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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사설] 인권위 위상 강화를 겨냥한 제도개혁을 검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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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 강화를 위해 정부 부처가 인권위 권고를 받을 경우 이를 반영하는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지시했다. 또 지난 정권에서 사실상 폐기되었던 인권위의 대통령 정례 보고도 부활하도록 했다. 청와대는 “이전 정권의 인권 경시 태도와 결별해 국가의 인권 경시 및 침해를 적극적으로 바로잡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진국 문턱에 서 있다는 경제 위상에 걸맞지 않은 국내 인권 수준을 생각하면 당연한 조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부연 설명했듯, 기관별 인권 침해 통계를 보면 경찰 같은 사법기관이 다수를 차지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 인권 수준이 얼마나 후진적인지 대변한다. 인권 수준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언론자유는 미국 인권단체 프리덤 하우스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경우 60~70위권 수준이다. 사회적 약자인 성 소수자 인권도 세계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고자 김대중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어 임기 중 법 제정을 통해 16년 전 출범시킨 게 국가인권위였다. 국가인권위는 사형제 폐지나 양심적 병역 거부 인정, ‘살색‘ 명명 한국산업규격 개정 등 인권 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권고를 내 화제를 모았고 그 중 일부는 정책으로 수용돼 국내 인권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인권위의 역할은 이명박ㆍ박근혜 보수 정권 들어 추락했다. 자질 논란 있는 인물을 위원장에 임명하고, 조직을 축소한 결과 인권위 자체가 인권단체들과 소통에 소극적으로 변해갔다. 심지어 각국 국가인권기구 모임인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의 의장기구가 될 기회를 걷어차는 일까지 있었다.

인권위의 위상 강화는 환영할 일이지만 실질적 활동을 강화하려면, 인력과 예산 확대를 통해 조직 정비와 확충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권에서 20% 축소된 인력을 원상 회복하고 더 확대할 필요성은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인권위가 정권의 성격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인권 감시ㆍ개선 활동에 주력할 수 있는 기구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국가인권기구 설립에 관한 국제사회 준칙인 파리원칙은 ‘국가인권기구는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적 지위를 보장받기 위하여 그 구성과 권한의 범위를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부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으로 활발해질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서, 인권위를 헌법기구로 끌어올리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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