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시금 6470원 3년간 매년 15.7% 올려야 1만원 달성 가능
중소기업 인건비 부담, 고용감소·생존기반 위협 역효과 우려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세종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송모씨는 얼마 전 종업원을 10명에서 절반가량 줄였다. 개업 이후 5개월쯤 지나 매출이 조금씩 줄면서 도저히 인건비를 충당할 수 없어서였다.
10명을 8시간씩 교대로 고용하는데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많은 시급 8000원을 주고 있다. 하루 인건비만 64만원이고 한 달에 4일을 쉬고 있어 매달 인건비만 1600만원이 넘게 들어간다.
송씨는 “최저임금을 올려서 많은 사람이 돈을 벌고 쓰면서 경기를 활성화하자는 얘기는 찬성한다”면서도 “가게 입장에서는 임금을 올려야 한다면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종업원을 그만두게 하는 것밖에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저임금을 둘러싼 본격적인 논의가 예고되고 있다. 하지만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린다는 계획을 제시한 상황에서 여전히 갈 길이 구만리다. 최저임금을 올려 소득증대에 기반한 경제성장을 기대하고 있지만 인건비 부담으로 고용이 줄어드는 역풍도 우려된다.
◆'파행' 속 최저임금위원회=지난 1일 '2018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해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가 파행됐다.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가구생계비를 반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근로자 위원 전원이 불참했다.
다만 오는 15일 열리는 3차 회의는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세 번 이상 불참할 경우 근로자위원 참여 없이도 최저임금 논의가 가능한 삼진아웃제도가 적용돼서다.
근로자위원이 불참한 가운데 2017년 최저임금이 6470원으로 결정되면서 노동계가 가진 불신의 벽은 높다. 경영계 역시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것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는 이유로 동결 혹은 인상폭 최소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노동계에 대한 설득 작업과 동시에 영세영업자와 소상공인 부담 최소화를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는 최저 임금 공약을 국정과제로 삼아 구체적 이행계획 로드맵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히면서 경영계에 대한 압박의 수위도 높이고 있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달 말인 29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하며 고용노동부 장관은 8월5일까지 이를 고시해야 한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인상=최저임금제가 시행된 1988년 이후 최저임금이 가장 많이 오른 시기는 노태우 정부였다. 무려 16.3%나 증가했었다. 이어 노무현 정부 10.6%, 김대중 정부 9.0%, 김영삼 정부 8.1% 순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인상률이 각각 5.2%, 7.4%에 그쳤다.
현재 시간당 6470원인 최저임금을 1만원 수준으로 인상하려면 매년 15.7%씩 올려야 한다. 이러한 전례를 볼 때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경영계에서는 늘어나는 임금에 대한 부담으로 되레 기존 인력을 해고하거나 신규 채용을 줄이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추산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액' 자료에 따르면 정부 일자리위원회가 제시한 3년간 단계적 인상안을 적용할 경우 인상 첫해인 2018년 인건비 증가액이 16조2151억원으로, 이어 2019년에는 42조2557억원, 2020년부터는 81조5259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면 최저임금 근로자 수는 882만2000명으로 늘어난다.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 시급 7000∼9000원대의 근로자들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추가로 최저임금 대상자가 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근로자의 임금은 현재 월 평균 161만9900원에서 2020년 250만3700원으로 오른다.
이러한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한 중소기업은 인력을 감축하거나 해외로 생산 기지를 옮기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수의 종업원을 고용해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소상공인도 비슷한 상황이다.
시간당 최저임금 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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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부담에 대량 해고사태 우려=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은 연구 결과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양지연 금오공대 응용수학과 교수는 '이중 구조화된 노동시장에서 최저임금의 고용 효과 연구' 보고서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5인 이상 사업장에 종사하는 저임금 근로자들의 직장 유지율에 부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곧장 임금이 오르는 근로자들의 직장 유지율(100 기준)은 94.9%였다고 분석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로 근로자가 5% 이상 줄어든 것이다. 양 교수는 “최저임금이 노동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부분 중소기업은 연간 영업이익률이 3%에도 못 미친다”며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려는 정책이 자칫 중소기업의 생존 기반을 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최저임금 1만원·비정규직 철폐 공동행동' 등 노동단체들은 “월 200만원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1000만명이 넘는 상황에서 사회 양극화를 조금이라도 해소하려면 최저임금 1만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300만명에 육박한다는 분석도 나오면서 근로감독 강화를 통해 최저임금 준수율도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지난해 금융통화위원회에 보고한 분석보고서에서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2017년에 313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최저임금 보완방안으로 서민·자영업자 세금 감면을 검토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서민·자영업자 세제 지원 제도의 취지와 효과 등을 고려해 세 부담 완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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