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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단통법 교훈 모르는 정부..통신요금 통제에 중소업체 더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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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정부가 ‘포용적 성장’이라는 이유를 들어 저소득층과 어르신, 서민층에 대한 통신 복지 정책을 빼들었다.

저소득층과 어르신에 대한 월 최소 1만1000원~월 최대 3만3500원 감면이라는 정책과 일반 국민에 대한 25% 요금할인(선택약정할인, 이통사에 가입할 때 단말기 지원금 대신 받을 수 있는 돈), 월 2만 원대 보편 요금제(음성 200분, 데이터 1GB, 문자 기본)출시 등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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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기업들이 경쟁하는 통신 시장에서의 복지정책도, 요금제 설계도 사실상 정부 개입을 공식화하면서 통신시장이 충격에 빠졌다. 특히 중소 판매점들이 있는 유통업계와 SK텔레콤·KT·LG유플러스보다 30%~50%가량 싼 요금제로 승부 했던 알뜰폰 업계는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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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역시 알뜰폰 업계에 대한 피해는 우려하나 뾰족한 대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양환정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정책국장은 “이런 방안은 국민에게는 혜택이지만 통신3사 부담은 그렇게 크지 않다”면서도 “어르신이 많이 쓰는 알뜰폰이 가장 크게 피해를 보는 집단”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2만원대 보편 요금제가 나오면 도매대가 특례를 마련하겠다”면서도 “하지만 2G와 3G 기본료 폐지 때 정도로 문 닫을 수준은 아닐 것이다. 어려움을 함께 헤쳐가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요금제 설계’ 수준으로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정책은 방향은 다르지만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단말기 유통가격에 직접 개입했던 때와 다르지 않다.

당시 정부는 단통법을 만들어 지원금을 규제하고 지원금 규모를 일일이 고시하게 하면 제조사는 출고가를 내리고 중소 유통점은 대형 양판점의 가격인하 공세에 대응할 수 있어 큰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LG·애플 등은 프리미엄폰의 출고가를 10% 정도 올리고 있고, 중소 유통점은 가격경쟁에서 소외돼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이후 2014년에만 판매점이 9.09% 줄고, 대형유통이 23.7% 증가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요금할인율을 25%로 올리면 현재 가입자 기준으로만 1조600억 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다”며 “재원이 한정된 통신사로선 마케팅비용이나 네트워크 투자비용을 줄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래부와 국정위는 요금할인율이 5%p 높아지면 단말기 지원금도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지만, 현실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통신사 마케팅 비용이 줄면 지원금과 유통점에 돌아가는 장려금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 때 단말기 가격통제 정책이 단말기 가격인하에는 별 도움이 안 되고 중소 판매점에게 직격탄이 됐던 것처럼, 문재인 정부 때 추진하려는 통신비 인하 정책은 소비자에게는 지원금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고 중소 판매점과 중소 알뜰폰의 생존만 위협하는 수준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선의로 시작됐더라도 정부가 직접 시장을 통제하려 하는 순간,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이통3사의 주가는 떨어지지 않았다.

SK텔레콤의 주가는 전날보다 3.34% 오른 26만3000원에, KT 주가는 0.93% 오른 3만2500원에, LG유플러스 주가는 1.19%오른 1만7000원에 마감됐다. SK텔레콤 주가는 11번가 분사 등의 이슈도 작용했지만, 정부 통신비 인하 발표로 시장에서의 충격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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