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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플러스] 대통령 솔선수범… 수술대 오르는 특수활동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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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8870억 부처 ‘쌈짓돈’에 감축 메스 / 靑 2017년 특수활동비 절감 선언 / 文 “식대와 개 사료값은 내가 부담” / 감찰반에 권력기관 실태 점검 지시 / 법무부 ‘돈 봉투’ 사건도 엄단 계기 / 기밀 필요없는 곳엔 용인 않을 듯 / 사용증빙 강화하고 내역 공개 추진 / 절반 사용 국정원, 대폭 감소 전망

세계일보

“2008년 여당 원내대표를 할 때 국회 운영위원장을 겸하고 있어서 매달 국회 대책비(특수활동비)로 4000만~5000만원씩 나왔는데 그것을 현금화해서 쓴 뒤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주곤 했다.”(홍준표 전 경남지사)

특수활동비는 원래 말 그대로 수사·정보 수집 등 보안이 요구되는 특수활동에 쓰여야 할 나랏돈이다. 그러나 영수증 등 사용 증빙이 필요없다는 점이 악용돼 공직자 ‘쌈짓돈’으로 전락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특수활동비를 생활비로 사용하는 게 관행이라는 주장이 공분을 사기도 했다. 비판 여론이 들끓었지만 행정부는 물론 입법부, 사법부까지 모두 수혜자인 상황에서 ‘끼리끼리 나눠먹기’식의 그릇된 관행은 고쳐지지 않았다. 액수도 매년 불어나 특수활동비 예산편성 총액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8조5631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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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하는 민정수석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오른쪽)이 25일 청와대 첫 수석비서관회의 직후 춘추관에서 회견을 갖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정부가 이 같은 특수활동비에 칼을 빼들었다. 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 생활비부터 특수활동비 아닌 대통령 봉급으로 처리하겠다’며 ‘특수활동비 대수술’을 또 다른 개혁 카드로 꺼내들었다.

청와대가 제시한 특수활동비 개선 방안은 일단 ‘청와대 솔선수범’이다. 다른 부처에 대한 특수활동비 개선 지시 없이 문 대통령이 관저 생활비를 대통령 봉급에서 매달 공제하고, 청와대도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 127억원의 42%에 해당하는 53억원을 절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부처에 모범을 보여 뒤따르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회의에서 이 같은 뜻을 밝히며 “적어도 우리 부부 식대와 개·고양이 사료값 등 명확히 (공사가) 구분 가능한 것은 별도로 내가 부담하는 것이 맞고, 그래도 주거비는 안 드니 감사하지 않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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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향후 제도 개선 방침도 분명히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수활동비 사용 실태에 대해 전반적 점검을 해보고 거기에서 제도적 문제가 있다면 투명성을 강조할 수 있는 제도 개선안까지 한번 마련해보자는 제안이 있었다. 특성상 아무래도 기획재정부가 중심이 돼서 전반적으로 한번 살펴보는 게 낫겠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이날 문 대통령 주재 수석 보좌관 회의 내용을 전했다.

특수활동비에 대한 점검은 권력기관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취임일 오전 문 대통령께 재정에 대한 현안을 말씀드리면서 문제점을 공감했고 저희부터 솔선수범하자는 말씀이 있었다. 그렇게 준비되는 과정에서 검찰 부분은 우연히 겹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특수활동비 실태 점검은 권력기관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해 8870억원에 달하는 특수활동비 대부분은 국가정보원(4860억원), 국방부(1783억원), 경찰청(1298억원), 법무부(286억원) 등 권력기관이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법무부·검찰 간부의 부적절한 돈 봉투 회식 사건은 문 대통령이 직접 감찰까지 지시한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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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여민관 3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 시작 전 손수 커피를 따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향후 특수활동비는 꼭 필요한 분야는 그 필요성을 인정하되, 목적에 맞게 집행되도록 엄격히 관리될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외교·안보 분야의 국정 활동이나 부서 특성상 기밀을 요구하는 부분에 대한 활동경비 소요를 추정해서 그 금액에 대해서만 집행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절감해 ‘나눠먹기’식 관행을 뿌리 뽑겠다”고 말했다.

특히 전체 특수활동비의 절반가량을 사용하는 국정원은 앞으로 해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되는 만큼 국내 정보 활동이나 기밀유지가 필요한 첩보활동 등의 명목으로 책정된 특수활동비 규모가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수활동비와 관련해서는 대통령이 먼저 모범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차제에 특수활동비 사용 실태에 대해 전반적으로 점검해보고 투명성을 강조하는 제도개선안까지 마련해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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