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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인권위 “양심적 병역거부자 문제… 이제는 대체복무제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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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장관에 대체복무제 도입계획 수립 및 이행 권고

국가인권위원회가 28일 정부에 양심적 병역거부자 문제 해결을 위한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권고했다. 2005년 첫 권고 이후 다섯 번째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정부부처에 인권위 권고를 적극 수용하라고 한 데다, 제도 도입 자체가 문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전보다 권고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 하지만 대체복무 판정 기준 등 구체적으로 아직은 사회적 합의가 미진하고, 제도 자체를 극구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남아 있어 향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인권위는 전날 상임위원회 의결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보장하는 대체복무제 도입 계획 수립 이행을 국방부 장관에게 권고하기로 하고, 국회의장에게는 국회에 발의된 병역법 개정안(3건)을 조속히 보완하라는 의견을 표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도 도입 요건으로는 국방부에서 독립된 공정한 대체복무자 판정기구와 절차, 적절한 복무기간(현역 1.5배 수준), 단체합숙을 원칙으로 하는 생활형태 등을 제시했다.

인권위 결정은 “국민적 합의가 무르익었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 15세 이상 국민 1,504명 대상 국민인권의식조사에서 제도 도입 찬성 비율이 2005년 10.2%에서 46.1%로 훌쩍 증가했다는 게 주요 근거다. “도입이 가능할 만큼 국민 인권의식이 높아졌다”는 게 인권위 판단이다.

인권위 안팎에서는 “이제 때가 됐다”는 긍정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그 동안 인권위 권고는 모두 수용되지 않았지만, 이번만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하다. 인권위 내부에서는 “지난 10년간의 인권위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맺게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신중론 역시 만만치 않다. “안보상황에 대한 긍정적인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게 국방부의 여전한 입장인데다,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사람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기고 병역기피자만 양산할 것”이라는 비판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25일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 거부는 병역법상 처벌이 면제되는 ‘정당한 사유’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인권위가 공식 권고를 하면 그 때 관련 내용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른 시간 내 제도 도입을 두고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그 이후 풀어내야 할 난제도 산적해 있다. 인권위가 제도 도입 요건으로 제시한 대체복무자 판정기구와 절차 마련이 대표적이다. 어떤 잣대로 대체복무자와 현역복무자를 판정할 것인지, 개인적인 신념과 무관한 병역기피자를 어떻게 가려낼 수 있을 것인지 등에 관한 합의가 그리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적절한 복무기간을 두고도 여전히 여러 이견이 있다.

이와 관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국제엠네스티 등에서 활동하며 대체복무제 도입 목소리를 내왔던 전문가 10여명은 합리적 대체복무제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론은 조만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전달될 예정이다.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지금까지는 사실 어떤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인지 구체적인 이야기는 빠져 있었다”며 “대체복무제가 또 다른 처벌이나 차별이 되지 않도록 이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에 따르면 현재(4월 말 기준) 국내에는 최소 397명이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를 이유로 수감 중이며, 지난 60년간 누적 수감자는 1만9,000명에 달한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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