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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사설]재벌개혁, 이제는 재벌 스스로 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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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주 금요일 취임 후 처음으로 4대그룹 최고경영자들과 만났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민주주의 방향, 공정위의 정책 설명에 이어 4대그룹이 사회의 기대에 걸맞게 선제적으로 모범 사례를 만들어주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이에 참석자들은 “경제발전을 위해 노력한 것은 사실인데, 어떤 분야에 있어서는 방법 차이가 있었다. 얘기를 듣고 보니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됐다”(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더 이상 (정부 정책에) 의구심 가질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안심하고 돌아가겠다”(정진행 현대차 사장)는 반응을 보였다. 재벌정책의 지향점과 방향성에 정부와 4대그룹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하니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운 것 같아 반갑다.

재벌 입장에서는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을 몰라준다며 아쉬워할 수도 있지만 이는 짧은 생각이다. 총수 일가의 편법 승계, 일감 몰아주기, 형제간 다툼,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 탈취 등 불법과 편법으로 점철된 행위는 열거하기도 힘들다. 그럼에도 재벌은 여전히 변화에 미온적이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드러난 정경유착은 이의 상징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재벌이 전환기에 서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재계를 대변하던 전경련은 힘을 잃었고 강력한 창업자 정신을 갖고 있던 오너들도 하나둘 퇴장하고 있다. 4대그룹은 사실상 3세 경영체제로 접어들었다. 글로벌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도 이익 일변도에서 벗어나고 있다. 과거에 평가절하됐거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지금은 중요한 자산가치로 부각되면서 사회와 함께하지 않는 기업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시대이다.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 경영자들이 존경받는 것은 기업가 정신이 살아있으면서도 사회적 역할에 주저함이 없기 때문이다. 자발적으로 세금을 더 내겠다는 워런 버핏, 전 재산을 사회에 내놓은 마크 저커버그 등 혁신가들은 수시로 시민들과 호흡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최태원 SK 회장이 최근 내놓은 “4차 산업혁명시대와 개방·공유형 경제에서는 기업 자체의 성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회와 함께해야 한다”는 발언은 음미할 만하다. 4대그룹은 이미 글로벌 기업들이다. 불명예 딱지를 떼어내지 않고서는 더 나아갈 수 없다. 개혁은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해야 효과가 크다. 이제 재벌이 응답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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