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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매경춘추] 결정짓는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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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직원들과 함께 빅데이터를 주제로 월례세미나를 들을 때였다. 유명 포털 회사 임원을 지낸 전문가는 젊은 남녀들이 '썸타는' 현상을 결정장애 문화로 해석했다. 썸탄다는 것은 본인이 결정짓지 못하고 애매한 상태로 두는 것을 말한다면서 치열한 대학 입시 경쟁을 거치고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같은 어려운 취업경쟁 상황에 놓이다 보니 실패가 두려워 결정을 유예하는 현상을 대표하는 신조어라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썸탈 수밖에 없는 상황도 안타깝지만 회사를 운영하며 목격하게 되는 결정장애는 결코 간과하기 힘든 문제 중 하나다. 어느 부서의 직책자가 위험 부담을 두려워해 결정을 유예하면 아무리 우수한 직원들로 구성된 부서라도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떻게 뒷수습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책임 범위가 확대될수록 결정의 영향력은 커진다. 작은 의사결정이라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절대 큰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작은 결정도 내려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어느 날 갑자기 큰 결정을 맡긴다면 그 리스크는 크다.

어릴 때부터 사소한 것이라도 결정하는 습관을 들여야 큰 것도 할 수 있다. 우리 회사 젊은 후배들에게도 소재 하나, 아이템 하나라도 변화를 주는 결정을 경험해 보기를 강조하고 있다.

필자가 미국법인 주재 시절이었던 1990년대 미국프로농구(NBA)의 인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전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선수 중 한 명이 시카고 불스의 마이클 조던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해결사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던 그는 1966년 창립 이래 우승 경험이 없던 팀에 여섯 번의 우승컵을 안겼고, 네 번의 최고선수상 영예를 안았다.

실패와 관련해 기억에 남는 그의 스포츠 브랜드 광고 카피가 있다.

"농구선수로서 나는 9000개 이상의 슛을 실패했고, 거의 300경기에서 패배했다. 내게 맡겨진 스물여섯 번의 승리를 결정짓는 슛에서 실패했다. 나는 사는 동안 계속해서 실패를 거듭했다. 이것이 내가 성공한 이유다."

일반적인 경우 팀의 수장이 바뀌는 인사가 이뤄졌을 때 흔히 뭔가 잘못해서 바뀌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리더로서 아무런 결정도 안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실패의 경험조차 없다는 것은 아무것도 안 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설령 실패했더라도 왜 실패했는지 알면 바꾸기 아까울 것이다. 마이클 조던의 광고 카피처럼 성공할 가능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아무거나" 하지 말고 점심 식사로 뭘 먹을지, 옷은 뭘 입을지 스스로 결정해 보자. 훗날 조직의 유능한 해결사를 꿈꾸며.

[오규식 LF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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