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 16조원 세금 추징한지 1년도 안돼 구글에 '과징금 철퇴'
스타벅스·애플·아마존 등 다른 미국 기업들도 수사받고 있어
"미국 실리콘 밸리에 대한 유럽의 반감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새 정부의 '김상조 공정위'의 움직임에도 영향 미칠 것으로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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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반독점규제 당국의 칼날이 애플·페이스북에 이어 구글까지 미국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을 연이어 겨누고 있다.
EU 반독점규제 당국은 지난해 8월 미국 기업 애플에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았다"며 130억 유로(약 16조6000억원)의 과징금을 매긴 지 1년도 채 안 돼 구글을 조준했다. EU는 이번 건 외에도 구글의 광고 서비스와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의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세계 최대 IT 기업인 구글이 27일 역대 최대 과징금(24억2000만 유로, 약 3조원) 폭탄을 맞게 되자 이번 EU의 조치가 미국과 유럽 간의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5월에는 EU집행위원회가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허위 정보를 전달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벌금 1억1000만 유로(약 1350억원)를 부과하기도 했다.
또 다른 미국 거대기업인 스타벅스·애플·아마존·맥도날드 등의 불공정 거래 혐의도 EU의 조사 선상에 올라 있다. 미국 기업에 대한 '과징금 폭탄'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자국 기업 이익 지키기를 강조하고 있는 것과 반대로 EU는 미국 기업들에 대한 조사에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EU 경쟁 당국이 이번에 구글에 과징금을 매긴 이유는 "2008년부터 구글이 자사의 온라인 검색 지배력을 이용해 경쟁자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자사의 쇼핑과 여행·지역 검색 같은 서비스에 혜택을 줬다"는 것이다. 구글이 자사 서비스의 노출을 위해 경쟁사 홈페이지 노출을 의도적으로 줄이는 등 검색 결과를 조작했다고 EU는 보고 있다.
그러나 구글이 "EU의 거액 과징금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며 EU 법원에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논란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EU 경쟁 당국의 이번 조치가 자국 시장과 데이터를 '싹슬이'하고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대한 유럽의 반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 구글·페이스북 등 미국 IT 기업들은 검색·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공지능(AI) 등 각 분야에서 유럽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유럽 소비자들의 데이터를 구글 등 미국 IT 기업들이 확보해가는 것도 유럽 입장에서는 난제다.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한번 빅데이터 관련 시장을 놓치면 후발주자에겐 좀처럼 이를 만회할 기회가 오지 않는다. 네트워크 효과란 서비스 이용자가 많을수록 서비스 질이 좋아지고, 그래서 이용자가 다시 늘어나는 효과를 말한다.
유럽뿐만 아니라 러시아·인도 등도 구글에 대한 제재에 나서고 있다. 안드로이드폰 점유율이 86%에 이르는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8월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자사의 기본 애플리케이션(앱)을 선탑재했다"며 680만 달러(약 7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구글은 지난 4월 "앱 선탑재를 하지 않겠다"고 러시아 경쟁 당국과 합의했다.
인도 경쟁 당국은 2015년 8월 "구글이 검색 결과를 조작했다"고 결론 내리고 법원에 제소했다. 최근에는 구글의 '스트리트뷰' 서비스를 안보 이유로 불허했다.
이번 EU의 과징금 철퇴가 국내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거리다. 앞서 나가지는 않지만 주요 국가 경쟁 당국의 조치를 주의 깊게 지켜보며 따라가는 국내 경쟁 당국 속성상 이번 조치는 공정위 결정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도 지난 2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IT 대기업들의 빅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문제는 없는지, 이를 활용한 산업에서 후발주자의 시장 진입을 저해하지는 않는지 면밀히 검토하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EU 경쟁 당국이 문제 삼은 부분은 쇼핑 서비스지만 국내에선 구글은 ^안드로이드 OS에 자사의 기본 앱을 깔아 다른 앱의 진출을 막았다는 ‘앱 선탑재’ ^모바일 앱 유통계약을 통해 삼성의 OS 개발을 방해한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다.
그간 글로벌 대기업에 다소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공정위는 최근 달라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통신업체 퀄컴에 대해 "특허권을 남용해 경쟁을 제한하고 과도한 이익을 챙겼다"며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간 구글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공정위가 EU 결정 등에 영향을 받아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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