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없이… 박근혜 뇌물혐의 등 2차 공판 / 朴측 “공소사실 입증계획부터” / 재판부 “증거 방대해 무리” 기각 / 검찰 혐의 입증취지 낭독도 반발 / 朴측, 증거 채택 대부분 부동의 /“기록 검토 뒤 필요없는 부분 철회”
박근혜(65) 전 대통령은 25일 열린 두 번째 공판에서도 여전히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전략을 유지했다. 뿐만 아니라 변호인들의 거듭된 이의제기로 공판이 긴 시간 헛바퀴를 돌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들은 검찰의 증거조사 방식 등 공판 진행 절차를 사사건건 문제 삼으며 각을 세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47분까지 박 전 대통령의 2차 공판을 진행했다. 공판은 공범 혐의를 받는 최순실(61)씨와 별도로 박 전 대통령만 출석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박 전 대통령의 18개 혐의 중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대기업 출연 과정의 강제모금(직권남용·강요 혐의) 관련 서류증거를 중심으로 증거조사가 이뤄졌다.
검찰은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공판기록 중 박 전 대통령 지시나 공모 부분이 드러난 내용을 중심으로 증거를 제시했다.
박 전 대통령이 재단 이사진 명단과 정관 등을 자신에게 건넸고 최씨가 설립한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의 소개서를 대기업 회장들과의 독대 자리에서 전달했다는 안 전 수석의 증언 등이다. 정 전 비서관이 박 전 대통령 뜻에 따라 최씨에게 문건을 건넸다고 증언한 조서내용도 공개했다.
올림머리 여전한 朴 삼성 등 대기업에서 총 592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2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박 전 대통령 측은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미르재단 정관 등을 전달받았다는데, 기록에 보면 미르재단 정관은 문체부 과장이 전경련에 샘플을 전달해 만든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전 대통령이 플레이그라운드 소개서를 직접 대기업 총수들에게 줬다는 증언에 대해서도 “소개서를 받은 재벌 총수가 3명인데 이들이 안 전 수석에게서 자료를 받았다는 진술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 증인들의 개인 비리를 수사해 압박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유 변호사는 “증인 중 개인 비리로 기소된 사람들이 있다”며 “안 전 수석의 경우 공소장엔 기재되지 않았지만 모 업체 대표로부터 훈민정음 해례본을 받은 사실이 기록에 나타난다”고 언급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관련 공판 기록 등 증거조사를 곧바로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박 전 대통령 측의 잇단 절차 문제 제기로 심리가 상당시간 지연됐다. 이상철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사 및 변호인이 공소사실의 증명에 대한 주장이나 입증계획 수립이 끝나야만 증거 조사에 들어갈 수 있다”며 증거 조사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관련 쟁점과 증인 숫자가 방대한 사건의 특성과 심리의 효율성 등을 이유로 박 전 대통령 측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증거조사가 시작된 뒤에는 변호인과 검찰이 신경전을 벌였다. 이 변호사는 “검찰에서 자신들이 증인에게 물은 주신문(기록)만 보여주고 변호인들의 반대신문은 생략해 문제가 있다”며 “방청석에 기자들이 많은데 검찰의 일방적 주장만 보도가 되고 (반박하는) 탄핵 진술은 나오지 않아 사실관계가 오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낭독하는 내용들은 법정에 증인들이 나와서 증언한 것으로 단순히 검찰이 주장하는 게 아니다”며 “한정된 시간 내 재판을 해야 해 중요한 부분만 입증 취지를 설명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그러자 유 변호사는 “검찰이 굉장히 위험한 말을 하셨다”며 “재판은 시간에 쫓겨서 하는 게 아니라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게 기본전제”라고 언성을 높였다.
박 전 대통령의 3회 공판은 오는 29일 오전 10시 열린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공판에서 ‘40년 지기’ 최씨와 다시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아 ‘불편한 만남’을 갖게 된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