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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도수치료·비급여 MRI 특약으로 분리 35% 저렴한 ‘실손보험’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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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준 이미 우리나라 사람 중 절반이 넘는 3400만 명이 가입한 ‘국민보험’인 실손의료보험. 4월부터 기존에 내던 보험료보다 35%나 더 싼 새로운 실손보험이 출시되자 새 상품으로 갈아타는 게 맞는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결론은 ‘누구에게는 맞지만 누구에게는 틀림’이다.

분명히 가격이 과거보다 저렴해진 것은 틀림없지만 새로 나온 실손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질병 범위나 가입자 본인이 내야 하는 자기부담금 비율 등이 기존 보험과는 천차만별인 만큼 기존에 가입해 있는 실손보험과 자신의 실손 청구 이력을 꼼꼼히 살펴보고 어느 것이 더 좋은지 선택하는 게 좋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새롭게 나온 실손보험이 기존 보험과 무엇이 다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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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진료 유발지적 항목 빼 보험료 뚝

새 실손보험의 핵심은 그간 과잉진료를 유발한다고 지적받던 도수치료·비급여 주사·비급여 자기공명영상검사(MRI) 보장을 별도 특약으로 분리한 것이다.

이 세 특약을 뺀 ‘기본형’ 실손보험에 가입하면 매달 내야 하는 보험료는 1만원대 초반으로 뚝 떨어진다.

금융위원회가 생명·손해보험사들이 4월 초 내놓은 새 실손보험의 기본형 상품 월평균 보험료를 따져본 결과 40세 남성의 경우 월 1만1275원, 같은 나이의 여성은 1만3854원에 불과했다.

이는 기존 실손보험보다 각각 35.3%, 36% 저렴한 수준이다.

값은 싸지만 도수치료·체외충격파·증식치료와 비급여 주사제, 비급여 MRI를 뺀 나머지 질병의 입원과 치료는 예전 보험과 다름없이 보장받을 수 있다.

기존에 있던 실손보험 보장 내용을 하나도 빠짐없이 적용받고 싶다면 기본형에 더해 새로 빼놓은 3가지 특약까지 모두 가입하면 된다. 이때 40세 남성 기준 월 보험료는 평균 1만4569원으로 올라간다. 그래도 기존 상품과 비교하면 보험료는 약 16% 더 싸다.

하지만 새 실손의 ‘도수치료’ 특약에 가입했다고 해도 무제한 도수치료를 받는 것은 금지됐다. 애초에 새 실손보험 자체가 일부 가입자들의 무분별한 의료쇼핑을 막기 위해 도입된 만큼 과잉진료에 대한 페널티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우선 특약 가입자가 내야 하는 진료비 중 본인부담금 비율이 기존 10~20%에서 30%로 높아졌다. 기본형 실손상품의 본인 부담금 비율은 20%다.

특약에 한정해 보장 한도도 생겼다. 보장 비용은 특약별(도수치료·비급여 주사제·MRI)로 연간 350만·250만·300만원, 보장 횟수도 연간 도수치료와 비급여 주사는 최대 50회로 제한(MRI는 한도 없음)했다.

‘의료쇼핑족(族)’에게 채찍이 생겼다면 보험금을 신청하지 않은 ‘우량 가입자’에게는 당근이 주어진다. 새 실손보험 가입자가 직전 2년간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았을 경우 차기 1년간 보험료가 10% 이상 저렴해진다.

보험료 할인 혜택은 신규 가입자뿐만 아니라 기존 가입자도 새로운 실손상품으로 전환할 때 바꾼 시점부터 받을 수 있다. 기존 실손 가입자가 같은 보험사의 새로운 실손보험에 가입하고 싶을 때는 일부 정신질환이나 추간판탈출증(디스크) 등이 있는 경우를 빼면 별도 심사 없이 새 보험으로 갈아탈 수 있다.

사망보험과 암보험 등 주계약에 특약 형태로 붙어 있는 기존 실손에 가입한 경우에도 해당 특약만 해지하고 새로운 단독 실손보험으로 바꾸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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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내용은 같아도 보험료는

회사별 최대 41% 차이

4월 초 몇몇 회사만 제외하고 대부분의 생명·손해보험사 23곳이 새로운 실손보험을 출시했다.

기본형+특약1~3으로 상품을 분리하고 특약의 경우 보장 한도 등을 정해놓는 등 상품 특징은 모든 회사가 똑같다. 하지만 가격은 천차만별이라 제일 비싼 곳과 싼 곳의 가격 차이는 41%에 달한다.

실제 생명·손해보험협회를 통해 각 보험사가 출시한 23개의 새 실손보험 가격을 비교한 결과 40세 남성 기준으로 보험료가 가장 싼 회사는 KB생명이었다.

이 회사의 기본형 실손보험에 가입하면 월 9020원의 보험료만 내면 되는데, 이는 모든 보험사의 기본형 상품 평균 가격(1만1275원)보다 25% 저렴한 것이다. 롯데손해보험(9454원)과 DGB생명(9800원), 현대해상(9853원)도 기본형 월 보험료가 1만원 밑이다.

같은 조건으로 기본형과 특약1(도수치료·체외충격파·증식치료), 특약2(비급여 주사), 특약3(비급여 MRI)에 모두 가입한 경우에도 KB생명의 월 보험료는 1만1750원으로 전체 보험사 중 가장 쌌다.

반대로 실손보험료가 가장 비싼 곳은 알리안츠생명이다. 동일한 조건 아래 알리안츠생명 기본형 실손보험 월 보험료는 1만2750원, 기본형+특약1~3은 1만6570원으로 KB생명보험 실손상품보다 41%씩 비쌌다.

가입자의 나이에 따른 차이도 크다. 일반적으로 실손보험은 고령층이 가입할수록 보험료가 올라간다. 20세를 기준으로 기본형과 특약 3종을 모두 가입할 때를 가정하면 남성은 롯데손보(월 7066원), 여성은 한화손보(5963원)의 보험료가 가장 저렴했다. 30세는 동부화재가 남성이 9464원, 여성은 1만978원으로 최저였다.

50세는 DGB생명(1만8750원), 여성은 롯데손보(2만3345원)에 가입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다.

원래 실손보험에 가입해 있는 소비자가 같은 회사의 새 실손보험으로 갈아탈 경우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회사를 바꾸지 않으면 별도의 인수 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

메리츠화재는 자사 실손보험 가입자가 새 실손보험(기본형+특약 3개 가입)으로 옮겨갈 때 새 실손보험료에서 추가적으로 월 보험료를 5.6% 깎아준다. 롯데손보(5.4%), 동부화재·흥국화재(각각 5%), 현대해상(4.6%), 삼성생명(4%)·KB손보(4.4%) 등도 갈아타는 고객을 위한 할인혜택을 내걸었다.

▶비급여 치료 많으면 기존보험 유지가 유리

싼 가격에 마음이 흔들릴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새 실손보험이 누구에게나 더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

본인이 평소 도수치료 등 일부 비급여로 분류되는 분야의 치료를 많이 받는다면 오히려 보장금액이나 횟수에 한도를 두지 않는 기존 실손을 유지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자기부담금 비율이 높아진 것도 부담이다. 2009년 이전에 일부 손해보험사가 출시한 실손보험은 자기부담금 비율이 아예 없는 상품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굳이 자기부담금을 전체 치료비의 20%, 특약은 30%나 내야 하는 새 실손에 가입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출시 초기 새 실손보험 판매는 부진한 상태다.

실제 주요 손보사들을 대상으로 실손보험 판매 1주일간 가입 건수를 살펴본 결과 일부 회사의 경우 기존 실손보험 판매 실적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A사의 경우 이 기간 단독형 실손보험 가입자는 겨우 30명인데 이는 새로운 실손보험이 나오기 전인 지난달 말까지 판매한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가 매주 400명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채 10%도 안 되는 수준이다. B사 역시 새로운 실손보험 가입자 수가 기존 실손보험의 반 토막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저렴한 새 실손보험 출시가 연초부터 예고됐던 것을 감안할 때 예상보다 초라한 실적이다.

보험 전문가들은 새 실손의 가장 큰 장점인 싼 가격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려면 올해 하반기까지는 가입을 미루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모든 보험사가 오프라인보다 더 싼 온라인 전용 실손보험을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메리츠화재·삼성화재·KB손해보험·현대해상·동부화재만 온라인으로 새 실손을 팔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같은 실손보험이라도 온라인을 통해 가입하면 사업비 등이 들지 않는 만큼 보험료가 평균 4~5% 저렴하다”며 “자신의 건강 상태와 평소 진료 횟수를 고려했을 때 새 실손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되면 하반기 온라인 실손보험 가운데 가장 저렴한 상품을 골라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태성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0호 (2017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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