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금주 교수가 진단한 양산 사건
취업부터 직장까지 지나친 경쟁
아슬아슬 매달려 살아가는데
밧줄 흔드는 존재에 고통 가중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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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이나 아파트 외벽에 매달려 있는 작업자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아찔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밧줄에 매달려 아슬아슬 살아가고 있는 모습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압축성장과 더불어 지나친 경쟁 일변도 속에서 언젠가부터 우리의 삶은 처절해지기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려고 발버둥 치지만 그 문턱을 넘어서는 것이 쉽지 않다. 우울과 절망뿐이다. 30대 취업준비생이 자취방에서 숨진 뒤 닷새 만에 발견되기도 했다. 어렵게 취업하게 되면 또 어떤가. 기업은 성과만을 내세우면서 직원들을 숨 쉴 곳 없이 몰아붙이고 있다. 우리나라 직장인이 직장에서 받는 중압감과 스트레스는 말 그대로 최악이다. 멕시코에 버금가는 노동시간과 최하위권 임금 국가다. 그야말로 살인 업무에 시달리는 야근 좀비 국가다. 우리 사회 어느 영역에서도 일과 생활의 균형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18일 경남 양산시 웅산문화센터에 마련된 모금함에 시민들이 성금을 넣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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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고층아파트 사건은 저마다의 밧줄에 매달려 있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더욱 가슴 아프다. 아침마다 각자의 직장에서 자신의 밧줄을 저 아래까지 내려뜨리고 두려운 마음으로 밧줄에 매달려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모습 말이다. 가족을 잃은 아픔은 누구에게나 크지만 양산 가족이 느꼈을 절망감을 짐작하면 마음이 먹먹해진다. 그렇기에 끊어져 버린 밧줄은 아프고 또 안타깝다. 끊어져 버린 양산 가족의 밧줄을 조금이라도 이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찔한 외벽의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음악을 틀어도 이해하는 이웃이 되면 좋겠다. 밧줄이 끊기더라도, 밧줄을 놓치더라도 다시 손을 잡아주고 다시 올라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세상이면 좋겠다. 더 이상 끊어지는 밧줄의 아픔이 없도록 밧줄 아래 튼튼한 안전망이 쳐지는 그런 사회를 기원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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