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주권 이양 20주년을 기념하는 광고판 앞에서 한 가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홍콩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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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뿐 아니라 홍콩으로 이주해 온 중국인도 대폭 늘어났다. 26일 퇴근시간에 행정기관과 금융기관,기업 사무실이 밀집한 애드미럴티 역에서 지하철을 타니 홍콩인들이 쓰는 광둥어나 영어 뿐 아니라 표준 중국어인 푸퉁화(普通話)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홍콩섬과 카오룬(九龍)반도를 오가는 연락선인 스타페리에서 만난 저우(周)는 연신 ‘축하 홍콩 반환 20주년’이라 쓰인 대형 조명을 배경으로 일행들에게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관광객이냐”고 묻자 “홍콩에서 산 지 오래 됐다”며 “고향 친척들을 초청해 홍콩 구경을 시켜주는 중”이라고 했다. 저우처럼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중국에서 건너온 이들을 ‘신(新)이민’이라 부른다. 1949년 중국 공산 정권 수립을 전후해 넘어온 세대와 중국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시절 목숨을 걸고 홍콩으로 건너온 불법월경자에 이은 제3의 이민행렬인 셈이다.
홍콩-주하이-마카오를 잇는 총연장 55㎞의 강주아오 대교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홍콩 신화사=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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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택시기사 우(伍)는 “홍콩에서 일자리를 구한 사람은 물론 홍콩 남성과 결혼하려는 여성 등 다양한 부류의 사람이 홍콩으로 건너오고 있다”며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중국 사람이 넘어오고 결혼으로 인적 융합이 일어나면 어느날 홍콩이 중국에 동화될 것을 내다본 중국 당국의 전략 아니겠냐”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과거 신장(新疆)과 티벳 등 소수민족 거주지역에 한족의 이주를 장려한 것과 비슷한 수단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홍콩인들이 신이민을 보는 시각은 그다지 곱지 않다. 직장 여성 재클린 창은 “중국 정부의 영향권 아래 있는 홍콩 당국이 신이민에게 우대 정책을 펴고 있다”며 “홍콩인들이 정부가 저렴하게 공급하는 공영주택에 입주하려면 7∼8년씩 기다려야 하는게 예사지만, 중국인들은 합법이든 편법이든 방법을 동원해 1∼2년만에 입주 자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학자 출신의 야당 의원 쳉충타이(鄭松泰)는 2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더 큰 문제는 단청증 발급 대상자를 홍콩 당국이 아니라 중국측이 정한다는 데 있다“며 ”홍콩 정부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홍콩 도심 빌딩 외벽에 주권 이양 20주년을 기념하는 LED 조명이 빛나고 있다. 예영준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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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보안국의 통계에 따르면 2009년 이후 매년 7000∼8000명이 해외 이민을 가고 있다. 줄곧 미국, 호주, 캐나다가 선호대상이었지만 최근에는 문화와 생활환경이 비슷하고 언어가 통하는 대만 이민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중국 비판 서적을 출판하다 중국 당국에 연행돼 6개월 이상 감금됐던 퉁루완(銅?灣) 서점의 람윙키(林榮基)점장은 "대만으로 옮겨 출판 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콩 당국에 의해 폐쇄된 서점 퉁루완. 예영준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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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중국 정부는 홍콩과의 일체화 작업을 가속화해왔다. 그 작업은 경제 활동 뿐 아니라 신이민의 홍콩 유입을 통한 인적 융합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홍콩인 스스로가 느끼는 정체성은 그런 노력과는 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달 홍콩대학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63%의 응답자가 “나는 홍콩인”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중국인”이라고 대답한 사람(35%)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홍콩=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예영준 기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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