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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박 정부 블랙리스트’ 감사]문체부, ‘장한 어머니상’까지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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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공연예술의 제작 지원작 선정은 물론 예술인의 어머니에게 수여하는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에 이르기까지 ‘깨알’같이 적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 블랙리스트 어떻게 작동했나

13일 감사원이 발표한 ‘문화체육관광부 기관 운용 감사’ 결과를 보면 문체부는 대통령비서실(문화체육비서관실)의 지시에 따라 부당하게 ‘특정 문화예술인·단체 지원 배제’(블랙리스트)를 산하기관에 지시했다. 특검 수사 결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출판진흥원) 등 3개 기관을 포함해 총 10개 기관에서 블랙리스트를 적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블랙리스트가 광범위하게 적용됐음이 드러난 것이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한문연)의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에서도 블랙리스트가 적용된 사실이 밝혀졌다. 한문연 역시 문화예술진흥기금이 집행되는 예술인 지원기관이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들을 지원하는 예술인 복지재단에서도 예술인들의 활동 증명을 심의하는 심의위원에게 블랙리스트를 적용했다. 문체부는 훌륭한 예술가를 키워낸 어머니에게 주는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 선정에도 블랙리스트를 적용했다.

‘블랙리스트 작동 원리’도 상세히 밝혀졌다. 블랙리스트 업무 지시자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으로 명시됐다. 김기춘의 지시를 받은 장관(김종덕·조윤선)과 기획조정실장을 통해 “문체부(에) 조직적으로” 블랙리스트가 실행됐다. 담당 국·실장, 산하기관장들은 블랙리스트 업무 지시가 부당한 줄 알면서도 거부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블랙리스트로 배제된 대상은 지원사업의 심의위원들이었다. 2014년 3월부터 문체부는 문예위에 연락해 특정 심의위원들을 배제할 것을 지시했고 그 지시는 그대로 이행됐다. 문예위는 나아가 ‘공연예술발표공간’ 지원사업과 관련, 2015년 10월27일 심의를 주도할 수 있도록 “친정부 성향의 심의위원을 사전 접촉”하기까지 했다. 명단은 각 기관에서 공유됐고, 심의위원과 실무자가 구체적인 실행자가 됐다.

■ 담당자의 부당한 업무처리

2014년 11월부터 문체부에서 문화예술정책을 담당한 ㄱ국장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으로부터 전화로 블랙리스트 관련 지시를 받았다. 그는 지시가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해 문예위 담당자에게 관련 지시를 전달하고 이행하도록 했다. 문체부는 문화체육비서관실의 지시 내용을 관리하기 위해 2014년 6월부터 건전콘텐츠 활성화TF를 구성해 운영했다. 2015년 3월 명단에 들어 있던 문화예술인이 문예위 공모사업의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자, 장관이 대통령비서실장의 질책을 받았고 장관의 지시에 따라 기조실장은 지원 배제를 하지 않은 경위를 파악하고 재발 방지를 지시했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블랙리스트를 거부하지 않은 ㄱ국장 등 국·실장급 3명에게 국가공무원법 규정에 따라 징계처분(경징계 이상)을 하도록 문체부 장관에게 요구했다. 감사원은 이들의 행위가 “문화예술활동 지원 등을 차별하고 문예위 등의 직무상 독립성을 훼손시켰다”고 판단했다.

또한 감사원은 블랙리스트 업무의 주요 위치에 있었던 박명진 문예위 위원장, 김세훈 영진위 위원장, 송수근 전 1차관 등이 블랙리스트 업무를 어떻게 이행했는지 구체적으로 보고서에 담았다. 감사원은 3명의 비위사실을 통보하고 각각 인사자료로 활용할 것을 문체부 장관에게 통보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공무원 행동강령 등을 보면 부당한 지시를 따르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면서 “명확한 위법·부당한 지시였기 때문에 지시를 따르지 않았어야 하지 않느냐 판단했다”고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조직에서 상급기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기는 쉽지 않다는 현실적 부분을 함께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문화예술인들은 담당 공무원에게는 ‘경징계’를, 관련 산하기관장에게는 ‘주의’ 조치를 처분한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죄의 무거움에 비해 처벌이 약하다”며 반발했다.

<김향미·이지선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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