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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50층 이상 107개, 고층 건물 느는데 25층까지 닿는 소방 사다리차 2대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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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아파트 화재로 본 한국 현실

소방차 대부분 20층까지 접근 가능

35층 이상 화재, 직접 진화 불가능

부처 합동 3266개 건물 긴급 점검

“1년에 한 번 쓰더라도 더 늘려야”

“런던 아파트 화재사고 뉴스를 보고 우리 아파트 얘기 같아 안타까웠죠.”

지난 16일 오후에 만난 부산시 해운대구에 있는 38층짜리 A오피스텔 주민 김모(63)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 오피스텔은 2010년 10월 1일 발생한 화재로 54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불이 30분 만에 38층까지 번지면서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고층 건축물이 많은 부산에는 화재 때 진압할 수 있는 굴절사다리차가 부산 해운대소방서(센텀 119안전센터)에 배치돼 있다. 2012년 7월 핀란드에서 18억원에 사들인 것으로 70m 높이다. 일반 아파트 기준으로 23~25층까지 닿을 수 있다. 이 굴절사다리차는 지난해 2월 부산시 해운대구 반여동 15층 아파트 화재 때 진가를 발휘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해운대소방서 배봉호(51) 소방위는 “굴절사다리차를 35m까지 펼쳐 화염에 휩싸여 있는 15층 주민을 구조했다”며 “30초만 늦었어도 2차 폭발로 50대 남성이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 굴절사다리차는 매년 300회가량 출동한다. 55m 높이의 사다리차보다 출동 횟수가 3~4배 정도 많다. 배 소방위는 “굴절사다리차는 활용도가 높아 과부하가 걸린 상태”라며 “같은 높이의 굴절사다리차를 더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고층 아파트 화재를 계기로 고가사다리·굴절사다리차 등 대형 소방장비가 확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초고층(50층 또는 200m 이상) 건축물은 107개동으로 집계됐다. 부산이 28개동으로 가장 많고 서울 22개동, 인천 19개동, 경기도 19개동 등이다. 초고층 건축물은 2012년 69개동에 불과했지만 2014년 89개동, 2015년 95개동 등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30층 이상 고층 건축물은 3266개동으로 2010년 753개동에서 4배로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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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국 소방서가 보유 중인 사다리차는 435대인데 이 가운데 아파트 25층(72m) 이상을 직접 진화할 수 있는 장비는 굴절사다리차(70m) 2대뿐이다. 서울과 부산에서 각각 1대씩 보유 중이다. 사다리차 중 가장 많은 160대는 55m짜리이며 아파트 20층까지만 접근할 수 있다. 세계적에서 가장 긴 굴절사다리차는 100m로 35층 이상 건축물에서 발생한 화재는 자체 진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2012년 3월 건축법 개정 시행령에 따라 초고층 건축물은 30층마다 피난안전구역을 설치해야 한다. 손정호 국민안전처 소방제도과장은 “고층 건축물에 대한 정밀 안전점검을 통해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제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민안전처는 우선 국내 30층 이상 고층 건축물 3266곳의 화재 예방을 위해 안전 분야 관련 부처 합동으로 긴급 안전점검에 나선다. 점검은 소방시설과 피난·방화설비, 건축 외장재, 가스·전기설비 등을 중심으로 한다. 고층 건축물 안전관리자를 불러 교육하고 화재 위험이 높은 내부 인테리어 공사 때는 사전에 허가를 받도록 했다.

황철홍 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1년에 한 번을 사용하더라도 고층 건축물의 효과적 화재 진압을 위해서는 고가사다리차의 추가 확보가 필요하다”며 “고층 건축물의 안전을 심의할 때 건물 특성에 맞는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부산=신진호·이은지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신진호.이은지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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