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8 (월)

삼성전자 상생경영…2차협력사까지 현금결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2차 협력사들까지도 물품대금을 어음 대신에 현금으로 결제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대기업들이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현금 결제하는 사례는 많이 늘고 있지만, 2차 협력사까지 확대 적용해 실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과 거래하는 1차 협력사는 물론이고 2차 협력사들과의 거래에서도 어음 거래가 사라질 전망이다.

25일 삼성전자는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에 현금으로 물품대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를 6월부터 실시한다고 밝혔다. 2차 협력사들은 물품대금을 30일 이내에 전액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 이번 조치로 2차 협력사 3000여 곳이 혜택을 누릴 전망이다. 1차 협력사는 500여 곳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하나·신한·국민은행을 통해 총 5000억원 규모의 '물대 지원 펀드'를 조성한다.

1차 협력사가 현금으로 물품대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경우 펀드에서 무이자 대출로 지원할 예정이다. 자금이 필요한 1차 협력사가 은행에 대출을 신청하면 1년간 무이자로 대출을 받아 2차 협력업체에 현금 결제하는 식이다. 무이자 대출은 1년 연장도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이 제도를 2020년 5월 말까지 3년간 시행해 이를 정착시켜 보고 향후 연장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중소기업의 자금난 원인 중 하나인 '어음 결제' 해법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당시 삼성전자와 직접 거래하는 1차 협력사 협의체인 '협성회'와 2차 협력사 협의체인 '수탁기업협의회'가 간담회를 열어 어음으로 대금을 받는 2차 협력사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물대 현금 결제 제도'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사실 삼성전자 협력사들은 2005년부터 이미 물품대금을 현금으로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 1차 협력사와 거래하는 2차 협력업체들이 문제였다. 1차 협력사들이 2차 협력사들에 여전히 어음으로 대금을 지급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주은기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오래전부터 물품대금 현금 결제의 물꼬를 터 협력사 경영 안정화를 위해 노력해왔다"며 "1차 협력사들도 '물대 지원 펀드'를 활용해 현금 지급의 패러다임을 정착시켜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금 결제를 위한 시스템은 갖췄지만 그렇다고 협력업체에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당근책도 내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차 협력사에 현금을 지급하는 1차 협력사에 대해서는 협력사 종합평가에서 가산점을 반영할 예정"이라며 "거래를 새로 시작하는 1차 협력사는 2차 협력사에 대한 현금 지급을 의무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재계의 큰 관심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를 위한 공약으로 어음 결제 제도 개선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청은 약속어음 제도의 단계적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현재 약속어음 발행 규모가 1000조원에 달할 정도여서 만기 제한을 두거나 전자어음을 활성화하는 등 여러 대안도 함께 논의하고 있다. 중기청 관계자는 "중소기업계에서 약속어음 제도를 개선해달라는 목소리가 많아 다양한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2차 협력사까지 상생경영의 대상으로 삼고 본격적으로 나섬에 따라 대중소 동반성장을 위한 여러 대안이 재계에서 나올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005년 국내 최초로 1차 협력사와 거래대금 전액을 현금으로 지급하기 시작해 다른 그룹으로 확산시킨 바 있다.

이후에도 삼성전자는 2011년 협력업체에 대한 물품대금 지급 횟수를 월 2회에서 4회로 늘렸고, 2013년부터는 거래 마감 후 10일 내 지급 제도를 시행해왔다.

특히 2015년에는 1차 협력사뿐만 아니라 2차 협력사까지 대금이 원활히 지급될 수 있도록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 중인 '상생결제시스템'을 도입했다. 상생결제시스템은 삼성전자가 1차 협력사에, 1차 협력사는 2차 협력사에 '상생결제 연계 시스템'을 활용해 대금을 지급하면 2차 협력사는 삼성전자 신용도를 적용받아 저리로 조기에 납품대금을 현금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러한 제도를 좀 더 개선해 아예 처음부터 현금으로 결제받을 수 있게 했다.

[송성훈 기자 / 진영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