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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법관대표 100명 8년만에 모인다…'제왕적 대법원장' 견제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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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에 전국법관대표회의 개최..'대법 학술대회 외압'으로 촉발

미제 '판사 블랙리스트' 재조사, 대법원장 견제방안 등 논의 할듯

이데일리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각급 법원을 대표하는 판사 100명이 전국법관회의를 열고 사법 개혁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이번 회의가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의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 축소 외압으로 촉발된 만큼 ‘제왕적 대법원장 권한’의 견제 필요성을 두고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각급 법원별 판사회의 등을 통해 선발된 판사 100명은 19일 오전 10시부터 경기도 고양에 위치한 사법연수원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를 개최한다. 전국법관대표회의 개최는 지난 2009년 신영철 전 대법관의 재판 외압 파문 이후 8년만이다.

이번 법관대표회의는 법원 내 최대 연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주관의 학술행사에 대한 법원행정처의 축소 외압 사실이 드러나며 개최 논의가 본격화됐다.

법원행정처는 지난 1월부터 인권법연구회 학술행사와 관련한 대책회의를 수차례 진행했다. 학술행사에서 대법원장 임명절차의 비민주성, 대법원장에의 권한 집중, 대법관 제청권, 대법원 구성을 비롯한 법관 인사제도 등 대법원장에 비판적인 내용이 다수 포함된 데 따른 것이다.

법원행정처는 일선 판사들에게 연구회 중복가입 금지 조치들을 내리는 방법으로 인권법연구회를 견제했다. 인권법연구회장을 지낸 이규진 당시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고등부장)은 법원행정처로 발령난 인권법연구회 소속 이모 판사에게 행사 축소를 요구하기도 했다.

의혹이 불거진 후 대법원은 독립된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를 구성해 조사에 나섰다. 진상조사위는 지난 4월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가장 논란이 된 ‘블랙리스트 파일’의 존재 여부에 대해선 법원행정처의 비협조를 이유로 조사조차 못해 반쪽짜리 조사에 머물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진상조사위의 미진한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일선 판사들은 각급 법원별로 판사회의를 개최해 전국법관대표회의 소집을 촉구했다. 결국 대법원은 지난달 26일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여 전국법관대표회의 소집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번 법관대표회의에선 우선 블랙리스트 파일 존재 여부 등 인권법연구회 학술행사 외압 의혹에 대한 재조사 요구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구체적인 조사 방식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이밖에도 대법원장의 과도한 권한 등 사법부를 둘러싼 현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견제 장치 필요성도 주요 논의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일선 판사들을 중심으로 대법원장 1인에게 과도한 권한이 몰려있어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대법원장은 고등부장 승진 등 판사들의 인사권을 행사한다. 아울러 대법관 제청권과 헌법재판관 지명권도 갖고 있다.

좋은 보직이나 고등부장 승진을 희망하는 판사들로선 대법원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시권을 무기로 대법원장이 실제 재판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고등부장들의 경우도 대법관 제청권과 헌법재판관 지명권을 갖고 있는 대법원장의 눈치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법관 제청의 경우 추천위원회에서 복수의 후보자를 택하면 대법원장이 이들 중 한 명을 제청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추천위원회가 사실상 대법원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다만 일선 판사들은 사법부 외부의 관여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서울지역 한 판사는 “정치권 등 외부 목소리가 개입할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며 “사법부 내부의 견제 장치를 강화하는 방안에 공감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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