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위 "공약했다고 해서 당장 실현될 수 없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계통신비 부담 절감 8대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2017.4.1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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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희진 기자 = 문재인 정부의 통신 정책으로 전국민적 관심을 받은 '기본료 폐지' 공약에 대해 정부가 속도조절에 나서는 분위기다. 애초에 대다수 이동통신 가입자가 이용하는 정액요금제에는 있지도 않는 기본료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파퓰리즘'이 새 정부에 '제발등 찍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에서 사실상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25일 미래창조과학부를 대상으로 업무보고를 실시하자 가장 주목을 끈 사안은 단연 기본료 폐지 공약이다.
기본료 1만1000원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에 매달 내는 통신비가 늘 부담인 전국민들이 열광했다. 하지만 기업에 요금을 강제로 인하할 법적근거가 없고 기본료 폐지 범위도 모호해 새 정부가 이 공약을 어떻게 펼칠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업무보고 관련 브리핑에서 "공약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당장 실현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업계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시장상황도 있을 수 있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또 박 대변인은 "공약한 바가 있고 기존에 정책이 있고 그것을 다시 토론해서 공약에 맞게 바꿔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시간이 적게 걸리든지, 많이 걸릴 수 있고 공약 실현에 무리가 있는 것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업무보고에서도 기본료 폐지 문제는 민간한 사안인 만큼, 신중하게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부가 소속된 국정기획회 경제2분과 위원장인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본료 폐지 공약에 대한 미래부의 입장이 어떠하냐는 질문에 "(들어도)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며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다음주 재논의하기로 했다.
기존 사회분과에서 이날부로 경제2분과로 옮긴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도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고 심도깊은 논의도 없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공약으로 기본료 폐지를 내걸었지만 미래부 입장에서는 법적 근거도 없고 차세대 5G 시대를 앞두고 이통사의 투자 저하 요인이 되는 강제 가격 인하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애초에 현실성 없는 파퓰리즘 공약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통신 기본료는 정액제가 아닌 종량제 요금에 부과된다. 통상 표준요금제가 통화한 시간만큼 돈을 내는 종량제 방식으로 과금된다. 2G와 3G는 표준요금제가 있지만 4G는 기본료 대신 데이터 총량에 따른 월정액 형태다. 기본료가 없는데 어떻게 폐지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아 논란이 컸다.
법적 근거도 없다. 전기통신사업법 28조에 따르면 전기통신서비스에 관한 이용약관을 신고하거나 인가받으려는 자는 가입지, 기본료, 사용료, 부가서비스료, 실비 등을 포함한 전기통신서비스의 요금산정 근거 자료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통합(정액) 요금제가 일반화되면서 미래부도 정액요금제 전체로 평가하지 기본료 등을 별도로 구분한 산정근거 자료를 받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체 6000만 이동통신 가입자에 대해 일괄적으로 1만1000원씩 인하하면 이동통신3사의 영업이익이 7조9000억원 급감해 4조3000억원의 적자를 떠안게 될 상황이라 투자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들은 마치 1만1000원씩 통신비가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정부가 이 공약을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라며 "결국 국민은 실망하고 기업에는 걱정만 부추기는 결과가 될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2br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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