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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출연연 울타리 내 中企연구소 육성센터…“서로 자주 보는 게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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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화학硏 ‘중소기업부설연구소 육성센터’ 가보니…2025년 150개 화학 강소기업 배출 목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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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부설연구소 육성센터/사진=화학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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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대덕연구단지 한국화학연구원(KRICT, 이하 화학연)에 위치한 중소기업부설연구소 육성센터. 낡은 연구동을 새롭게 리모델링해 출범한 이곳엔 각 방마다 고해상도 현미경 등 바이오기술(BT) 실험 장비가 널브러져 있다. 서류 뭉치도 수북하게 쌓여 있다. 복도는 마치 대학 학생회관처럼 정수기 등 필요시설만 갖춘 단출한 인테리어가 차분하고 단정한 느낌을 안겨줬다. 안내를 맡은 화학연 정현교 중소기업지원센터 협력사업기획팀장은 “기업부설연구소들이 올초 입주를 시작해 아직 정리가 안 된 곳이 많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콘텍트렌즈 제조사 인터로조 실험실 문 앞에는 가수 겸 배우 수지를 전속모델로 한 제품 포스터가 붙어 있다. 정현교 팀장은 “다들 성공하면 연예인 모델을 쓸 거라며 부러움에 찬 눈으로 본다”며 “이곳에 입주했거나 앞으로 입주할 기업 대부분이 마케팅이나 판촉 관련 컨설팅 지원을 받고 있거나 받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중 연구원 내에 중소·중견기업 부설연구소가 입주할 수 있는 건물을 지어 운영하는 곳은 현재 화학연이 유일하다. 2000년 초반부터 대부분의 출연연이 창업보육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화학연은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 대신 기업 부설연구소를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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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연 디딤돌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화학 관련 중소·중견 기업들에게 화학연 연구인프라와 축적된 연구개발(R&D) 노하우를 전수해 기술 혁신 역량을 강화, 향후 독자 기술개발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센터 운영을 위해 화학연 출연금의 17% 정도를 과감히 떼 내 쓰고 있다. 화학연은 이 사업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150개의 화학 관련 강소기업을 배출한다는 목표다.

이곳에서 만난 김영목 지티사이언 기업부설연구소 소장은 “여기서 효자상품을 만들었다”며 ‘IoT(사물인터넷) 시약장’을 소개했다. IoT 시약장은 화학연과 기술협업을 통해 만든 필터를 내장해 시약병에서 발생하는 산, 염기, 휘발성 유기화합물, 악취 등 유해물질을 99.7% 정화한다. 시약병에는 입·출고 기록, 유효기간 만료, 시약 수량 등을 기록한 전자태그(RFID)가 부착돼 있다. 시약 사용 정보와 위험 정보는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과 웹을 통해 실시간으로 사용자나 관리자에게 전송된다. IoT 시약장은 출시 1년 만에 1000대 판매에 돌파, 5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다.

김 소장은 “화학연에선 실험실 안전사고 원인을 조사한 데이터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학자들과 격없이 자주 만날 수 있어 좋다”며 “실험실 안전장비를 주로 다루는 우리 회사 입장에서 이만한 양질의 정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화학 첨가제, 콘택트렌즈, 수처리공정 등 화학 관련 기업 20개사의 부설연구소가 현재 이곳에 입주해있다. 센터측은 연내 총 35개사 규모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김 소장은 “화학연 내에 있다는 것 때문에 다들 화학과 관련된 기업만 입주할 수 있는 것으로 아는 데 이 건물엔 ICT(정보통신기술) 기술을 핵심으로 한 기업과 부설연구소도 많다”며 “화학과 ICT가 융합한 혁신제품을 구상하거나 만들고 있는 회사라면 입주기업 선정 평가 시 더 유리하다”고 귀띔했다.

한편 이곳에선 은퇴 과학자의 노하우를 살려 세컨드잡을 찾을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정 팀장은 “정년 퇴임한 연구원이 창업하거나 PM(프로젝트 매니저)으로 합류한 기업이 3곳 정도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과 대화 중 앳된 젊은 남녀 2명이 점심을 끝내고 자리에 돌아왔다. 올해 새롭게 고용한 직원이라고 소개했다. 정 팀장은 “공학계열 석박사 출신의 연구자들이 자신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연구환경을 제공받을 수 있는 덕에 기업규모는 작아도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규호 화학연 원장은 “우리나라 중소·중견기업중 화학 산업 비율은 매우 높은 편”이라며 “연구원 개방과 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통해 글로벌 히든 챔피언 10개를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류준영 기자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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