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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대선 그 이후] 1년 남은 지방선거, 정권 명운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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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문풍’ 업고 ‘3대 권력’ 석권 추진

정부 성적표에 달려 … 차분한 국정이 답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


우리 국민은 하나의 정당에 국가권력과 지방권력을 동시에 주지 않는다. 여당이 대선에서 이기면 지방선거는 야당이 승리하는 사이클이 반복됐다. 김대중 정부 시절 1998년 지방선거에서 집권 민주당이 이긴 것 정도가 예외다. 그러나 당시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로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워낙 강한 때였다. 그 밖의 지방선거는 여소야대 구도로 귀결됐다. 선거마다 돌아가며 여야의 균형을 잡아주는 국민 덕분이다.

그런데 사상 처음으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국가·지방권력에다 입법권력까지 ‘3개의 권력’을 장악할 꿈에 부풀어 있다. 앞으로 1년간 개혁 드라이브를 밀어붙여 내년 6·13 지방선거 승리→ 2년 뒤 총선 압승→2년 뒤 대선 승리라는 시나리오다. ‘보수 궤멸’과 ‘진보정권 100년’을 겨냥한 ‘1-2-2’ 전략이다. 민주당 지지율이 압도적인 데다 선거가 1여3야 구도로 치러져 민주당의 승리 가능성이 커졌기에 이런 엄청난 꿈을 꾸게 된 것이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성적표다. 올 연말까지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해 ‘무능 정권’으로 낙인찍히고, 이에 힘입어 야권이 후보를 단일화하면 지방선거에 참패해 조기 레임덕에 빠질 우려가 커진다. 야권도 마찬가지다. 지방선거에 사활이 걸려 있다. 자유한국당에 지방선거는 내년 6월 임기 1년을 맞는 새 대표의 시험대가 된다. 참패 시 대표의 중도 하차는 불가피하다. 국민의당은 더 심각하다. 패배하면, 특히 호남을 잃으면 당이 존폐 기로에 서게 된다.

지방선거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의 향배다. 민주당은 서울을 지키고, 야당이 장악한 경기·인천 중 최소한 1곳을 가져와야 이겼다고 할 수 있다. 서울은 민주당이 여유가 많다. 2011년 이래 총선·지방선거를 민주당이 연전연승했기 때문이다. 당내에 서울시장 되겠다는 사람이 우글댄다. 박원순 시장부터 3선을 노린다. 추미애·박영선·우상호·신경민 등 현역 의원들에다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전병헌 정무수석도 후보로 거명된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한때 문재인을 위협했던 다크호스 이재명 성남시장까지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 도전설이 돈다.

중앙일보

[일러스트=김회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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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문심’이다. 문 대통령이 직간접으로 시장 경선에 관여할 경우 분란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청와대 인사들도 “민주당 지방선거 후보는 오로지 당선 가능성으로 결정될 것”이란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다닌다. 하지만 그 말이 진심일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반면 야당들은 서울을 놓고 속이 탄다. 마땅한 스타가 없는 국민의당에선 안철수를 시장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집권당 후보와 맞싸워 서울을 가져오는 도전 정신을 보여야 차기 대선에서 기회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른정당과 패키지딜을 해 서울은 안철수, 경기는 현 지사 남경필이 출마하는 방안도 나온다. 그러나 안철수 본인은 말이 없다. 서울이 워낙 격전지인 데다 단일화도 말처럼 쉽지 않은 현실을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당에선 황교안 카드가 거론된다. 본인도 그럴 만한 동기가 있다. 법무부 장관 시절 통진당 해산에 총대를 멘 그에게 언제 현 정권이 수사의 칼날을 들이밀지 모르는 상황이다. 한국당 입당과 서울시장 출마는 그 칼을 피할 방패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관료 출신으로 선출직 도전 경험이 전무하고, 병역기피 논란에다 박근혜 정부의 2인자로 국정 농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약점이다.

문재인이 대선에서 홍준표를 이긴 부산(P)과 턱밑까지 따라붙은 경남(K)도 뇌관이다. 민주당은 ‘문풍’을 업고 지난 6차례 지방선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한 PK를 석권하겠다는 심산이다. 부산은 해양수산부 장관에 오른 김영춘을 비롯해 시장 후보로 거명되는 민주당 인사가 10명을 넘는다. 경남도 “주말마다 내려가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친문 핵심 김경수를 비롯해 5~6명 이상의 민주당 사람이 출사표를 만지작거린다고 한다. 이런 기세에 터줏대감 한국당은 일단 숨을 죽이고 있는 분위기다.

호남의 향배도 관심거리다. 3석(전남·북 지사와 광주시장)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격돌이 불가피하다. 국민의당은 전남에선 당 원내대표 출신 주승용이 지사에 도전하면 승산이 있다고 보지만 전북과 광주는 마땅한 인재를 찾지 못해 고민 중이다. 만일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전패하면 호남 의원 일부는 민주당으로 가고 나머지는 무소속으로 이탈하는 최악의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어차피 갈 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은 남아 ‘호남당’이 아닌 중도정당의 정체성을 다지는 기회로 반전시키면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이 모든 시나리오는 현재를 전제로 한 것이다. 1년은 긴 시간이다. 문재인 정부가 의욕만 앞세우다 여기저기서 사고를 치면 지방선거는 민주당의 무덤이 될 수도 있다. 당 중진 원혜영 의원의 고언을 경청하라. “민생과 경제가 힘든 건 전 세계적 현상으로 어떤 정권도 뾰족한 해법은 없다. 차분한 관리가 답이다. 대안 없이 급격한 정책을 밀어붙이면 역풍이 부는 건 한순간이다.”

강찬호 논설위원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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