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7 (금)

블랙리스트 피해 사례 444건… 장시호 관련 업체 특혜 집중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감사원 ‘최순실 게이트’ 감사 결과 / 김기춘 지시… 김종덕 문건 작성 / 장씨에 ‘쌈짓돈’ 쓰듯 예산 지원 / 억대 들인 늘품체조 효과 없어 / 관련자 3명 징계·6명 주의 요구

박근혜정부가 조직적으로 특정 문화예술계 지원을 배제하는 ‘블랙리스트’를 운영해 온 구체적 과정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늘품체조 보급과 일감 몰아주기 등 최순실씨 일가가 얽힌 문화체육계의 총체적 비리도 추가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13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국회 감사요구 사항을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산하기관에 대한 12건의 의혹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블랙리스트에 따라 정부 지원사업 심의위원 후보나 지원대상에서 배제돼 피해를 본 사례가 총 444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분야별로는 문화·예술 부문이 417건, 영화와 출판은 각각 5건과 22건으로 나타났다. 블랙리스트의 공식 피해사례 규모가 집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일보

◆청와대 직접 지시로 블랙리스트 운영

감사원에 따르면, 2013년 9월부터 문화예술계의 정치적·이념편향적 작품에 대한 정부지원이 이슈화되자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실이 문체부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문화체육비서관실은 문체부 선정 우수도서 중 일부에서 이념편향 논란이 제기된 2014년 초부터는 문체부에 각종 심사위원의 자격심사를 요구했다. 이때부터 진보성향 작품이나 단체를 배제하도록 지시하는 관행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같은 해 10월 당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를 받은 김종덕 문체부 장관 지시로 ‘건전 문화예술 생태계 진흥 및 지원방안 보고서’가 작성되면서 블랙리스트가 사실상 공식 문건으로 완성됐다.

감사원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문체부 장관에게 관련자 징계(3명)와 주의(6명)를 요구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4개 산하기관장에 대해서도 “특정 문화예술인·단체를 차별하고 위원회 직무상 독립성이 훼손되거나 심사 공정성과 투명성을 저해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주의를 촉구했다.

세계일보

◆문체부 예산은 ‘최순실 쌈짓돈’

감사원은 최씨 일가와 김종 전 차관의 광범위한 국정농단 사례 일부도 추가로 확인했다. 김 전 차관은 최씨 조카 장시호씨와 친분이 있는 업체에 각종 예산을 쌈짓돈처럼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차관은 2014년 11월 국제지구력승마연맹 교류포럼 행사 보조금으로 공익사업적립금을 장씨 소유 업체에 지원하게 했다. 담당 공무원이 비슷한 행사에 이미 예산을 지급했다며 거부했지만, 김 전 차관은 그대로 집행을 강행했다. 이에 따라 1억1000만원이 장씨 회사에 전달됐다.

이밖에 친분이 있는 협회에 공익사업적립금 4억7000만원, 다른 특정인과 단체에는 국민체육기금 1억6000만원을 지원해줬다. 감사원은 김 전 차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최씨가 설립한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 관련자 3명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감사결과 문체부가 2015년 5월부터 2억7000만원을 들여 보급한 늘품체조는 효과조차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6월 작성된 보고서에는 늘품체조의 운동강도가 높아 심혈관계 질환자 등에 부적합하다고 명시돼 있고, 사전에 담당자가 이를 보고했음에도 김 전 차관은 늘품체조 보급을 지시했다.

김 전 차관은 최순실씨로부터 늘품체조 관련 자료를 받았다고 진술했고, 늘품체조 개발회사의 등기부상 대표는 차은택씨였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통해 문체부 공무원 19명과 한국마사회, 한국그랜드코리아레저 소속 직원 등 총 28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그러나 2014년 전국체전 승마경기장 변경 특혜 의혹과 국가대표 활동·훈련기록 부실 관리 의혹 등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국회 감사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봤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