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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돈 받고 심사한 의사, 명의 빌려준 변호사 …검찰, 산재보상 심사 비리 무더기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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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상금의 지급액을 결정하는 장해등급을 조작한 이들을 검찰이 대거 적발해 기소했다. 이 중엔 산재 브로커에게 돈을 받고 허위 진단서를 발급한 의사와 명의를 빌려준 변호사 등도 포함돼 있다.

검찰에 따르면 '산재보상 심사 비리'는 산재 브로커를 중심으로 산재보상금 지급 과정에서 주요 역할을 하는 근로복지공단 직원과 자문의사, 산재지정병원의 원무과장과 의사 등이 조직적으로 얽혀 있었다.

중앙일보

산재보상 심사 비리 구조도. 자료: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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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보상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산재지정병원에서 진단서를 발급 받아 장해급여신청서를 접수해야 한다. 공인노무사나 변호사만이 환자 본인 외의 신청을 대리할 수 있다. 근로복지공단이 자문의사의 심사를 거쳐서 장해등급을 결정하면 이에 따라 산재보상금이 지급된다.

산재 브로커들은 산재지정병원의 원무과장을 통해 산재 환자를 소개 받았다. 이들은 산재 환자에게 "높은 장해 등급을 받아주겠다"며 사건을 위임 받고 환자들이 지급받은 산재보상금의 20~30%를 수수료로 받았다. 24억여원 규모의 수수료를 챙긴 브로커 이모(38·구속 기소)씨를 비롯해 적발된 16명의 브로커가 불법 수임한 금액은 약 76억원이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불법 수수료의 일부를 산재지정병원 원무과장에게 제공했다. 환자 소개비, 진단서 발급비 등의 명목이었다. 원무과장들은 산재병원 의사에게 환자가 원하는 장해진단서를 발급해 달라고 부탁한 혐의도 있다. 원모과장 윤모(36·불구속 기소)씨는 브로커 김모(48·구속 기소)씨로부터 610만원을 받고 의사에게 부탁해 허위 진단서를 발급 받았다. 환자의 실제 '척추 압박율'은 37% 수준이었지만 56%로 진단해 장해등급 9등급 판정이 나왔다. 이번 수사로 산재지정병원 총 네 곳이 이런 허위진단서를 발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산재 브로커들은 원하는 장해등급을 받기 위해 근로복지공단 직원과 자문의사에게 뇌물을 준 혐의도 받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의 한 지사에서 차장으로 근무한 이모(53·구속 기소)씨는 브로커에게 금품을 받고 자문의사에게 청탁을 한 뒤 심사 결과를 미리 알려줬다. 그 대가로 브로커 3명으로부터 3750만원 상당의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 대금을 포함해 총 1억2900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팀은 "특정 요일에 어떤 자문의사가 심사 하는지 예측할 수 있어 이런 로비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건당 50만~100만원을 받고 허위로 장해등급을 결정해온 대학병원 소속 의사 5명이 기소되고 그중 3000만~4000만원을 편취한 의사 두 명은 구속됐다.

브로커들에게 명의를 빌려 준 변호사·공인노무사들도 적발됐다. 이들 중 일부는 브로커와 함께 노무법인을 설립하고 알선 직원 10여 명을 고용해 기업형으로 로비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명의를 빌려준 대가로 이들은 350만~400만원을 월급 명목으로 받았다. 검찰은 "대한변호사협회와 공인노무사회에 이들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이용일)는 28일 이와 같은 '산재보상 심사 비리'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산재 브로커(뇌물공여 등 혐의) 16명, 근로복지공단 직원(뇌물수수 등 혐의) 6명, 근로복지공단 자문의사(배임수재 혐의) 5명, 산재지정병원의 원무과장 및 직원(배임수재 등 혐의) 5명, 의사 1명(의료법 위반 등), 변호사(변호사법 위반) 2명, 공인노무사(공인노무사법 위반 등 혐의) 4명 등 총 39명이 기소되고 그중 16명은 구속됐다. 검찰은 "산재보상금은 모든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납부하는 보험료와 국가의 예산을 재원으로 한다. 이번에 적발된 일당은 국민에게 피해를 끼쳤다"고 설명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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