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데이 박지은 기자 = 삼성전자가 협력사간 물품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을 업계 최초로 운영한다. 2차 협력사에 현금으로 물품대금을 지급하는 1차 협력사에 가산점을 주는 방식이다. 재계 맏형인 삼성이 문재인 정부의 대·중소기업간 상생을 추구하는 경제정책에 발을 맞추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제1 국정수행 과제로 추진하는 일자리 대책에는 적극적으로 호응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룹 차원의 대규모 공채를 주도하던 미래전략실이 폐지된데다 주요 의사 결정권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수감돼 5개월째 자리를 비우고 있기 때문이다.
◇1차 협력사 무이자 대출→2차 협력사에 현금지급 유도
삼성전자는 25일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에 현금으로 물품대금을 지급하면 가산점을 주는 시스템을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1차 협력사에 지급하는 물품대금은 2005년부터 현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차 협력사들은 2차 협력사에 만기 60일짜리 어음을 물품대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왔다. 2차 협력사로선 60일간 현금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돼온 것이다. 삼성전자에 부품을 공급하는 1차 협력사는 600여곳, 2차 협력사는 3000여곳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1차 협력사가 다음달 1일부터 현금으로 물품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5000억원 규모의 ‘물품지원펀드’를 조성한다. 하나·신한·국민은행과 거래 중인 1차 협력사라면 무이자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물품지원펀드는 2020년 5월까지 3년간 운영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향후 협력사들의 요청이 있다면 연장 여부를 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에 현금으로 물품대금을 지급하면 종합평가 때 가산점을 부여한다. 신규로 거래를 시작하는 1차 협력사에는 2차 협력사 현금 물품대금 지급을 의무화한다. 삼성전자는 제도 시행을 앞두고 24~25일 수원·구미·광주에서 500여개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했다. 물품대금의 현금지급의 필요성과 2차 협력사와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다.
◇文 제1국정수행과제 일자리 정책선 한걸음 물러나
재계에선 삼성전자가 협력사간 물품대금 현금지급 시스템 다음 행보로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확대 정책에 호응할지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신규채용 확대에 대해선 “상반기 서류심사와 삼성직무적성검사(GSAT)가 끝났고 계열사별 면접전형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채용 확대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 내부적으로도 이날에야 주요 계열사 임원인사가 마무리됐을 정도로 조직재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 인사는 이날 삼성물산을 끝으로 대부분 마무리됐다.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삼성SDS 등 5개 전자 계열사 임원 승진 규모는 126명으로 지난해 182명보다 31% 가량 줄었다.
삼성은 매년 12월초 사장단·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연말 조직개편을 거쳐 이듬해 3월 부장~대리급 승진자를 발표한 후 4월엔 3급 대졸신입사원 채용에 돌입했다. 조직개편 과정에서 이직·퇴직 등 회사를 떠나는 인원을 감안해 신규채용 규모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삼성 계열사 한 관계자는 “올해는 이 부회장 구속 여파로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 중”이라며 “정부가 강력한 일자리 확대 정책을 펴려는 것은 알지만 내부적으로 채용 확대를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닐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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