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치러진 총장 선거에서 지난해 ‘미래라이프 사태’에서 교수 시위를 이끈 김혜숙 교수(63·철학과)가 득표율 1위를 차지하며 당선됐다. 26일 이사회의 최종 승인을 거치면 김 교수는 1886년 개교 이래 최초로 이화여대에서 학생과 교원, 동문이 직접 뽑은 총장이 된다.
이화여대 제16대 총장후보 추천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25일 결선투표 개표 결과 김혜숙 교수가 득표율 57.3%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함께 결선투표에 오른 김은미 교수(국제학과)는 득표율 42.7%였다.
철차상 선관위는 1·2위 후보를 모두 학교법인 이화학당 이사회에 추천하도록 돼 있지만 김혜숙 교수가 압도적 1위를 차지한만큼 이사회는 김 교수를 총장으로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정유라씨 부정입학 관련 의혹이 커진 지난해 10월 최경희 전 총장(55·구속기소)이 사퇴한 이래 총장직은 공석이었다.
김 교수는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기독교학과에서 철학 석사, 미국 시카고대학교 철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87년 교수 생활을 시작했다. 학문적으로는 인식론·철학방법론 등으로 여성철학, 예술철학 연구에 주로 매진했고, 세계여성철학자대회 조직위원장과 철학연구회 연구이사, 한국인문학총연합회장 등을 지냈다.
이화여대 교수협의회 공동회장을 역임한 김 교수는 지난해 이화여대 미래라이프 대학(평생 교육 단과대학) 설립 및 정유라 학사 특혜 파문 등 일련의 사태에서 학생들의 편에 서 목소리를 내왔다. 교수협의회 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교수 시위를 주도해 학생들과 함께 최경희 전 총장의 사퇴를 이끌어내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교수는 또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가 이화여대 재학생들의 학내 시위를 경찰이 진압하는 동영상이 상영되자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는 학교 구성원이 김 교수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결선투표에서 교수교수, 직원, 학생, 동문에서 골고루 높은 지지를 받았다.
최 전 총장이 물러난 이후 이화여대는 교수, 직원, 학생, 동문의 4자 협의체를 구성해 투표 방식을 논의해 왔다. 수차례 논의 끝에 투표값 반영 비율은 교수 77.5%, 직원 12%, 학생 8.5%, 동창 2%로 정했다.
이번 선거에는 총 7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지난 22일 시행된 사전투표와 24일 시행된 1차 투표 결과를 합산한 결과 김혜숙 교수가 총 득표율 33.9%를, 김은미 교수가 17.5%를 얻어 결선투표에 올랐고 이날 최종적으로 당선자가 나왔다.
이화여대는 1990년 윤후정 전 총장(10대) 선출 당시 교수 직선제 선거를 한 적은 있으나 교내 구성원이 모두 참여하는 직선제는 이번이 처음이다. 신임 총장 취임식은 오는 31일 오전 10시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다.
<최미랑 기자 r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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