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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법관회의를 판사 노조 운운…사법개혁 저지하려는 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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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서 “특정 학회원 많다” 정당성 폄훼…판사들 발끈

대법원의 사법개혁 저지 사건 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지난 19일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를 두고 일부에서 ‘판사 노조’ 등으로 몰아가려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일선 판사들은 법관대표회의의 정당성을 흔들고 사법개혁을 저지하려는 구태라고 지적한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사법개혁 저지 사건 추가조사 방침과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행정처차장 등의 책임 확인 요구 등 회의 결과에 대해 답을 하지 않고 있다.

20일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관대표회의의 정당성을 문제 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회의에 참석했던 일부 고위법관들이 “법관대표 중 이번 사태의 당사자 격인 국제인권법학회 회원들이 너무 많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회의를 주도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법관대표회의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각 법원의 판사회의에서 민주적 절차를 거쳐 선출된 대표를 어느 학회 출신이 많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전국 판사 2900여명 가운데 480여명이 참여하는 법원 최대 연구모임이다. 법원행정처 심의관 등 다양한 성향의 판사가 참여하고 있다.

법관대표회의를 두고 ‘판사 노조’에 의한 ‘사법부 정치화’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판사들은 이번 회의는 양 대법원장이 소집한 것인데 되레 회의의 정당성을 걸고넘어지는 것은 모순된 주장이라고 말한다. 일선 법원의 한 판사는 “회의에서 논의한 내용이 급여인상 등 근로조건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법관 독립’인데 ‘판사 노조’ 운운하는 것은 사법은 물론, 노조에 대한 이해도 결여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판사도 “법원행정처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는 모양인데 자신을 회사 사장으로 생각하고 법관을 노동자라고 생각하는 발상”이라며 “국민을 위해 좋은 재판을 하기 위해 모인 것이지 근무시간을 줄이자는 등의 요구를 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전날 법관대표회의에서는 참석자 상당수가 발언하는 등 활발한 토론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총 9시간 동안 3개 안건을 의결했다. 1개 안건당 최소 2~3시간의 토론을 거쳤다. 한 참석자는 “의장이 한번 발언을 한 사람은 제외하고 발언 기회를 주는 식으로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공정한 토론을 위해 법관대표회의 준비지원단이 사전에 발제에 참여할 인사에 대해 자원을 받았다. 이어 안건당 5명 이상의 법관들이 모여 토론 내용을 준비하는 ‘공동 발제’ 형식을 택했다. 현장에서도 발제가 가능하도록 해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한다.

이날 법관대표회의에는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이 참여해 내용을 파악한 뒤 대법원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복 법관대표회의 의장(수원지법 부장판사)은 21일 대법원을 방문해 의결사항을 전달할 계획이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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