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대국 불계패…중앙 공방전서 나온 119수가 ‘신의 한 수’
딥마인드 측 “인간 데이터 의존 않는 범용 AI 가능성 입증”
중국 바둑랭킹 1위 커제 9단이 25일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알파고와의 2번째 대국 중 머리를 감싸며 고민하고 있다. 우전 | 신화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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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알파고가 중국 바둑 랭킹 1위인 커제(20·柯潔) 9단을 상대로 한 두 번째 대국에서도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는 25일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Future of Go Summit)’ 3번기 제2국에서 155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알파고는 3번기에서 2연승을 하면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앞서 지난 25일 1국을 패한 커제는 초반 알파고의 허를 찌르는 반격을 이어가 우상귀 정석에서 알파고의 빈틈을 겨냥했으나, 알파고에게 한 칸 씌움을 당했다. 알파고는 이날 중앙 공방전에서 커제의 공세를 피해 119수로 중앙으로 한 칸 뻗는 ‘신의 한 수’로 승리를 결정지었다.
커제는 대국을 마친 후 알파고의 바둑 실력에 대해 “계속 진일보하고 있는 알파고는 나와 비교하면 100점 만점의 바둑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길 수 없는 상대이니 신이나 마찬가지 아니냐”며 “알파고를 평가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반은 괜찮았는데 후반 한 곳에서 느슨해진 것은 지나치게 긴장했기 때문”이라며 “결국 좋지 않은 수를 두게 됐는데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최대 약점”이라고 했다.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알파고가 제한시간을 2시간여 남긴 시점에 자신의 트위터에 “믿을 수 없다”며 “알파고의 평가로는 커제가 완벽한 수를 두고 있다고 한다”고 올렸다.
이날 대국이 끝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허사비스 CEO와 연구·개발(R&D) 책임자인 데이비드 실버 박사는 “예전 버전의 알파고와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실력이 좋아졌다”며 “인간 데이터에 의존하지 않고도 범용 AI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범용 AI란 사전 데이터 없이 다양한 지식을 스스로 익히는 인공지능이다. 알파고는 지난해 3월 이세돌과의 대국 당시 구글이 개발한 AI용 칩(TPU)을 50개 동원하는 등 대규모 전산 설비를 썼지만, 이번에는 TPU 4개를 얹은 산업용 컴퓨터(machine) 1대만 사용했다. 실버 박사는 “알파고가 자신과 수없이 바둑을 두면서 약점을 빨리 찾아내 고칠 수 있게 됐다”며 “이번 혁신이 많은 AI 분야에 적용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커제 9단은 27일 알파고와 마지막 대국을 치를 예정이다. 당초 세계 바둑계에선 커제 9단이 3국까지 진행되는 이번 경기에서 이길 확률을 10% 미만으로 볼 정도로 알파고의 우위를 점쳤다. 이 대회 우승 상금은 150만달러(약 17억원)이며, 커제는 상금과 별도로 30만달러(약 3억4000만원)의 대국료를 받는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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