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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VIEW POINT] 회계감사는 기업가치 높이는 최고의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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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탈리아 베네치아 출신 화가 야코포 데 바르바리의 1495년작 '루카 파치올리 수사의 초상'에서 수학과 회계 교사였던 파치올리는 그림의 정중앙에 서 있다. 그의 후원자이자 귀족 한 사람은 파치올리의 뒤에 그려져 있다. 파치올리는 현대 회계의 기초가 되는 복식부기 편람을 출판한 인물로 당시 귀족보다 우월한 존재로 그림에서 묘사되고 있다.

이처럼 회계의 중요성을 깨달았던 이탈리아 도시공화국과 황금기의 네덜란드, 18~19세기의 영국과 미국은 회계를 당시 교육 과정에 포함시키고 종교·도덕적 사상과 통합하면서 번영을 누렸다.

그러나 국내에서 회계는 '골치 아픈 수학 공식'이자 규제의 하나로 인식된다. 2014년 금융당국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적용 대상을 기존 자산 10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올려버렸다. 중소기업들의 어려운 사정을 봐주겠다는 취지였다.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해 활동하는 청년회계사회는 즉각 "투명한 회계의 중요성은 회사 규모와 무관하다"며 비판했다.

회계감사를 규제나 비용으로 바라보는 것은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2015년 18억원의 회계감사 수수료를 작년 17억원으로 오히려 줄였다. 미국 자동차 기업 GM이 같은 기간 감사보수를 5억원 올린 것과 대조된다. 작년 기준 현대차 감사보수 수준은 국가별 소득수준과 자산 규모를 고려했을 때 GM의 13% 수준에 그쳤다. 같은 기준으로 한국전력은 미국 발레로에너지의 10분의 1 수준이다.

회계감사에 대한 투명성을 논하기 전에 일단 수수료 수준은 현실화될 필요가 있다. 국내 기업들의 감사보수 수준이 이처럼 낮으면서 글로벌 기준에 맞는 회계 수준을 기대하는 건 요행을 바라는 심리다. 회계는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하나의 투자로 봐야 한다.

회계에 대한 무관심과 투자 부족에 대한 끔찍한 결과는 2년 전 '모뉴엘 사태'에서 확인했다. 로봇청소기 등을 만든 가전업체 모뉴엘은 해외 매출을 부풀려 금융회사에 수천억 원대 손실을 입혔다. 2014년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금융회사와 보증기관을 통해 3조원 이상의 사기 대출을 받은 것도 드러났다.

이 같은 막대한 국부가 건실한 중견기업으로 흘러갔다면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았을 것이다. 회계는 격리돼선 안 된다. 사회의 논의 대상으로 끌어내 회계감사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그에 맞는 투명성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이는 기업의 재무제표와 실적 신뢰도를 높여 주가 3000 시대로 가는 또 하나의 길이 될 수 있다.

[문일호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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