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30 (일)

“끼니 거르며 전장에 목숨걸어…살기위해 총들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인터뷰]이채홍 6.25 참전용사

뉴스1

6·25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이채홍 옹(86)은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했다.2017.06.25/뉴스1 © News1 박슬용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주=뉴스1) 박슬용 기자 = “살기위해 총을 들었고 죽지않기 위해 사람을 향해 조준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아직도 생생합니다.”

6·25 한국 전쟁 발발 67주년을 맞아 참전용사 이채홍 옹(86)을 전북 전주 덕진동 6·25 참전 유공자 전주시지회에서 만났다.

1950년 11월, 19살이던 이 옹은 전북 정읍에서 전투 중인 11사단 13연대 3대대 12중대에 입대했다. 6·25 전쟁 발발로 모두가 혼란을 겪던 시기였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나라를 위해 싸워야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됐고, 이 옹도 뜻을 같이했다.

이 옹에게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누었던 당시의 기억을 묻자, 담담하게 대답했다.

이 옹은 “민족끼리 싸운다는 아픔보다 살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전쟁이 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두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별다른 교육도 없이 전쟁에 무작정 뛰어들었지만 총탄에 쓰러지는 전우들의 비명소리는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있다”며 “먹을 것조차 없어 배가 너무 고팠지만 끼니를 거르며 전장에 목숨을 걸었다”고 말했다.

이 옹은 가끔씩 잠이 안 오면 당시를 떠올려본다. 당시의 풍상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이 옹은 “생각만하면 안타깝다.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전쟁 중에 죽어가는 전우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며 “병에 걸려도 약을 받지 못해 죽어간 전우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뉴스1

한국 전쟁 발발 67주년을 맞아 이채홍 옹(86)을 전주 6·25 참전 유공자회에서 만났다.2017.06.25/뉴스1© News1 박슬용 기자


이 옹도 전쟁 중에 결핵으로 인해 3개월간 대전보건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병을 치료하고 어렵게 부대에 복귀한 이 옹은 포항 전투에 투입됐다. 전장에선 밀고 밀리는 전투가 계속됐고 마침내 인민군이 후퇴하면서 국군은 북쪽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계속된 전투에 지친 이들이 북쪽으로 올라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이 옹은 “도보로 며칠을 이동했는데 걸으면서 꿈도 꿨다”며 “지금의 세대들은 걸으면서 꿈을 꿨다고 하면 믿질 못한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이어 “계속되는 인민군의 포탄소리가 곳곳에 울려 퍼지면서 두려움도 밀려왔지만, 내 조국을 지켜야 겠다는 생각으로 맞서 싸우고 또 싸웠다”고 말했다.

최전방 배치된 이 옹은 중공군과 또 한 번 힘겨운 전투를 치러내야만 했고, 오랜 전투 끝에 한반도에는 38선이 그어졌다. 추후에 후방 충남 논산훈련소로 배치된 이 옹은 그곳에서 육군 상사로 제대했다. 5년 7개월만의 제대였다.

이 옹은 “최근들어 같이 입대했던 37명의 전우들이 보고 싶어 6‧25참전용사 모임에서 찾아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며 “이렇게 살기 좋은 나라가 된 것을 보지 못하고 전사한 전우들을 생각할 때 안타깝다”고 말했다.

뉴스1

전우들을 떠올리던 이채홍 옹(86)의 눈가는 어느새 붉게 물들었다.2017.06.25/뉴스1© News1 박슬용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우들을 떠올리던 이 옹의 눈가는 어느새 붉게 물들었다. 찻잔을 쥔 손도 파르르 떨리는 등 과거의 일이 아직도 그를 움켜쥐고 있었다.

이 옹은 전쟁의 고통과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점점 잊히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옹은 “요즘 손자들을 봐도 6·25전쟁이 언제, 왜 났는지도 모를 정도로 잊혀졌다”며 “나라를 위해 한 목숨 기꺼이 내놓은 우리 전우들을 오래 기억했으면 한다”고 작은 소망을 전했다.

이어 “전쟁의 아픔을 비록 온 몸으로 느끼지 못했지만 나라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전쟁, 국가는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hada0726@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