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석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 |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건설업 혁신 3불(하도급 불공정, 근로자 불안, 부실공사) 대책’을 내놨다. 건설업계에 만연한 불법·불공정 하도급, 부조리 관행 등을 일소하기 위해서다. 2억∼100억원 공사의 주계약자 공동도급, 계약자 직접 시공을 통한 건설 공사 실명제, 적정임금제 의무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100억원 공사의 통상 낙찰률은 79% 수준이다. 원도급업체는 21억원이 줄어든 79억원으로 공사를 한다. 이 공사를 법에서 정한 하도급 비율 82%로 하도급사에 넘기면 실제 공사는 65억원에 이뤄진다. 공사비가 확 줄었기 때문에 하도급사는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하고 임금을 낮출 수밖에 없다. 만약 법정 하도급 비율을 지키지 않거나 재하도급을 준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안전·품질뿐 아니라 자재 대금과 노임 지급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불법·부조리는 대부분 종합건설업체가 공사를 수주한 뒤 전문건설업체인 하도급사에 맡기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입찰에 참여해 낙찰만 받고 공사를 하도급사에 떠넘기는 페이퍼컴퍼니를 시급히 정리해야 한다.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건설 공사 입찰에 참여하는 주계약자 공동도급이 확대돼야 한다.
주계약자 공동도급이 활성화되면 컨소시엄 구성 과정에서 직접 시공 능력이 없는 페이퍼컴퍼니는 배제될 수밖에 없다. 기술력을 갖춘 건설업체만 살아남게 되고, 하도급사도 원도급사와 같이 동등한 계약 당사자의 지위에서 공사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원도급·하도급으로 이어지는 건설업계의 수직적·종속적 생산 체계가 수평적·협력적 구조로 전환되면서 건설업계에 경제 민주화가 뿌리내리게 된다.
건설업체는 건설 현장의 주역인 건설근로자에게 적정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건설근로자가 건설 현장의 공사 품질과 안전을 최일선에서 책임지기 때문이다. 건설근로자가 시중 노임 단가 이상을 받게 되면 안정된 삶에서 공사에 전념하게 돼 고품질 시공이 된다. 서울시는 공사계약 특수조건을 개정해 근로자 처우 개선과 내국인 고용 창출을 유도하고 있다.
하도급 업체도 달라져야 한다. 공사 현장에서 안전모·안전고리·안전조끼 착용 등 기본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서울시는 이를 어겨 근로자 사망 등 중대 사고를 일으킨 하도급 업체는 건설현장에서 즉각 퇴출할 것이다.
건설업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건설업계뿐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적극적인 협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건설업 전반에 공정한 규칙이 정립돼 건설 종사자들 모두가 상생 발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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