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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기고] 대학·지식 서열화는 교육혁신에 치명적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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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 산업혁명 / 4부 교육혁명① ◆

매일경제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시작된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인류가 변화의 소용돌이에 처할 것이라는 주장과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있다.

20세기 말께부터 글로벌 경제는 커다란 불확실성과 위기에 노출되어 왔다. 새로운 밀레니엄의 시작과 함께 e비즈니스의 버블이 터지면서 글로벌 경제가 휘청거렸고, 새로운 혁신적인 기업들의 흥망성쇠가 반복되었다. 그 과정에서 인류는 소중한 교훈을 얻기도 했다. 기술혁신이 찻잔 속 태풍으로 소멸해 버리지 않고 인류 발전을 위한 혁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교육(education), 윤리(ethics), 인간 중심(ergonomics)'이며 이 중에서도 다른 요인들을 뒷받침하는 원동력은 교육이라는 점 말이다.

과연 교육이 길러내야 하는 이상적 인재상은 무엇일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의 유형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크게 최첨단 과학기술 혁신을 창조하는 '지식 창출형 인재'와 그러한 지식을 실제 삶의 현장에서 활용하는 '지식 활용형 인재', 지식의 창출과 활용을 연결해 주는 '지식 연결형 인재' '지식 융합형 인재' 등으로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의 비율은 얼마일까. '지식 창출형 인재'는 한 사회의 구성원 중 1%를 넘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사회의 절대다수를 이루는 인재는 4차 산업혁명의 지식을 실제로 활용하여 자신의 삶 가운데 가치를 정의하고 실현하는 '지식 활용형 인재'로, 그 비중은 90%에 달할 수 있다. 그 외에 '지식 연결형 인재'는 5%, '지식 융합형 인재'는 4% 정도가 합리적이다.

이렇게 다양한 인재들을 누가 어떻게 교육시켜야 하는가. 미래 대부분의 대학은 지구상 어디에 있더라도 강의를 들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온라인 공개수업(MOOC)'은 미래 대학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MOOC에 강의를 개설하고 지식을 전파하는 데 앞장선 대학들은 MIT, 하버드, 스탠퍼드와 같은 전통 명문 대학들이다. 기존 강의는 물리적 공간인 강의실에서 많아야 수백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지만, MOOC의 경우 한번에 수십만 명의 학생들도 동시에 강의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기존의 대학은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최첨단 과학기술 연구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이를 널리 전파하기 위한 교육혁신을 수행하는 대학은 전 세계 대학의 1%면 충분할 것이다. 이러한 대학에서 '지식 창출형 인재'등을 주로 길러낼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99% 대학은 사라져야 하는가. 만약 나머지 99%의 대학이 지금까지 그러했듯 상위 1% 대학과 경쟁하여 연구중심대학으로 나아가려 한다면 99%의 대학은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진정한 역할은 최첨단 과학기술 연구가 아니라 1% 대학이 창출한 지식을 100% 국민이 생활 속에서 활용하여 진정한 삶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살아 있는 현장중심 교육이 되어야 한다. 각 사회의 문화와 정서가 다르기 때문에 각 지역에 적합한 최선의 학습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 사회의 고유한 상황에 가장 알맞은 맞춤형 교육이 '현장중심 교육'이다.

대학과 지식을 서열화하는 사농공상의 사고방식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교육혁신에 치명적인 장애다. 최첨단 과학기술 연구를 통해 새로운 이론과 지식을 창출하는 1% 대학이나 이를 현실에 응용할 수 있도록 현장중심 교육에 집중하는 99% 대학은 그 중요성에서 차이가 없다. 각 대학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의 역할을 정의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교육 커리큘럼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김보원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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