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6월 임시국회에서 논의하고 만일 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행정지침을 폐기하는 초강수를 둘 것으로 보인다.
25일 고용노동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한 한정애 사회분과위원(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월 임시국회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논하고 만일 이것이 실현되지 못할 경우 행정지침을 폐기하는 안에 정부와 인수위 모두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자유한국당 의원도 정권 바뀌면 바로 논의하기로 했으니 곧바로 국회 차원에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지난 3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 잠정안을 기반으로 국회에서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당시 환노위는 근로시간을 현행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시키되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해당 법 적용을 4년간 유예하는 안에 잠정 합의한 바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 100일 공약에도 근로시간 단축이 포함된 만큼 관련 안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최소한 올해 안에는 주당 68시간에 달하는 근로시간이 50시간대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에 고용부와 인수위원 모두 공감대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가 선임한 공익위원과 노동계·재계가 각각 9명씩 참여해 27명으로 구성되는데 정부 측 공익위원과 노동계 몫을 합하면 반수 이상을 달성할 수 있어 정부 의지만 있으면 인상률을 얼마든지 높게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이후 노동계가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6월쯤에는 참석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은 향후 3년간 연평균 15%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의 최저임금위원회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정부 여당은 지난 정권 때 노동계 압박용으로 기획된 '양대지침'도 없앨 전망이다. 한 의원은 "인수위원들이 양대지침은 폐기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하게 주장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노동계는 저성과자 해고자 가이드라인을 만든 '공정인사 지침'과 사회 통념상 합리적이라는 이유로 임금피크제 등을 도입할 때 노조 동의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석한 '취업규칙 지침'을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한편 문재인정부가 그동안 말을 아껴왔던 사회적 대타협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재계와 노동계 양측이 고통 분담에 나서지 않을 경우 청년 실업률과 임금 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 등의 불참으로 인해 파행되고 있는 현재의 노사정위원회가 비정규직 청년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기구로 확대 개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회적 대타협기구에서는 재계와 노동계의 양보를 전제로 근로시간 단축, 임금체계 개편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김연명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장은 고용부 업무보고 모두 발언에서 "노동을 풀어가는 현안이 복잡하고 이해 집단도 많지만 양보하고 타협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면서 "대통령이 진정한 의미에서 사회적 협약 시스템을 한번 구축해보자고 했다. 그런 부분을 유의해서 (업무보고를) 봐 달라"고 주문했다.
정부 당국자가 사회적 대타협을 공식적으로 거론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김대중정부 당시 경영계가 요구한 정리해고제와 노동계가 요구한 실업급여를 둘 다 도입하는 '빅딜'을 한 바 있는데 앞으로 이 같은 사례를 준용해 노사 양측의 고통 분담을 통한 청년고용 확대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고용부 업무보고에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은경 지속가능성센터 지우 대표, 김좌관 부산가톨릭대학교 교수, 오태규 전 관훈클럽 총무,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성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태수 꽃동네대학교 교수가 참석했다. 고용부에서는 박종길 기획조정실장을 비롯한 13명의 국·실장이 배석했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에는 노사정위원회에 비정규직 청년 대표 등이 참석하는 이른바 사회적 대타협기구 설립이 명문화돼 있다. 이와 관련해 일자리위원회는 일자리 창출 등 실무를 맡고 노사정 대화 및 타협은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맡는 '투트랙 전략'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이날 "기존에는 정부 측은 고용부 장관과 기획재정부 장관만 노사정위에 참여해 왔다"면서 "범사회적 대타협을 해야 하는 만큼 확대되는 기구에는 타 부처 장관들도 모두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용부가 자문위원회에 검토를 추가 요구한 사항에는 청년고용 허브 구축이 포함돼 있다. 이에 10%대로 높은 청년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취업 알선 기능 등을 대폭 강화한 고용 허브센터를 거점별로 만드는 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고용부는 직업훈련 체계 개발도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직장에서 해고된 중장년 근로자를 재취업시키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이를 감안한 평생 직업능력개발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게 고용부 판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핵심 생산가능인구(25~45세)에 주로 초점을 맞춰 직업훈련 등이 이뤄졌는데 앞으로는 그 범위를 넓혀서 고령층도 직업훈련을 받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장애인 직업훈련 확대 개편 △가사 돌봄 서비스 시장 활성화 △노사가 참여하는 작업장 혁신 프로젝트 추진 등이 고용부 요구사항으로 포함돼 있다.
또한 고용부는 올해 현안 대응 과제로 공공사회서비스 일자리 확대와 지역특화 일자리 창출, 취약계층 근로여건 개선,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보고했다. 사회분과 인수위원인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사회서비스공단을 만들어서 공적 영역 서비스와 관련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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