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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취재뒷담화]“소통 없이 압박만 커져”… 대기업, 억지로 일자리늘리기 고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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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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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최원영 기자 =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강압에 의해서 늘려진 일자리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겠습니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마찬가집니다. 회사마다 사정이 다른데, 각종 혜택으로 유도 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압박이라니요?” 한 대기업 직원이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민간기업이 효율적으로 구상해 내놓는 고용계획에 왜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해야 하느냐는 식의 비판이 쏟아집니다.

전 정권에서 벌어진 기부금 지원 사태로 정경유착 비판여론이 크게 대두 됐고, 아프게 데인 기업들은 이제 정부와 거리두기를 원하지만, 또다른 방식으로 기업 압박과 길들이기가 시작되고 있다는 게 기업들의 시각입니다. 기업들은 최근 문재인 정부 핵심정책의 바이블로 불리는 ‘일자리위원회 보고서’를 읽고 또 읽었습니다. 정부 코드에 맞춰야 한다는 기업 생존의지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거지요.

직접 개입은 아니지만 정부의 일자리 창출 압박은 갈수록 노골화 되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 집무실엔 대기업들의 전체고용률과 취업자수, 비정규직 비중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일자리 상황판’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특별히 챙기고 있다는 것을 청와대가 나서서 공개한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게 아니겠느냐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입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4대 재벌에 대한 엄격한 조사 방침을 대대적으로 밝힌 상탭니다. 조사국 성격의 ‘기업집단국’을 신설해 일감 몰아주기 등을 집중감시하겠다고 으름장을 놨고, 국민연금의 경우 연기금과 기관투자자들이 경영권에 관여할 수 있게 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도 진행 중입니다.

이제 기업에 대한 정부의 입김은 한층 더 커졌습니다. 기업을 직접 터치하진 않았어도 압박 카드를 잔뜩 꺼내들어 흔들고 있는 셈입니다.

이쯤되자, 기업들 사이에선 ‘소통 없이 압박만 커지고 있다’는 볼멘 소리들이 나옵니다. 정부가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제1과제로 꼽으면서도 당근 없이 채찍만 들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대통령과 경제계는 아직 만나지도 않았습니다.

최근 만난 한 대기업 임원은 “정부의 파격적인 움직임을 지켜 본 비정규직들 사이에서 정규직 전환 요구가 빗발치고 있어 기업들이 매우 힘든 상황”이라며 “또 협력업체 직원이기도 한 비정규직들이, 더 나은 자리를 원한다고 모두 대기업 정규직으로 옮겨준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사용자들의 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의 김영배 상임부회장도 25일 포럼에서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 작심한 듯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김 부회장은 “회사의 특성이나 근로자의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치 않고 무조건 비정규직은 안된다는 인식은 현실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4월 경총에서 회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내놓은 2017년 신규인력 채용 증감률은 -6.6%였습니다. 응답기업 중 21.0%는 채용계획이 아예 없었고 25.3%는 미결정이거나 유동적으로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신규 채용 계획이 없다는 데 늘리라고 강요하는 건 과도한 정부 개입일 수 있습니다. 이제 정부는 각종 당근을 꺼내 기업들이 필요에 의해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유도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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