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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사회 기여하며 수익 내는 착한 투자 임팩트 투자가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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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글로벌 시장은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이 등장해 황량한 사막에서 피어나는 한 송이 꽃처럼 주목받고 있다. 바로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ing)’다.

임팩트 투자란 사회나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비즈니스나 기업에 투자하는 행태를 가리킨다. 2007년 미국 록펠러재단에 의해 처음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빈곤퇴치나 온난화 방지, 교육과 의료, 인프라 등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착한 비즈니스’에 투자자금을 공급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재무적 수익률을 창출하는 개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공익성을 앞세운 투자 행위들이 선진국의 배부른 투자자들이나 떠드는 얘기로 간주됐다. 하지만 단순한 ‘기부’나 ‘자선’보다는 ‘투자’와 ‘수익’을 가미한 트렌드가 더 부각되면서 최근에는 글로벌 투자은행과 벤처캐피털, 자산운용회사들이 앞다퉈 새로운 수익원으로 임팩트 투자대상을 발굴하고 나섰다. 사회적 공익성과 재무적 이익을 결합한 새로운 유형의 비즈니스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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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도시 환경 여성 벤처에

투자해 연 7% 이상 수익 기록

글로벌 임팩트 투자기관인 어큐먼펀드(Acumen Fund)는 인도, 파키스탄, 케냐 등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물이나 식량 등을 싸게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들을 지원하는 벤처캐피털로 주목을 받는다. 2001년 설립돼 비영리 벤처캐피털 중 15년이 넘는 관록을 지닌 이 펀드는 빈곤 국가에 대한 단순한 원조 방식이 아니라 월스트리트 방식으로 지원할 기업을 선정하고 효율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점에서 비영리 자선단체의 특징과 자본주의 특징이 결합된 형태의 독특한 펀드다. 실제로 이 펀드의 뉴욕 본부에는 월스트리트 출신의 투자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해 있으며 연평균 7% 이상의 투자 수익률을 꾸준하게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도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글로벌 자본이다. 골드만삭스는 크게 4개로 투자형태를 구분해 임팩트 투자를 진행한다. 도시투자, 환경투자, 1만의 여성, 1만의 벤처가 바로 그 대상이다. ‘도시투자’는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건설, 노인층을 위한 유지보수에 초점을 맞춰 최근 15년 동안 49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1만의 여성’과 ‘1만의 벤처’는 여성 경영자, 소상공인에 대한 경영교육과 자금지원을 통해 기업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다.

▶임팩트 투자로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탐스슈즈

그렇다면 임팩트 투자자들이 자본을 주입해 육성하는 기업은 어떤 기업일까. 또 이들 기업은 어떤 경로로 수익을 창출하고 성공가도를 달리게 될까. 그 과정을 잘 들여다보면 임팩트 투자의 기반이 아직 초기단계인 우리나라 금융시장에도 적잖은 시사점을 가져다 줄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탐스슈즈(Toms Shoes)라는 신발제조 기업이 임팩트 투자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사례다. 창업자인 미국인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는 2006년 우연히 아르헨티나로 여행을 갔다가 그곳에서 신발조차 신을 수 없이 가난해서 맨발로 돌아다니는 어린이들이 토양의 기생충에 감염되거나 상처 때문에 갖가지 질병에 시달리는 모습을 목격했다.

마이코스키는 미국으로 돌아와 ‘내일을 위한 신발’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탐스슈즈를 설립한 뒤 한 켤레의 신발을 판매하면 한 켤레의 신발을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기부하는 사업 모델을 도입했다. 다른 창업회사와 달리 마케팅 광고도 안했지만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면서 창업 5년 만에 100만 켤레의 신발을 기부했고 현재는 세계 30여 개 국가에 지부를 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국내 임팩트 투자는 아직 초기 단계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국내 시장에서는 수익과 공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소셜 벤처기업, 그리고 이들을 육성하는 임팩트 투자가 아직 초기 생성 단계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트렌드가 국내에 상륙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환경, 빈곤퇴치, 교육, 인프라 등 공공분야에서 개척할 수 있는 블루오션 시장이 무궁무진한 데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4차 산업혁명 트렌드까지 가세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계속 생겨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정근 KDB산업은행 금융시장팀장은 “각국 정부의 재정 여력이 감소하고 있는 데다 에너지, 주택, 소외계층 등 장기적인 이익을 지향한다는 관점에서 새로운 금융의 영역으로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글로벌임팩트투자네트워크(GIIN) 조사에 따르면 2013~2015년 글로벌 시장에서 임팩트 투자자산 규모는 연평균 18%씩 성장한 것으로 추산됐다. JP모간은 2012년 360억달러였던 임팩트투자 시장규모가 2014년에는 5000억달러로 성장했고, 오는 2020년에는 1조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연합(UN) 산하 소셜임팩트펀드는 최근 10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운영 중인 50개 임팩트 투자펀드가 연평균 6.9%의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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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 투자 기업을 선정할 때는 철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아직은 벤처캐피털이나 펀드 위주로 투자가 진행되고 있지만 대상 기업들의 저변이 더 확대될 경우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기회의 창이 더 넓게 열릴 것으로 보인다. 임팩트 투자는 프로젝트가 가지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수익성 측면에서 타당성과 지속성을 갖추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렇지 않으면 본래 목적인 사회적 공헌, 즉 임팩트를 제대로 구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임팩트 투자는 아무래도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는 민간 대기업이나 재단이 투자 손실을 일정 부분 떠안아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너무 시장 논리만 적용할 경우 임팩트 투자의 생태계가 조성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임팩트 투자가 활발하게 진행 중인 미국의 경우도 빌&멜린다게이츠재단이나 록펠러재단처럼 사회적 공헌을 우선시하는 민간단체들이 이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에도 ‘임팩트 벤처’의 발원지로 간주되는 지역이 조성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성수동 벤처밸리다. 지하철 2호선 뚝섬역과 분당선 서울숲역을 사이에 두고 형성된 이 지역에는 사회적 공익과 경제적 이윤을 동시에 추구하는 임팩트 기업들 10여 곳이 둥지를 틀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공유경제 모델을 도입해 성공한 카쉐어링(Car Sharing) 업체인 ‘쏘카’, 노숙인을 고용해 친환경 옷걸이를 제작·판매하는 ‘두손컴퍼니’,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멘토링 동아리로 시작해 현재는 청소년학습 지원사업을 전개 중인 ‘공부의 신’, 주인이 없는 기부 형태의 무인도서관 ‘이노베이터스 라이브러리’ 등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이처럼 사회적 공익성을 중시하는 투자 풍토가 빠른 속도로 조성되면서 우리나라도 ‘어큐먼펀드’처럼 소셜 임팩트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벤처캐피털 자본들이 더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지난해 11월 롯데그룹이 주최한 ‘소셜 임팩트 컨퍼런스’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유엔소셜임팩트펀드의 데이비드 갈리포 대표는 “한국은 풍부한 자본과 뛰어난 투자환경을 갖추고 있다”며 “구미 선진국을 중심으로 진행돼 왔던 임팩트 투자가 아시아 시장으로 확산될 것이며 한국은 그 리더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이미 성공사례들도 하나둘씩 늘어나며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올해 2월 어린이 돌봄 서비스업체인 ‘째깍악어’가 법인 설립 5개월 만에 업계 최초로 임팩트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 회사는 더불어 사는 사회를 슬로건으로 한부모 가정이나 저소득층, 장애아동 가정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대기업 가운데는 SK그룹이 ‘행복나눔재단’을 설립해 사회적 공익을 추구하는 기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도 임팩트 투자 전문회사인 ‘소풍’을 세워 사회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들 투자자들이 ‘착한 기업’에 투자한다는 점은 사회책임투자(SRI)와 비슷하다. 그러나 구체적인 수익률을 가지고 사회문제나 환경문제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업이나 기업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며 장기적으로 투자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글로벌임팩트투자네트워크(GIIN)가 146개 임팩트 투자자(운용자산 600억달러 규모)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진행 중인 임팩트 투자방식은 고객 자금을 모아 펀드로 투자하는 방식이 65%로 가장 많았고, 투자 분야는 서민용 주택사업(27%), 취약계층 소액대출(16%), 에너지 인프라 확충(10%), 헬스케어 보급사업(5%) 등의 순인 것으로 집계됐다.

[채수환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0호 (2017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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