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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혐의 전면 부인하는 박근혜, 정치적 희생양 이미지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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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 사실관계까지 불인정

억울함 피력해 특사 노리는 듯

일각 “괘씸죄로 역풍 맞을 수도”
한국일보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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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추론과 상상에 의해 기소됐다.”

유영하(55) 변호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 첫 공판(23일)에서 꺼낸 발언은 박 전 대통령 측 재판전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인정하지 않는 전략이 특히 두드러진다.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밝히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추가 지원금을 내라고 요구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 그룹 관련 뇌물죄도 전면 부인했다.

일련의 책임을 아랫사람의 과잉 충성이라 부각하거나, 단순 협조 수준으로 에두르는 전략도 취했다. “좌편향 단체에 대한 말을 했더라도 그걸로 블랙리스트 책임까지 묻는 건 살인범을 낳은 어머니에게 살인죄를 묻는 것”이라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그나마 인정한 건 “최순실씨에게 연설문 문구에 대한 의견을 들은 사실은 있다” 정도다. 이런 전략에 따라 박 전 대통령 측은 검찰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이해관계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재판의 유불리와 상관없이 끝까지 무죄를 주장한다는 것이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여론과 지지자들에게 정치탄압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목적으로 거물급 정치인들이 많이 쓰는 전략”이라며 “끝까지 억울함을 피력하면서 특별사면을 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특유의 ‘정치적 승부수’라는 해석까지 곁들여진다.

그 전략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한규(47)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자백과 반성이 중요한 감경 요소인데 기본적 사실관계까지 부인하고 통수권자로서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미루려는 전략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평했다. 특히 헌법재판소 탄핵결정문에 청와대 문건유출, 최씨의 공직 인선개입,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 강요 등에 박 전 대통령이 연루된 사실이 상당 부분 인정돼 있는 만큼 박 전 대통령 측의 부인 전략이 ‘괘씸죄’만 더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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