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은 좋은 입지 조건에도 불구하고 주변환경이 낙후됐던 곳에서 새 아파트의 희소성이 부각된 단지가 가격이 많이 올랐다. 또 주변보다 낮은 분양가 단지, 도로·학교 등 기반시설이 탄탄한 대규모 택지개발 단지도 가격 상승 폭이 컸다. 전세를 낀 갭투자의 경우 역세권 소형 아파트 투자가 자기자본수익률(ROE) 연 70%를 기록했다. 매일경제신문이 국토교통부, 부동산114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2014년 이후 서울 주요 아파트의 분양권 웃돈 상승률과 갭투자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다.
경희궁자이 전경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경희궁 자이·옥수동 e편한세상 웃돈 많이 붙어
분양권 웃돈 조사에선 최근 3년간 서울에서 분양한 주요 아파트 중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린 67개 단지를 대상으로 올해 1분기(1~3월) 같은 층에서 거래된 사례를 살펴봤다. 같은 단지의 같은 평형이라도 층에 따라 분양가와 거래가가 10~30% 정도 차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 돈의문 뉴타운을 재개발한 ‘경희궁 자이’는 분양 이후 39.3%가 상승, 최근 3년간 서울에서 분양한 주요 아파트 중 연간 상승률(연 환산 16.5%) 기준으로 가장 많은 웃돈이 붙었다. 뒤를 이어 성동구 옥수동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13.8%),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2차(13%), 강남구 수서동 강남더샵포레스트(12.9%), 성동구 금호동4가 힐스테이트금호(12.3%), 영등포구 신길동 래미안에스티움(12%), 동작구 흑석동 흑석뉴타운아크로리버하임(11.9%), 중구 만리동2가 서울역한라비발디센트럴(11.7%), 서대문구 북아현동 e편한세상신촌(11.6%), 동대문구 답십리동 답십리파크자이(10.7%), 송파구 가락동 송파헬리오시티(10.2%), 성동구 금호동1가 e편한세상신금호(10.0%) 등이 연 환산 기준 10% 이상 상승률을 기록했다.
아파트 분양권 투자는 희소성, 가격, 택지지구가 웃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됐다. 경희궁 자이의 시세 상승 배경에는 서울 중심부라는 주요 위치에 있으나 그동안 새 아파트 공급이 없어 ‘희소성’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강북 뉴타운 재개발의 대표주자인 경희궁 자이는 2014년 11월 분양당시 3단지 1층 전용면적 59.75㎡의 분양가가 5억4850만원을 기록했다. 이후 올해 1월 같은 평형 같은 층수의 아파트가 7억6430만원에 거래됐다. 웃돈이 2억1580만원이나 붙은 것으로 분양 이후 가격이 39.3% 상승, 연 16.5% 올랐다. 경희궁 자이 4단지 9층 전용 45.87㎡도 분양가 4억3480만원에서 웃돈 1억4836만원이 붙은 5억8316만원에 지난 1월 거래됐다. 분양 이후 누적 상승률 34.1%, 연간 상승률로 환산하면 14.5%가 올랐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차장은 “경희궁 자이가 들어선 종로 돈의문 뉴타운처럼 서울 주요 재개발, 뉴타운 지역은 입지는 좋으나 건물이 낡고 오래돼 주거환경이 좋지 않았다”면서 “새 아파트라는 희소성이 부각된 가운데 전반적인 주거환경이 개선된 점이 가격상승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성동구 동작구 재개발아파트 강세
개발호재 무산된 용산구 저조
성동구 옥수동, 금호동과 동작구 흑석동 재개발 물량도 웃돈이 크게 붙었다. 2015년 분양 당시 7억2400만원이었던 옥수동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 전용 84.51㎡ 15층은 웃돈 1억4600만원이 붙어 올해 2월 8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연간 13.8%가 오른 것으로 분양 이후 20.2%가 상승했다. 같은 해 분양된 금호동 4가 힐스테이트금호 전용 84.92㎡는 웃돈 1억1023만원, 금호동 1가 e편한세상신금호 전용 84.93㎡는 웃돈 1억원이 붙어 연 10% 이상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동작구에서 분양된 재개발 아파트 단지의 웃돈 상승이 두드러졌다. 흑석동 흑석뉴타운 재개발 단지인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59.92㎡ 9층은 분양 후 7개월 만인 올 2월 4210만원의 웃돈이 올라 매매됐다. 지난해 7월 당시 분양가는 6억2180만원으로 상승률은 6.8%, 연으로 환산하면 11.9%에 달한다. 인근 흑석뉴타운 롯데캐슬에듀포레 전용 59.57㎡도 지난해 6월 분양가 5억6500만원짜리가 올해 3월 3820만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됐다. 이외에 영등포구 신길뉴타운 7구역 재개발 단지인 ‘래미안에스티움’(2014년 분양) 전용 84.97㎡와 중구 만리동 만리1구역 재개발 단지인 ‘서울역 한라비발디 센트럴’(2016년 분양) 전용 84.97㎡도 주요입지에 새 아파트라는 장점이 부각되며 각각 1억6383만원, 8938만원의 웃돈이 형성돼 거래됐다.
반면 용산구에서 분양된 단지들은 전반적으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지난 2014년 분양된 용산구 래미안용산과 용산푸르지오서밋은 연 1%의 분양권 상승률을 보여 거의 웃돈이 형성되지 못했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무산된 충격파가 계속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오는 5월 용산4구역 재개발 단지인 효성 해링턴플레이스의 분양 성적도 관심사다.
주변시세보다 상대적으로 분양권 가격이 낮았거나 대규모 택지지구에 공급된 아파트들의 분양권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강남3구에서는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낮게 책정된 물건들의 웃돈 상승폭이 컸다. 강남구 수서동 강남더샵포레스트(2014년 분양)는 11층 전용 146.69㎡가 웃돈이 무려 4억230만원이나 붙어 지난 1월 15억4170만원에 거래됐다.
또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2014년 분양) 전용 59.97㎡, 송파구 가락동 송파헬리오시티(2015년 분양) 전용 84.99㎡도 주변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분양가가 주목받으며 각각 3억2000만원과 1억1985만원의 웃돈이 붙어 올해 초 거래됐다. 강남더샵포레스트(연 12.9%), 아크로리버파크(연 13%), 송파헬리오시티(연 10%) 모두 연 10% 이상 가격이 오르고 있는 중이다.
도로, 학교, 공원 등 기반시설이 체계적으로 공급된 대규모 택지개발지구도 인기다. 송파구 장지동 위례중앙푸르지오(2014년 분양) 전용 84.74㎡는 1억4744만원(연 9.4%), 강서구 마곡동 마곡힐스테이트마스터(2015년 분양) 전용 59.99㎡는 8246만원(연 9.4%)의 웃돈이 붙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성동구·강서구 역세권 소형 수익률 높아
재건축·재개발 분양권 투자에 못지않은 인기를 끈 것이 ‘갭투자’였다.
갭투자는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크지 않은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매입해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투자 방식이다. 부동산 투자는 하고 싶지만 여윳돈이 많지 않은 경우 유용한 투자전략이다. 강남 재건축 투자는 10억원 이상 목돈이 필요하지만 갭투자는 전세를 끼고 구입하기 때문에 1억~2억원 정도의 여윳돈을 들고 투자에 나설 수 있다. 최근 금융권의 대출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갭투자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부동산 투자 전문가들에 따르면 갭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셋값이 떨어지지 않을 곳을 고르는 것으로 업무지역과 통하는 역세권의 소형주택 등 전세 수요가 풍부한 곳을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안정적으로 높고 시세차익이 큰 곳일수록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서울지역 소형 아파트(전용 60 ㎡ 이하)를 대상으로 분석한 갭투자 수익률 결과도 전세수요가 풍부한 역세권 소형주택의 수익률이 높게 나타났다.
성동구, 강서구에서 전세를 낀 소형아파트를 샀을 경우 자기자본수익률(ROE)이 70%가 넘었다. 최근 3년간 수익률도 연간 30% 수준으로 서울 전체 평균 18%를 웃돌았다. 성동구 소형평형 아파트 값은 최근 1년 새 7.5%가 상승해 서울 평균 10.5%에 못 미쳤다. 하지만 성동구는 전세가율이 78%에 달한다. 전세를 끼고 샀을 경우 연간 수익률은 77.5%로 서울 평균치(39.5%)의 두 배에 달했다.
성동구 금호동 1가 벽산아파트 전용 59.9㎡는 2015년 12월 3억6800만원에 거래됐다. 당시 전세는 3억2000만원으로 4800만원이 있으면 매입이 가능했다. 2016년 12월 매매가는 4억1500만원으로 수익률은 97.9%에 달한다.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 59.25㎡도 2016년 전세 5억8000만원을 끼고 6억2500만원에 살 수 있었다. 지난 연말 거래가는 7억원으로 자본금 4500만원에 수익률은 166%다. 성수동 1가 우방, 응봉동 동아리버그린도 같은 방법으로 100% 이상 수익이 가능했다.
최근 3년간 갭투자 수익률로는 강서구가 돋보였다. 강서구 등촌동 등촌주공5단지 전용 58.14㎡의 2013년 12월 매매가는 2억8500만원으로 전세 2억을 끼고 살 수 있었다. 2016년 12월 매매가는 3억9150만원으로 투자금 8500만원에 대한 3년 누적 수익률은 125%, 연평균 수익률은 31.3%에 달했다. 등촌주공 10단지, 가양 6단지, 방화 5단지 등도 연평균 50%대의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강남 3구 갭투자 수익률은 저조
반면 강남3구의 갭투자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최근 1년간 강남구 30.3%, 송파구 38.9%로 서울평균 39.5%에 못 미쳤다. 서초구만 56.1%로 평균을 상회했다. 전세를 감안하지 않았을 경우 강남구 소형평형은 최근 1년간 서울서 가장 높은 시세 상승률(17.7%)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세가율이 40.64%에 불과하다. 10억원 정도의 아파트를 사려면 전세는 4억원 정도여서 자기 자본이 6억원은 필요하다. 강남 재건축 매물은 건물이 낡아 전세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자기자본이 많이 들어가 갭투자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세가율만 높다고 수익률이 높은 것도 아니다. 중랑구(81.57%), 강북구(80.55%)는 전통적으로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 비해 높게 유지돼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갭투자가 성행했다. 하지만 매매가 상승률이 중랑구 4.7%, 강북구 5.1%에 그쳐 갭투자 수익률은 각각 26.6%, 26.7%로 나타났다.
갭투자는 전형적인 레버리지 투자지만 전세를 이용해 금융비용 없이 소자본으로 투자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금융권의 대출압박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대출거부나 은행이자 상승에 따른 위험부담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집값 하락 땐 원금을 모두 날리고 ‘깡통주택’이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전세를 활용한 갭투자의 특성상 전세가격이 떨어지거나 역전세난이 오면 유동성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갭투자는 경기가 좋을 때는 수익률이 높지만 가격조정에 들어가면 낙폭이 크기 때문에 ‘양날의 칼’과 같다”면서 투자에 주의를 당부했다.
[김기정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0호 (2017년 05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