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명물…원통형 바구니로 물고기 가둬 잡는 방식
한해 논농사 끝내고 수확을 자축하는 축제의 하나
(강진=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요즘 가래치기를 할 때 북적이는 마을을 보면 참 기분이 좋아요."
전남 강진 명물인 가래치기를 설명하는 이형배(68)씨의 표정에는 즐거움 속에 애잔함이 묻어났다.
가래치기는 예나 지금이나 낚시 본연의 기능보다 마을 공동체의 결속력을 다지는 행사로서 성격이 짙다.
가래 치기 |
강진군 병영면 중고리 일대에서는 한해 논농사를 끝내고 서로를 격려하는 의미로 가래치기 행사를 치러왔다고 한다.
조용한 동네잔치로 간신히 명맥을 이어오던 전통은 재현 행사에 자치단체 등이 관심을 보이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가래치기는 추수 후 병영면 일대 중고·요등·죽산 저수지 등에서 가래를 이용해 가물치, 붕어, 메기 등을 가둬 잡는 방식이다.
무릎 위나 허리춤만큼 물이 빠진 저수지 바닥 여기저기를 가래로 쑤셔 물고기를 가둔다.
물고기가 가래로 들어왔을 때 떨림으로 느끼는 미묘한 손맛이 일품이다.
가래는 대나무를 삶은 뒤 줄로 엮어 만든 원통형 바구니다.
위는 좁게, 아래는 넓게 뚫려있다.
가래 |
병아리를 가둬 키우는 도구로도 알려졌지만, 이 지역에서는 수렁에서 물고기를 잡는 데 애용해왔다.
요즘에는 하나에 6만∼7만원에 팔리기도 하지만 수요가 사라지면서 제조 기술자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물고기를 잡는 것은 물론 마을 자랑거리인 연뿌리도 채취할 수 있어 주민에게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이씨는 몇 년 전 4㎏짜리 가물치를 잡기도 했다고 무용담을 늘어놨다.
행사가 외부에 차츰 알려지면서 이제는 외지인들도 제법 눈에 띈다.
통일벼를 재배하던 시절에는 행사를 10월에 했지만 최근 11월로 행사 시기가 미뤄졌다.
주민들은 가래치기로 잡은 물고기를 마을회관으로 가져다가 매운탕을 끓여 먹는다.
농사짓는 사람도 없어질 판에 외지인이 몰려들어 북적이는 모습을 보면 한때나마 활력을 얻는 것 같다고 마을 주민들은 즐거워한다.
1970년대 130가구에 달했던 중고리는 지난해 48가구로 인구가 줄었다.
이씨는 "가래치기는 농사짓느라 고생한 주민들이 한해 노동을 마무리하는 동네잔치"라며 "저수지도 자기 할 일을 다 했으니 자연과 함께 수확을 자축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마을 토박이의 바람은 소박하다.
이형배씨 |
그는 "농사짓는 사람들, 저수지, 연꽃, 가물치와 붕어, 가래 만드는 노인 등 우리 마을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지금처럼 계속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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