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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장애 VS 비장애 공간 지우개 ] (1) 장애 개념은 ‘못함’이 아니라 ‘어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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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필자는 장애인 복지가 주업인 사회복지사이다. 글을 써내려가기 전 왜 이 기고를 쓰게 됐는지 설명하려 한다.

독자를 상대로 장애를 둘러싼 인식을 긍정적으로, 또는 좋은 의미로만 전달하려는 게 아니다. 글을 읽는 것만으로 우리 의식이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이 글이 장애에 대해 선입견 없이 알아가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알아간다’라는 것, ‘생각해 본다’라는 것, ‘고민해 본다’라는 것만으로도 이 글이 가지는 효용성은 충분하다. 앞으로 독자들이 편안하게 글을 읽으며 장애에 대해 더욱 깊이 알아가고, 생각해보고, 고민해 주었으면 한다.

장애의 사전적 의미: 신체 기관이 본래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정신 능력에 결함이 있는 상태.

국어사전에서 설명하고 있는 장애의 뜻이다. ‘제 기능을 못하거나’, ‘정신 능력에 결함’ 등의 문구에서 알 수 있듯 사전적 의미에서 주목받는 단어는 ‘못함’과 ‘결함’이다. 이들 단어는 받아들이는 이에게 ‘할 수 없음’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이러한 단어로 조합된 장애의 사전적 의미는 부정적 인식의 씨앗이 될 수 있으며, 앞으로 이런 부정적 씨앗이 가지는 위험성에 대해 알아가며, 생각해보고, 고민해 보려 한다.

세계일보

필자는 강의하러 다니며 시각장애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시각장애가 무엇이며, 시각장애인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질문하곤 한다.

유치원생부터 성인까지 모든 연령에서 나타나는 인식은 ‘앞을 보지 못함’의 의미를 띨 때가 많다. 이에 반해 2015년 통계자료를 보면 시각장애인 전체 중 앞을 전혀 보지 못하는 이는 전체의 13%에 그친다.

장애를 ‘못함’이라는 선입견 아래 논하면 설명력은 떨어지며, 부정적인 인식을 양산한다. 이렇게 한번 부정이라는 인식이 형성되면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장애를 설명하는 단어부터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설명하는 장애의 개념은 ‘못함’이 아닌 ‘어려움’이다. 누구나 인간이라면 삶에서 어려움을 느끼며, 그 중 하나가 장애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장애를 인식하면서 ‘못함’이라는 단어, ‘어려움’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고, 들리며, 불리는 것에 대해 가볍게 다가갔다. 그런 만큼 인식 변화의 시작은 단어 선택에 있으며, 우리는 중요한 선택의 권한을 갖는다.

이쯤에서 한번쯤 고민하길 권한다. 장애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 그리고 현재 인식과 비교해 필자가 주장하는 어려움이란 단어로 바꾸어 말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봐 달라는 부탁이다.

국어사전에 정의된 장애의 개념이 앞으로 아래와 같이 바뀌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네이버와 구글, 다음에서 장애라는 개념을 검색했을 때 아래와 같이 검색되는 그런 상상을…

장애의 사전적 의미: 신체 기관이 본래의 제 기능을 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고 정신 능력에 지연이 있는 상태.

세계일보

김태연 고양온시디움치료센터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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