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1 (토)

[사설]집값 폭등이 투기 때문이라면 더 망설일 이유 없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3일 취임 일성으로 “최근 집값 급등은 투기 수요 때문”이라며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서울 전 지역의 입주 전 분양권 전매금지, 청약조정지역 확대, 대출 규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한 ‘6·19 부동산 대책’을 출발점으로 투기세력을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부동산 시장 과열을 식히려면 다주택자의 투기성 거래를 차단하고, 주택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후로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른 것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투기세력의 자금이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재건축 시장으로 흘러든 탓이 크다.

국토부에 따르면 5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의 강남 4구 주택 매입은 지난해 5월 64건에서 올해 5월에는 98건으로 53.1% 급증했다. 또 29세 이하의 강남 4구 주택 매입은 올해 5월 134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54% 늘었다. 29세 이하의 강남 4구 주택 매입은 실수요라기보다는 자녀에 대한 사전 증여 등 투기세력의 탈세를 동반한 ‘편법 증여’이거나 ‘차명 투기 거래’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최근에는 투기세력은 물론 대학생들까지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적은 주택을 전세를 끼고 구입한 뒤 시세차익을 노리는 ‘갭(gap)투자’에 뛰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김 장관은 “6·19 부동산 대책은 투기세력에게 보내는 1차 메시지였다”며 강도 높은 추가 대책이 잇따를 것임을 시사했다. 이런 김 장관의 발언에 비춰보면 참여정부 때 시행됐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重課) 제도’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1가구 2주택자가 집을 팔 때 양도차익의 50%를 세금으로 물리는 이 제도는 박근혜 정부 때 폐지됐다. 다주택자에게 투기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김 장관은 집주인이 임대료를 연 5% 이상 올리지 못하게 하는 ‘전·월세 상한제’와 세입자가 4년간 같은 집에서 살 수 있도록 주인에게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갱신 청구권’ 도입도 언급했다. 두 제도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김 장관은 “국토는 국민의 집이며,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 ”이라고 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투기세력과의 전쟁’ 선포가 엄포에 그쳐서는 안된다. 부동산 시장 냉각이 경제 전반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국토부가 신중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카드만 만지작거리다 정작 칼은 뽑지 못했던 이전 정부의 전철을 또 밟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다. 부동산 과열 상태에서 확실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 투기 열풍을 잠재울 수 없다. 신속하고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