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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IS 연계 정황 속속 드러나… 테러 공범 색출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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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맨체스터 경기장 폭탄 테러 / 리비아서 체포된 용의자 동생 “테러 계획 한달전에 알고 있었다” / 파리·브뤼셀테러도 관여 가능성 / 수사당국 ‘네트워크’ 파악 집중 / 인니·케냐 등서도 잇단 폭탄테러

영국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의 전말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이번 테러가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연관된 정황이 속속 확인되는 가운데, 테러 용의자인 살람 아베디(22)의 가족 등 ‘테러 네트워크’에 대한 수사가 영국과 리비아 등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AP통신은 영국과 리비아에서 총 11명이 체포됐고, 여성 1명이 풀려났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보기관이 언론에 기밀을 유출해 수사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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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람 아베디가 왼손에 쥐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폭발용 스위치(왼쪽부터)와 자살 폭탄 구성품으로 보이는 못과 금속부품, 12볼트 배터리. 뉴욕타임스 제공


◆아베디 남동생, “한 달 전, 테러 얘기 들었다” 실토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사건 직후 리비아에서 체포된 아베디의 동생 하심(20)은 “형의 테러 계획을 한 달 전에 들어서 알고 있었다”고 대테러 경찰에 실토했다. 하심과 함께 리비아 경찰에 구금된 아베디의 아버지 라마단(51)은 알카에다 조직과 친밀한 ‘리비아 이슬람 투쟁그룹’ 소속으로 알려졌다. 앞서 영국 맨체스터 인근에서 체포된 아베디의 형 이스마일(23)의 역할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아베디는 영국 내 IS 모집책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숨진 라파엘 호스테이와 친밀했다. 리비아 경찰은 하심도 IS와 연계돼 있고, 수도 트리폴리에서 테러를 계획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공학도인 하심이 폭탄 제조에 도움을 줬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영국 수사당국도 폭탄 제조책과 유통 과정을 추적하며 공범 색출에 주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추가로 폭발물을 발견해 터뜨렸다. 볼트와 너트, 못 등이 담긴 사제 폭탄은 IS가 일반인 상대의 ‘소프트 타깃’ 테러에 주로 사용했다. 미 ABC방송은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터진 폭탄은 지난해 벨기에 브뤼셀 테러에서 쓰인 폭탄 설계와 비슷하다”며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제조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아베디가 프랑스 파리와 브뤼셀 테러에도 관여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파리와 브뤼셀 테러에 연루된 혐의로 체포된 모하메드 아브리니와 함께 활동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아브리니는 2015년 맨체스터를 방문한 사실이 확인됐다. 아베디는 테러 나흘 전 독일 뒤셀도르프를 방문했는데, 광범위한 테러 네트워크 소속이라는 방증이라고 외신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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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엄한 경계 2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중심지의 빅벤 인근에서 총을 든 군인이 경찰과 함께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영국은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 이후 테러 경보를 최고 단계로 끌어올리고, 주요 시설에 군병력을 배치했다. 런던=AFP연합뉴스


◆아베디 여동생, “불쌍한 무슬림 아이들 위해 복수”

아베디가 최근 급진화했을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오래전부터 이슬람 극단주의에 심취했다는 증언도 이어진다. 더 타임스는 아베디의 친척과 친구들이 5년 전 영국 정보기관인 MI5 등에 그의 위험성을 제보했다고 보도했다. 10대 때부터 ‘자살 폭탄도 OK’라는 등의 과격한 발언을 했다고 한다.

아베디의 여동생 조마나(18)는 테러 동기에 대해 “오빠는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이지만 세계 곳곳에서 죽어가는 무슬림 아이들을 보고 복수하려고 한 것 같다”며 “미군이 시리아 아이들에게 폭탄을 투하하는 것을 보고 복수를 결심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지난해 아베디의 친구가 현지 갱에게 살해된 게 직접 동기라는 주장도 있다. 라마단은 “친한 친구가 살해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들이 친구의 복수를 위해 테러를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뉴욕타임스 등에 자살 폭탄 사진 등 기밀이 유출된 경위도 수사하겠다면서 미 정보기관에 더 이상 테러 정보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테리사 메이 총리가 25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항의하거나 유감을 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인도네시아와 케냐, 소말리아 등에서도 이슬람 무장단체 소행으로 보이는 폭탄 테러가 이어졌다. 전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동부의 버스정류장 주변에서 두 차례 자살 폭탄 테러로 경찰관 3명이 숨졌다. 술라웨시주 이슬람 기숙학교 행정직원 솔리힌과 자바주 출신 이흐완 누룰 살람이 못과 산탄이 들어 있는 압력밥솥 폭탄을 터뜨리고 현장에서 즉사했다. 현지 반군 소행이거나 IS 등의 글로벌 테러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케냐에서는 북동부 가리사 카운티와 북부 만데라 카운티에서 각각 도로에 매설된 폭발물이 터지면서 경찰관 등 8명이 희생됐다. 케냐 경찰청은 “이슬람 무장단체가 영국 테러를 모방한 공격을 케냐에서 저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도 차량폭탄 테러로 최소 8명이 숨졌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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