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3 (수)

[연중기획-이것만은 확 바꾸자!]“돌발상황 많은 정신질환자 대응 가장 어려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국 65세 이상 10명중 1명 치매/빈곤·인간관계 단절 유병률 높아/난폭해지거나 도움 거부 등 빈번

# 사회복지사 A씨는 사례관리 활동 중 한 독거노인이 끼얹은 커피에 손등을 데었다. 치매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두 번째 방문까지 노인은 손잡고 인사도 나누면서 별다른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세 번째 방문 날에는 갑작스러운 폭언과 함께 A씨가 건넨 커피는 물론 집기까지 던졌다. A씨는 “관리하는 사례가 20여건인데 매번 동료 직원이나 경찰을 대동할 수도 없고 난감할 때가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사회복지사 B씨는 수개월간 노력 끝에 최근 한 독거노인을 설득해 요양병원에 입원시켰다. 치매로 대소변을 잘 가리지 못하는 데다 식사도 거르는 경우가 많아 우려가 컸다. ‘이제 됐구나’ 싶었지만 끝이 아니었다. 입원한 노인이 “돈이 아깝다”며 병원비 납부를 거부하고 퇴원을 계속 요청했기 때문이다.

B씨는 “방임이 심각해 시간이 지나면 위험해질 것이 뻔하지만 본인이 개입을 끝까지 거부할 때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세계일보

지난 4월 서울 용산구의 김현미(가명)씨 집 안팎에 쌓인 쓰레기를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치우고 있는 모습. 용산구 제공


이렇듯 복지 현장의 최전선에서 활약 중인 사회복지사나 간호사 등은 노인복지 대응 과정에서 정신질환자 문제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다.

보건복지부의 ‘2016년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4명 중 1명이 평생 한 차례 이상 정신질환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의 65세 이상 노인(686만3500명) 10명 중 1명은 치매 환자였다. 경제적인 문제나 인간관계 등에 어려움을 겪을수록 정신질환 유병률도 높아지는 만큼 노인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사회복지사가 정신질환자를 마주할 가능성도 커진다.

정부는 관련 매뉴얼을 통해 △방문 중 신변에 위협을 느끼면 지체없이 벗어날 것 △동료 직원과 동행할 것 △위험한 사례자를 처음 방문할 때에는 경찰의 협조를 구할 것 △가능한 한 밝은 시간대에 방문하고 어두운 장소를 피할 것 등의 지침을 전달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세계일보

한 동주민센터의 사회복지사는 “아직 사업 초기인 탓에 어느 정도의 위험수준에서 경찰 협조를 구해야 할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고 막상 경찰 협조를 구하더라도 이후 서로 역할을 어떻게 분담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존에도 해야 하던 업무였지만 적극적으로 현장을 방문하는 형태로 바뀌면서 사업 초기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양한 인력의 업무 연속성과 민간 자원의 연계성이 높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영 기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