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왓챠·11번가·홈앤쇼핑 등
음악·영화 등 상품 구매 이력 분석
소비자 취향에 맞는 서비스 추천
“많은 정보 추려내는 시간 절약”
“특정 성향으로 소비 몰릴 우려”
이용자의 취향을 정확히 예측해 좋아할 만한 상품을 추천하는 ‘큐레이션 서비스’가 뜨고 있다.
큐레이션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전시를 책임지면서 작품 설명을 하는 ‘큐레이터(Curator)’에서 파생된 말로, 최근엔 ‘취향 분석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의 의미로 많이 쓰인다.
영화·음악·쇼핑 관련 상품을 추천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하고 있는 왓챠·멜론·홈앤쇼핑(왼쪽부터). [사진 각 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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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기능을 통해서는 ‘따뜻한 아랫목에서 뜨거운 차를 마시며’나 ‘커피숍에서 낙엽 지는 가을을 감상하며’처럼 상황 설정이 가능하다. 그 상황에 맞는 음악이 추천 리스트로 올라온다. ‘셀프 디제잉’ 기능에서는 익숙한 음악과 새로운 음악의 비율, 선호 장르의 반영 비율, 선호 아티스트의 반영 비율을 세부적으로 조정할 수도 있다. KT가 서비스하는 지니뮤직도 ‘마이 스타일’ 기능을 통해 최근 1년간 들었던 음악 목록을 분석해 맞춤 음악을 제공하고 있다. 멜론의 방지연 홍보팀장은 “큐레이션 기능의 핵심은 소비자의 T·P·O(Time·Place·Occasion, 시간·장소·상황)를 추천 알고리즘이 섬세하게 이해해 적중률을 높이는데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 분야에서도 큐레이션 서비스가 활기를 띠고 있다. 영화 서비스 ‘왓챠’는 2억6000만개의 영화 평점 데이터를 분석해 이용자의 ‘취향 저격’ 영화를 추천한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영화를 보고 별점을 매기면 ‘어떤 영화를 봤는지’와 ‘몇점을 줬는지’를 분석한 뒤, 맞춤 영화를 추천하고 아직 보지 않은 영화의 예상 별점도 제공한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이선화(22·여)씨는 "재미없는 영화를 보면 2시간을 낭비했다는 기분이 드는데 왓챠를 이용하면서부터 작품 선택에서 실패 확률이 줄어 들었다”고 말했다.
포털 네이버는 뉴스 소비에도 큐레이션 기능을 적용해 300여 개의 연재와 컬럼 묶음에서 개인의 관심사에 적합한 뉴스를 자동 추출한 뒤 랭킹으로 만들어 추천해 준다. 네이버에 따르면 이 서비스를 적용한 후 1인당 뉴스 소비량은 이전보다 17%, 동영상은 18%가량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 업계에선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을 분석해 필요한 상품을 추천하는 큐레이션 기능이 이미 보편화돼 있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운동복을 보면서 최저가 위주의 상품을 보았다면 그 가격대와 비슷한 관련 제품들을 추천하는 식이다. 성별이나 나이대를 고려해 관심 상품을 추천하는 기능도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G9’, 11번가는 ‘쇼킹딜’ 같은 이름의 큐레이션 전문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롯데홈쇼핑 앱에서는 코믹영상, 상황극 같은 재미있는 영상과 상품 판매를 연계한 이색 큐레이션 쇼핑 서비스 ‘쇼룸’을 선보이고 있다. 중소기업 제품 전문 TV 홈쇼핑 업체인 ‘홈앤쇼핑’도 이용자의 과거 구매 이력과 선호도 등을 분석해 상품을 추천한다.
큐레이션 서비스가 고도화되고 적중률이 높아지는 배경은 3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고객의 이용 경험이 쌓이는 빅데이터가 존재하고, 이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 수준이 높아지고 있으며, 분석한 내용을 추천 기능으로 연결하는 알고리즘 기술이 고도화되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전문가인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는 "빅데이터라는 광활한 바다에서 소비자에게 의미가 있을 만한 생선을 콕 찍어 밥상에 올려주는 기술이 큐레이션”이라며 "콘텐트 제공 업체들은 서비스의 이면에서 ‘알고리즘 정교화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에서는 ‘큐레이션 과잉 의존증’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다.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장은 "과도한 ‘취향 편식’은 이용자의 사고와 시각을 좁히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는 디지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큐레이션은 삶의 편의를 높여주지만 삶의 지평을 넓히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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