와 경제(한미 FTA)의 두 갈래다. 어찌보면 무역문제가 가장 실리적이고 컸는데 국무위원 중 강경화 외무장관 외에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 테이블에 마주앉은 한국 측 경제장관이 한 명도 없는 게 썰렁해 보였다.

아무튼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문 대통령은 국내에서 2단계 전략을 강조했는데 공동선언문에 넣지 못했다.

트럼프는 한국의 북한과의 대화 의지는 평가하되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 도발하면 응징밖에 없다"고 호흡이 짧다.

두 정상은 웜비어의 사망 등에 조의를 표하면서 '자국민 보호'라는 언급을 한다. 사드 배치의 논리는 북의 핵공격으로부터 미군 보호였다. 사드 배치 연기의 불만을 애둘러 그렇게 표현한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사드를 단칼에 해결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을 방위비는 분담하라, 한미 FTA 110억달러 적자 증가. 자동차 철강을 구체적 적시하여 한국이 해결해달라고 압박했다. 주한미군 비용 분담은 "특히 이 정부에서 중요하다"고 트럼프는 꾹꾹 눌러서 말한 게 심술이 느껴질 정도다.

한미 FTA 재개라는 확실한 표현에 대해 우리 측은 공동선언 합의문에 없다고 부인한다. 그런데 트럼프는 만찬 후 '새로운 협정을 하겠다'고 트윗을 날렸다. 트럼프의 무역 관련 장관들도 재협정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라는 격언이 어떻게 다가올지 두고보면 알 것이다. 올가을 일본 중국을 들르는 길에 한국에 올텐데 그때가서 또 시끄러운 의제가 된다면 우리로서도 고약하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가장 큰 숙제는 뜻밖에도 중국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나가느냐가 될 전망이다. 한미 정상회담 직전 이해찬 전 특사를 불러 다시 사드 철회를 압박할 정도로 집요하다. 기업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수출품을 보내면 통관 자체가 안된다고 아우성이다. 사드 보복은 최근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한중 정상회담, 한일 정상회담이 첩첩 가시밭길이다. 달밤에 누각에 올라 옛시조를 읊던 한·중·일 관계는 어디로 갔는가. 설상가상 미국-중국이 허니문이 끝났다며 싸우는 형국이 강화되면 한국은 더욱 어렵게 된다. 외교에 가정이란 없지만 사드, 북핵 문제에서 미국과 일치된 견해였다면 한미 정상회담은 어떤 주제로 대화했을까. 시진핑 주석이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라고 한 이야기를 트럼프는 문 대통령에게 슬그머니 얘기해줬을까. 두 사람 사이에 박장대소한 순간은 있었을까.

[김세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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