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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김현주의 일상 톡톡] 北서 무슨일 있었길래…오토 웜비어 결국 하늘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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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가 혼수상태로 석방된 뒤 사경을 헤매다 결국 숨을 거두자, 미국 내 '반(反)북' 여론이 들끊고 있습니다.

웜비어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것은 재판 직후로 전해졌는데요. 북한 측은 그가 '식중독(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려 수면제를 복용하고 난 뒤 이렇게 됐다고 비공식적인 설명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은 미국 소식통이 북한 관리로부터 들은 것인데, 웜비어 가족들에게는 석방을 1주일쯤 앞두고 전해졌다고 합니다.

이번 웜비어 사망 사건이 미국 내 반북 기류 확산에 어떻게, 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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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 웜비어가 북한 억류생활을 끝내고 13일(현지시간) 미국 신시내티 렁큰 공항을 통해 귀국해 구급차에 옮겨지고 있다. 신시내티=AP연합뉴스


북한에서 노동교화형으로 18개월간 복역하다 지난 13일 혼수상태로 석방되어 가족품으로 돌아온 오토 웜비어가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병원에서 숨졌다고 그의 가족이 19일(현지시간) 밝혔다.

AFP 통신에 따르면 웜비어 가족은 이날 오후 2시20분경 신시내티대학 메디컬센터에서 아들이 북한에서 받은 고문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웜비어 의료진은 그의 뇌가 심각한 손상을 입었었다고 전했다.

앞서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석방되어 귀국한 웜비어는 광범위한 뇌 조직 손상을 입은 바 있다.

15일(현지시간) 웜비어가 입원해있는 미 오하이오 주(州) 신시내티 주립대병원 의료진은 기자회견을 통해 그가 안정적이지만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라고 밝혔었다.

북한이 주장하는 식중독인 '보툴리누스 중독증'의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가혹 행위를 뒷받침할만한 신체적 외상이나 골절의 흔적도 없었다.

웜비어 또래의 건강한 젊은이들에게 심폐 정지는 마약중독, 외상성 손상 같은 드문 경우에만 나타난다고 캔터 박사는 설명했다.

그러나 웜비어의 경우는 신체적 학대나 골절상을 입었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두개골과 목뼈도 정상으로 나타났다.

의료진은 이어 "웜비어가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렸다는 아무런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북한이 내세운 식중독설을 부인했다.

◆北 가혹행위 증명할 신체적 외상, 골절 흔적 없어

트럼프 대통령이 웜비어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했다고, 그의 아버지인 프레드 웜비어는 1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웜비어가 고향인 오하이오 주에 도착한 다음날인 지난 14일 밤 10시경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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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16일 수갑을 찬 오토 웜비어가 평양의 법정에 나온 모습. 평양=AP연합뉴스


반면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부에 대해서는 불만을 나타냈다.

'오바마 정부'가 웜비어 가족들에게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로키'를 유지할 것을 강조했다고 전하며 "그렇게 했으나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식중독 걸린 뒤 수면제 복용했다가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프레드는 "우리 부부는 전임 오바마 정부에 대해 말이 부족할 정도로 실망스러웠다"며 '오바마 정부가 충분히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이번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후 "우리 가족은 전략적 인내를 끝낼 시간이 됐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이 북한에서 노동교화형 15년을 선고받던 재판 당시 입었던 밝은 색상의 재킷을 입고 기자회견을 했다. 회견 장소도 아들이 지난 2013년 졸업식에서 개회사를 했던 오하이오 주 와이오밍 고교로 잡았다.

프레드는 아들이 '오랜 기간 북한에서 가혹한 처우를 받은 데' 분노한다면서, 아들이 북한에서 '전범'으로 억류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웜비어가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린 뒤 수면제를 복용했다가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북한의 주장을 믿지 않는다면서 "북한이 내 아들을 다룬 방식에 대해서는 문명 국가로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분개했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이 아들의 상태를 1년 넘게 비밀로 유지하고 수준 높은 의료를 제공하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며 "이런 식으로 감금되고 대우받았다는 사실은 끔찍하다. 그들은 야수처럼 악랄하고 폭력적이었다"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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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 웜비어가 15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와이오밍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들이 북한에서 입었던 상의를 입은 채 북한 정권을 힐난하고 있다. 와이오밍=AFP연합뉴스


한편, WSJ은 이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웜비어가 혼수상태로 북한에 장기간 있었던 이유의 하나는 그를 억류한 주체가 북한의 공안당국이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북한 외무성보다 강경한 기관이 웜비어 문제를 다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북한 외무성이 웜비어의 장기간 혼수상태 사실을 인지, 송환을 추진한 시점이 올 초였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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