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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美대사관 포위하고 靑앞 도로 드러눕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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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노동단체 주말집회, 정치구호로 뒤덮인 서울도심

한미 정상회담을 닷새 앞둔 24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수천 명의 시민과 시민·노동단체 관계자들이 집회를 한 뒤 미국대사관을 사방으로 에워싸는 소위 '인간 띠 잇기' 행진을 벌였다. 법원 허가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시위대가 대사관 등 재외공관 포위 시위를 벌인 것은 사상 처음이다.

미국대사관을 에워싸는 이날 행진은 법 테두리 내에서 평화적으로 마무리됐지만 한미 간 사드 이상 기류가 흐르는 등 민감한 시점에서 불필요한 외교적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급기야 25일에는 민주노총 산하 노동단체 조합원들이 청와대 인근 차도까지 점거하는 노숙 농성을 펼치면서 일방적인 정치 구호로 뒤덮인 광장에 대한 염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서울 종로경찰서와 종로구청에 따르면 이날 새벽 민주노총 산하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 소속 노조원들은 청와대 100m 인근 차도에 깔개와 침낭을 놓고 노숙을 했다. 이들은 청와대 100m 앞 인도에 불법 천막을 설치해 이를 철거하려는 종로구청과 수차례 실랑이를 벌인 단체다.

경찰 관계자는 "24일 자정께부터 비가 오자 원래 인도에 있던 일부 농성세력이 덜 젖은 아스팔트 차도 위에서 잠을 자려고 내려온 것 같다"며 "수차례 권유한 끝에 25일 새벽 5시께에는 인도 쪽으로 모두 철수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원래 이곳은 자정부터 다음날 새벽 5시 30분까지 바리케이드로 차량 통행을 제한하던 지역이어서 교통에는 큰 지장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26일 청와대 춘추관과 분수대광장을 동서로 잇는 청와대 앞길 24시간 전면 개방을 앞두고 하루 전까지도 이 일대 불법 농성시설 철거를 놓고 실랑이를 벌였다. 도로관리 담당인 종로구청은 25일 오전 11시께 청와대 사랑채 인근 인도에 노동단체가 설치한 농성용 천막을 일제히 철거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구청에서 철거를 해도 다시 불법 시설물을 설치하는 등 노조에서 불법행위를 지속하는 상황"이라며 "집회를 관리하는 경찰 측에도 불법행위를 엄단해 달라는 협조 공문을 보낸 상태"라고 말했다. 종로구청 측이 계속 철거에 나선 것에 반발해 민주노총 측은 구청 관계자를 직권남용 등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날 미국대사관을 에워싸는 반(反)사드 집회는 애초 염려했던 것과 달리 별 충돌 없이 진행됐다. 이날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은 오후 4시부터 서울광장에서 '6·24 사드 철회 평화 행동'을 열고 "사드 배치는 한반도 방어에 불필요하다"며 사드 배치 철회와 미국의 사드 배치 강요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일주일가량을 앞둔 한미 정상회담은 사드 배치 재검토를 명확히 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 시민'의 의지를 미국에 보여줘야 하고 미국은 사드 배치 강요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최 측이 사상 처음으로 주한 미국대사관을 포위하는 '인간 띠 잇기'를 예고하면서 경찰은 이날 59개 중대 4700여 명의 경비 병력을 투입하는 등 긴장 수위가 높아지기도 했다.

주최 측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며 비교적 평화로운 집회를 이끌었지만 전문가들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이 같은 정치집회가 외교적 부담을 가져올 수 있다고 염려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외교는 진영 논리에 매몰돼서는 안 되며 초정파적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라며 "집회 참가자들이 주장하는 구호가 마치 국민 대다수 의견처럼 비치는 것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최근 한국갤럽이 실시한 한반도 사드 배치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사드 찬성 여론(53%)이 반대 의견(32%)보다 월등히 높았다.

[유준호 기자 / 황순민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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