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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미국인 임원이 본 '현대자동차 푸상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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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현대자동차 푸상무 이야기', 책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기업이 '브랜드'를 강조하면 홍보용 헛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우리의 경우는 그런 게 아니었다고 장담할 수 있다. 기업에게 브랜드는 일반 자산과 똑같이 중요하다. 기업을 평가할 때는 재정 상태와 제품, 자산, 경영, 배달, 마케팅을 비롯해 십여 가지 분야를 철저히 분석해서 브랜드 가치를 산정한다."(119쪽~120쪽)

프랭크 에이렌스(53) 전 현대자동차 글로벌 홍보 부문 상무가 '현대자동차 푸상무 이야기'를 냈다.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대를 졸업한 그는 미국 워싱턴 포스트에서 18년간 기자로 일하다 2010년 현대자동차로 옮겨 2013년 말까지 글로벌 홍보 부문 상무 겸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이사로 출발해 2년 근무 후 상무로 승진, 현대자동차 국내 본사에서 일하는 외국인으로서는 가장 높은 직책에 올랐다.

저자가 한국에서 일한 3년여의 시간은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현대자동차의 노력이 빛을 발한 시기였다. 한국 근무를 하며 '전장의 상처' 같은 것을 입었다고 고백한다. 크고 작은 문화적 충돌은 물론이고, 치열한 사내문화에서 외국인으로서 겪는 어려움이 적지 않아서다.

치열한 경쟁과 일사불란함이 공존하는 한국 사회의 패러독스를 쉽게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서울 근무를 마칠 때쯤에는 그 경쟁심이 바로 한국 사회를 이끄는 원동력이었다고 이해한다.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의 서울생활 회고는 애정으로 일관돼 있다. "가끔, 정말 가끔은 테이블 한가운데 소고기가 잔뜩 놓인 지글거리는 불판 앞에 어깨를 부대끼며 앉아 있던 그 시절이 그립다. 불티가 튀고, 소주병이 오가고, 연기와 웃음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따스함이 모두에게 스며들었다. 정이 넘쳐났고, 외국인도 그때는 이방인이라는 기분을 조금은 덜 느꼈다."

자신은 서울에 있고, 아내와 갓난 딸은 자카르타에 떨어져 사는 가정적인 어려움을 감당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우리는 마침내 깨달았다. 아내와 나는 가족으로서 마땅히 함께 있어야 할 시간을 다름 아닌 돈과 맞바꾸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악마와의 거래'였다." 그와 외교관인 그의 부인은 모두 4년의 근무기간 중에서 계약 기간 10여 개월을 남기고 해외생활을 정리하기로 결심한다. 그의 사정을 아는 현대 측은 사직을 선선히 받아들여 주었다고 했다.

"총각 때도 그랬고, 결혼하고서도 나는 스스로를 행운아라고 생각했다. 총각 때는 외동아들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결혼 생각이 없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외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자신에게만 몰두하다 보니 동반자가 없어서 허전하다는 생각은 든 적이 없었다. 절반이 비었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그러다 결혼하고 나니 누군가와 함께 행복하게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하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이다. 나는 지금 아내와 떨어져 있고, 아내는 내가 없는 가운데 혼자서 임신의 어려움을 감당해 내고 있었다. 그 때문에 외롭다는 생각뿐만이 아니라 나 자신이 나쁜 남편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269쪽)

"자동차 업계에서는 '좋은 제품이 답'이라는 말을 한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자기들이 만든 제품 라인업을 'product'(제품)라고 부른다. 관사를 붙여 'the product'라고 하지 않고, 자부심을 담아 그냥 'product'라고 하는 것이다. 반짝반짝 하는 예쁜 신차는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 정도로 진한 감동을 안겨준다. 자동차 회사는 멋진 제품을 계속 생산해 내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신뢰를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286쪽)

저자는 "현대차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보낼 떄 팀장인 벤이 나와 함꼐 보낸 3년여의 시간이 '보약' 같았다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가끔 약을 마시지 않겠다고 버텼고, 먹기에 달지도 않은 약이었다. 하지만 함께 한 그 시간은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준 보약이었다. 달리 더 좋은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기동 옮김, 384쪽, 프리뷰, 1만7000원.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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